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탁류로의 문학기행200510.8

클레오파트라2 2010. 3. 27. 22:37

언제들어도 문학기행이라는 말은 가슴 설레게 한다.특히나 가을에 떠나는 문학기행이라야말로 밤잠을 설치게 하고고 남음이 있다. '탁류'의 무대가 되었던 군산은 내 귀를 솔깃하게 했다.일상을 벗어난 탈출은 좋은데 항상 숙제가 남아 있다.원할한 문학기행을 위해서는 거쳐야하는 숙제.다름 아닌 책 읽기다.

책만 읽지 않고 가면 좋으련만 희망사항이다.읽지 않으면 채만식 문학의 면면을 깊이있게 들여다볼수 없을것은 불보듯 빤한 일.

정작 읽기로 작정하니 맘 편한데 첫 장 넘기기가 쉽지가 않다.

바야흐로 책읽기 좋은 독서의 계절인데도 말이다.내 게으름은 첫 장을 넘기는데 며칠이 걸렸다.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정신이 퍼뜩 드는 것일까?

5일 앞두고 책상에 앉았다.의무감이든 어쩌든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맘 먹고 보니 최근 들어 좀체 어려운 독서 신기록을 세웠다.새벽까지 책을 읽은 것이다.

뒷 이야기가 궁금하여 금방 덮을수가 없었다.1930년대 가난하게 살았던 그 당시 서민들의 질퍽한 삶을 곱씹어 보면서 잠시 동안 콧날이 시큰해지기도 했었다.

가족을 위한 희생양이었던 초봉이의 기구한 삶은 어쩔수 없는 최후의 선택이었다지만 애닯었다.자식의 앞날을 위해 증오하던 남편 형보를 죽이는 장면은 섬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래 묵은 체증을 내려 앉게 하는 카타르시스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죽임'말고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초봉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밖에.

1930년대 조선인의 처절한 삶이 고스란히 문학속에 묻어난다는 '군산'

이제는 책을 덮었기에 더욱더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일상은 벗어 던진 일탈,낯선 지역으로 맨 처음 수학여행을 떠나는 아이마냥 주부에겐 가슴벅찬 일이 아닐수 없다.

낯선 사람들과의 동행이라지만 딱히 낯설이유가 없다.왜냐면 문학기행이라는 같은 목적 의식을 가지고 한 버스를 탔기에 벌써 동질감을 갖게된 것이다.

채만식 문학에 대해 탁류에 대해 서로가 가진 감정들을 나누다 보니 2시간30분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고 말았다.한달음에 달려온 듯한 군산이다.

야외에는 넓직한 휴식공간을 가진 아담한 채만식 문학관이 첫눈에 들어온다.

작가에 대한 영상물을 보고 그곳에서 군산 문화관광해설사로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거침없는 달변이 감칠맛 났다. 생전의 모습들 ,수많은 유작들,소설속에 나오는 미두장 조선은행건물등의 사진이 살갑게 느껴졌다.책을 먼저 만나고 온 덕분이리라.

바닷 내음 물씬 풍기는 군산내항에서 군산항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듣고 옛세관건물로 갔다.보존이 비교적 잘된듯 싶었다.가까이에 초봉의 첫 남편인 태수가 다녔던 조선은행이 있다고 해서 가보았는데 실망감이 앞섰다.전쟁터의 상흔처럼 폐허로 남아있고 조선은행임을 알리는 표지석마저 벌렁 눕고 말았다.문학기행이라는 이름하에 외지에서 많은 발길이 이어질텐데 소홀히 다룸이 못내 아쉬웠다.점심은 의미있는곳에서 먹었다..한때 군산부윤의 관사로 쓰였던 지체높은 집에서의 식사이고 보니 기분이 색달랐다. 식사후 근처에 있는 일본식 절인 동국사엘 갔다.우리절과는 판이하게 다른 독특한 절이었다.범종도 우리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대웅전 앞에 자리한 정원도 우리 사찰과의 다른점이었다.우리 문화속에 자리한 낯설은 이방문화임에 분명했다.항구를 통해서 개화물결이 들어오다보니 일찌감치 외세문화가 자리 잡을수 밖에 없는 군산이었음을 말하여 무엇하랴1

소설속의 배경이 되었던 곳을 직접 답사한다는 것은 문학기행 중 가장 신나는 일이 아닐수 없다.

초봉이가 가족 생계를 위해 취직을 했던 군산역 앞의 제중당 약국,은은한 짝사랑의 당사자였던 승재가 근무하던 금호병원 달랑 세워진 표지석만이 소설속의 많은 이야기를 대변해주고 있었다.그들의 사랑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척에 있었다.

콩나물 고개를 오르면서는 가파른 언덕에 숨을 헐떡이다보니 1930 년대 이 고개속에 살았던 서민들의 삶을 조금은 체득할수 있었다고나 할까.

저만치에는 언덕배기에 까치집마냥 위태위태 달라붙은 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30년대를 조금은 상상해볼수 있는 볼거리였다.초봉이 신접 살림을 했다는 대정리 정상에 올라서니 군산시가지가 발아래 펼쳐진다.그 근방은 재개발의 바람을 타고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대정리에서 우리를 제일 먼저 반긴것은 거대한 몸집의 포크레인 소음이었다.문명의 이기가 문학의 발상지마저도 삼켜버린듯 싶어 씁쓸한 기분이 듦을 어쩌지 못했다.마지막 코스는 월명공원이다. 꽤 많이 걸어야한다지만 누구도 포기를 하지 않는다.문학기행의 열정이 느껴질수 밖에.

월명공원 정상에 채만식 문학비가 있으니 누군들 그걸 보지 않고 어찌 군산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고 말할수 있을 것인가.

정상에는 단지 문학비가 서 있을뿐이었지만 문학기행의 최절정은 바로 그 문학비를 만나는 것이었을게다.군산항과 금강하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 군산

단지 하루만 만났을 따름인데 그리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고 말았다.군산의 곳곳을 다녔던 때문일까? 하루만에 낯익은 풍경들이 되고 말았다.

계절을 앞선 왕벚나무의 낙엽 바스라지는 소리와 함께 했던 문학기행

그 안에 가을은 깊어가고 있었다.

들은 것은 10% 읽은것은30% 본것은 50% 몸으로 체험한것은 70%로 기억한다니

읽고 듣고 보고 직접 군산땅을 밟았으니 이번 문학기행은 두고 두고 기억될 아름다운 추억임에 분명하다.

2005년 9월29일 문학기행을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