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여기는 월출산2005.9.11

클레오파트라2 2010. 3. 27. 22:36

누군가 친구와 포도주는 묵을수록 좋다고 했지요.
하나도 그르지 않습니다.
오래된 내 친구는 눈빛만으로도 마음을 읽을수 있어서 좋답니다.
속내를 보이는 이야기를 터 놓아도 뒤탈이 날까 조바심 낼 이유도 없습니다.
싱거운 이야기 듣고도 박장대소하지 않아도 쑥쓰러울 이유가 없습니다.
왜냐구요.
내 친구의 나의 모든 것을 보듬을 줄 알기 때문이지요.
그런 친구를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 가지고 있다면 무지 행복한 사람이겠지요.
그런 친구 둘과 친구 남편 이렇게 세 사람을 동행하고 월출산을 찾았습니다.
시원스럽게 달려주는 차안에서의 끝없는 수다가 쉬이 월출산 앞에 서게 했습니다.
유난히 시골스런 말투의 친구 때문에 또 한바탕 배꼽을 쥐고 쓰러질듯 웃었습니다.
이제는 생소하게 느껴지는 시골말이 곱씹어 보면 오늘 또 웃음짓게 합니다.
때때로 낯선 이국어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살갑게 느껴짐은 아마도 그 속에 지난 추억들이 아스라히 묻어나기 때문이겠지요.
촌녀들의 수다는 월출산을 앞에 두고야 멈추었습니다.
장대한 바우산 앞에 그냥 벌려진 입을 다물줄 모릅니다.
그도 그럴것이 시골에서는 야산만 보았을것이고 도심에서는 집앞 야트막한 산만을 오르내렸으니 어찌 비교가 되지 않겠습니까!
저 큰 산을 어찌 오르느냐고 낙담부터 합니다.
꼭 정상을 정복해야 맛이던가요!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가 없었습니다.아주 쬐금 구름다리까지만 올라도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것이지요.다음을 위하여 완전정복은 남겨두는 것이고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호흡을 맞추며 올랐습니다.가는 도중에 전 친구들에게 월출산 안내를 했지요.천황사지에 무더기로 피어난 물봉선, 고마리,이질풀 놓치지 않고 설명을 했습니다.
낯익은 나무 야생화가 더욱 반가웠습니다.10여년 전에 올랐다던 친구들 힘들다고 내 뱉으면서도 신이 난답니다.뒤돌아보니 발 아래 펼쳐진 바우산에 마음을 홀딱 뺏겨 버렸습니다.조심조심 구름다리를 건너는 마음에 희비가 교차합니다.발아래의 풍경들에 아찔함이 묻어났고 어쩌면 교체되기전에 마지막으로 건너는 구름다리를 건넌다는 기쁨도 그 안에 함께 했습니다.시간을 묶어둔 느린 하산을 하고 자연관찰로를 함께 걸었습니다.혹여 예쁜 물매화와 구절초를 볼수 있으려나 생각해서 내친 걸음인데 며느리발풀꽃만 무성히 그 오솔길을 메우고 있었습니다.월출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오후에는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생전처음 무위사를 와 보았다는 친구는 아담하고 소탈한 사찰 풍경이 마음에 와 닿
는 답니다.절 이야기를 아주 쬐금 맛난 보여주고 녹차밭을 가로지르며 도갑사로 갔습니다.
대웅전 복원공사로 절이 어수선해서 곧바로 미륵전과 관찰로를 밟았습니다.샛노오란 마타리 올해도 그 자리에 올곧게 피었더군요.키를 낮추고 무릅을 구부려야 볼 수 있었던 땅귀개의 귀한 꽃을 보는 행운도 안았습니다.
구림중 과학 선생님이 아이들 둘 데리고 식생을 찾느라 분주하시더라구요.
5시에 하산
한번 월출산행에 3가지를 함께 하려는 참 분주한 하루였지만 보람찬 하루이기도 했습니다. 너무 좋았다며 입에 침이 마르지 않도록 이야기합니다.
다음번엔 새끼를 쳐서 동행을 하겠다는데 절대 말리지 말아야겠지요.
친구들 덕에 뿌듯하고
신나는 하루였습니다.

2005.09.10
좋은 사람들과 동행한 구름다리를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