나의 이야기

비엔날레 견문록2008.9.17

클레오파트라2 2010. 3. 27. 23:12

'천천히

아주 천천히 보세요"

비엔날레 캐치플레어로 내세우고 싶은 말이다.

현대미술대전 비엔날레로 광주가 명실공히 예향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한 몫 아닌 두 몫을

하길 바라면서 비엔날레에 다녀왔다.

입장권 한장이면 전시장 5곳을 다 볼수 있다.

대인시장 광주극장 시립미술관 비엔날레 전시관 의재미술관

도심 곳곳에 전시장이 흩어져 있으니 발품을 팔아야함은 기본이고 여유를 가지고 관람해야한다.

하루에 전시장 5곳을 다 돌기에는 빠듯하다.그렇다면 다음날 혹은 아껴두었다가 편리한 시간에 보면 그만인 것이다.

현대미술의 특징이 낯설음이라지만 현대미술이 오죽 어려운가!

보긴 보아도 뭘 의미하는지 작가의 심오한 세계까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땐 가까이 있는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도 작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시립미술관의 요람에 갇힌 아이 관에 갇힌 예쁜 여성의 발

그냥 보아서는 절대 무얼 의미하는지 모른다.

요리조리 고개를 갸웃거려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살짝 도슨트의 설명을 듣노라니 작품을 이해할수 있을듯 싶었다.예쁘게 매니큐어 칠한 발은 밖으로 나가고 싶지만

여성이라는 이런저런 제약때문에 나가지 못하는 여성의 억압된 삶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변질된 종교를 빗댄 나팔 싸이렌 관 헌금통도 설명을 듣고 나니 그 깊은 의미가 다가온다.

'작가는 그걸 얘기하고 싶었구나'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물음표만 남기고 왔을 전시들이 여기저기 많다.

나름대로 작가는 무얼 얘기하고 싶었는지 상상해보는 재미도 괜찮다. 혹여 내 예측이 작가의 의도와 180도 다르다고 해도 말이다.꿈속에서의 조우는 많은 관람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빛이라고는 어디에도 없는 아주 깜깜한 공간을 단순히 손으로 만져가면서 나아갈때의 그 두렴움이라니!

어찌나 두렵던지 다시 되돌아가고팠던 곳이다.암흑은 곧 공포를 불렀고 암흑끝에 만난 빛과 거울은 안도감을 주었다.자기정체성의 혼란스러움을 어둠으로 표현했다고나 할까?두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재미난 체험이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대인시장으로 갔다.

시장 여기 저기의 빈 상가를 이용한 전시장은 금방 눈에 띄었다.

가난한 날들의 간식거리로 한몫을 담당했던 뻥튀기가 주렁주렁 실에 매달려서 잠시나마 옛추억에 젖어들게 했다.쌀 튀밥을 한줌 쥐고 다른 전시장가는 재미도 쏠쏠했다.아직도 도심한복판에 그런곳이 있을까 싶은 여러 작가들의 작업장도 인상깊었다.

세사람씩 줄서서 기다렸다 들어간 재미난 곳이었다.

무릇 시장이란 서민들의 고단한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게 마련

대인시장의 복덕방 프로젝트는 그런 서인들의 삶을 십분 담아내고 있었다.

수많은 푸대들의 행렬

기름값이 너무 비싸 돌리지도 못하고 장식용으로 전시해둔 보일러

까만 그늘막 바느질등이 서민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어서 어쩌면 가장 가슴에 와 닿고 정겨웠던 공간이다.

다시 셔틀 버스를 타고 의재미술관에 올랐다.

버스승강장에서 내려 20여분을 걸어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볼 수 있는 전시라고나 할까?

아무튼 접근성에서 좀 떨어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던 전시장이었다.

그나마 초입에 떼 먹을수 있는 초코렛은 조금 위안이 되었다.

2층까지는 비엔날레 전시장

3층은 의재허백련 선생 작품을 감상할수 있었다.

네모난 캔버스에 단순히 비취색만 담은 작품도 짜릿한 전율을 선사했다.

빨간 카페트 깔린 곳에 앉아 수많은 불상들을 보노라니 금새 숙연해지고 참선하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잠시나마 심적 안정을 찾았던 편안한 공간이었다.

의재미술관 근처의 또다른 전시장까지 돌고 나니 산속은 어느새 해가 기울고 있었다.

비엔날레 전시장 5분의 3을 소화했을뿐인데 하루가 가고 만 것이다.

해 졌다고 걸음재촉할 필요가 없었다.

비엔날레 전시장 광주극장은 숙제처럼 남겨뒀으니 언제든 마음내키면 가면 그만인 것이다.

참 광주극장 영화상영은 금토일 오후 4시라니 꼭 염두해두시라.

2008년 9월16일 비엔날레 전시장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