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는만큼 들린다!

클레오파트라2 2010. 3. 27. 23:11

더러 삶이 답답할때가 있다.

어딘가로 홀연히 모든 걸 버리고 떠나버리고 싶을때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생활인이기 때문이다.

이러 저리 얽히고 설킨 생활인이기에 가슴은 벌써 떠나 가지만

몸은 현실의 땅에서 한발짝도 떠나지 못한다.

떠나지 못한다면 더러 비껴서면 어떨까?

잠시 비켜서서 쉼을 가질수 있고 숨을 고를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나에게 쉼이며 숨을 고를수 있는곳으로 자리를 내준 곳이 있다.

다름 아닌 빛고을 국악전수관이다.

수요 목요 상설공연이 내 가슴에 묵은 체증을 내려앉게 한다.

27일 수요일 밤 공연장을 찾았다.

"다리가 부러져 죽게 되었더니

어진 흥부씨를 만나

........

.......

보훈표 박씨를 물고 나가는디

부벽를 지내고 송도를 건너

임진가을 건너 삼각산에 앉아

지세를 살펴보니"



곱게 차려입은 소리꾼의 입에서는 흥부가중 제비노정기가 쉼없이 나오고 있다.

그라제

얼쑤~

고수의 추임새가 곁들어진 판소리는 이제 서서히 들린다.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한다고 했던가?

아는만큼 이제 들리는 것이다.

전에는 좀체 들리지 않던 소리다.

들리지 않으니 무료한 시간이었음을 두말할 필요없다.

하지만 자주 들으니 들린다.거기에 신명까지 난다.

파퓰러 뮤직도 돋보인다.

25현 가야금이 거듭 태어나는 순간이다.6개의 25현 가야금이 하나의 가야금처럼 아름다운 선율이 된다.

첨밀밀도 25현 가야금 속에서 새롭게 녹아난다.

로큰롤스타 리치발랜스의 생을 그린 영화 '라밤바' 주제곡이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1시간 남짓의 몰입은 나를 잠시 내려 놓은 시간이다.

내가 있으데 나는 없는 시간인 것이다.

이 가을엔

가을밤 국악의 향연에 한번 빠져볼지어다.

국악과 가을밤이라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