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 섬에 윤선도가 있었다2005.8.29

클레오파트라2 2010. 3. 27. 22:34

여행이란 한번 다녀왔던 곳을 간다고 해도 들뜨게 마련인가 봅니다.오래전부터 꿈꿔오던 보길도행이었는데 그래서 늘 마음으로는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꿈꾸다보니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인연 맺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한번 인연을 맺으면 그 다음은 타래 풀리듯 쉬이 풀리기 마련인가 봅니다.
작년봄 꿈에도 그리던 보길도를 가긴 갔는데 아주 조금 맛만 보고 왔습니다.고산 윤선도 유적지만 들여다보고 시간이 쫒기어 그냥 왔던지라 아쉬움이 남았던 곳이지요.
그 보길도를 간다니 들뜰수 밖에요
이른 새벽5시에 깨었습니다.요 근래에 이른 시간에 깨었던 적이 없었던걸로보니 여행이 무척 들떴을 말하여 무엇하겠습니까?
서늘한 바람을 가르며 영암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반가운 얼굴들과 합류하여 완도항으로 이동 배를 탔습니다.다도해 해상공원의 협조를 얻어 순찰배를 탔습니다.
작은 파도의 출렁거림도 그대로 감지는되는 배인지라 좋았지요.배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의 유혹에 갑판위로 나왔습니다.크고작은 섬들을 휘돌며 배는 앞으로 쌩쌩 달려주었습니다.배가 지난 뱃길에 부서지는 흰파도도 운치있었지요.제 갈길을 가는지 한가로이 노니는 갈매기도 풍경화속에 들어왔습니다.스치는 풍경 모두가 한폭의 풍경화처럼 다가왔다 사라지곤 했지요.적당히 흐린 하늘이 우리의 답사를 도왔습니다.갑판위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작은 거인 윤선도를 떠오르게 했습니다.아름다운 말로 표현된 윤선도의 어부사시사 한귀절로 절로절로 떠오르게 했지요.

동풍이 건듯 부니 물결이 고이 인다
돛 달아라 돛 달아라
동호를 바라보며 서호로 가자꾸나
지국총 지국총 어사화
앞산이 지나가고 뒷산이 나아온다

연잎에 밥싸 두고 반찬일랑 장만 마라
닻 들어라 닻 들어라
대삿갓은 썼노라 도롱이 가져왔느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심한 백구는 날 따르는가 절 따르는가

바다풍경에 흠뻑 빠지는 사이 두어시간 달려 보길도 항에 도착했습니다.전복 양식장을 알리는 흰부표들이 눈에 들어왔지요.
보길도를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고산 윤선도 유적지로 갔습니다.
부용동의 아름다운 정원 세연정,연못 한가운데 쓰러진듯 누워 있던 백일홍이 반가웠습니다.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한다고 했던가요!
보길도 가기 전날에 서점에서 보길도 이야기를 먼저 읽고 왔던 덕분에 보길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그곳에 계시는 선생님의 해설까지 들으니 윤선도 유적지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글씐바위,낙서재,동천석실을 코 앞에 두고 오르지 못함이 못내 아쉬웠지요
그 아쉬움은 금방 도착한 예송리 갯돌에서 달래주었습니다.
그대 갯돌에 누워 갯돌 부서지는 소리를 들어보았는가!
먼 발치에서나 보았던 예송리 갯돌에 눕고 보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습니다.
눈감고 누워서 자디잔 갯돌이 파도에 씻겨가는 소리라니!
예송리가 아니고서는 느낄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신선이 따로 있나요.무릉도원인 곳에 내가 있으면 내가 바로 신선인게지요.
갯돌의 유혹을 떨쳐버릴수 없었습니다.맑은 물의 유혹을 떨쳐버릴수 없었지요.바지가랭이 걷어올리고 첨버덩.작은 갯돌은 내 육중한 몸을 못이고 스러집니다.마냥 머물고 싶은 곳이었습니다.한때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바다,철지난 예송리 바다가 내 맘을 붙잡았습니다.
점심 식사후는 보옥리 공룡알 해변엘 갔지요.
그냥 보길도에서 놓쳐버릴수 있는 곳이련만 친절한 기사님 덕분에 샅샅이 구경했지요
보옥리 가는길에 추자도 보이는 전망대에서 잠깐 내렸습니다.
손에 잡힐듯 가까운 추자도,일몰이 장관이라는데 함께할수 없어 더욱 아쉬웠지요
보옥리 해변 정말 근사했습니다.예송리와는 참으로 대조적이었습니다.예송리 갯돌은 아기자기한 맛이라면 공룡알해변은 거인의 맛 그것이었나고나 할까요?
돌의 크기도 파도의 크기도 달라서 그곳에서도 색다른 맛이었습니다.종일 바라본바다 물릴법도 하련만 물리지 않았습니다.흰포말 와서 부서질때마다 도리어 기분이 좋았지요.그곳에서 갓 구운 따끈한 장어구이 얻어먹었는데 참 일품이었지요.
여기저기 멸치 말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짭짜름한 바닷내음 결코 싫지 않았지요.미역 다시마 멸치 새우 어물전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손에 하나씩 들었습니다.
떠나갈 배를 기다리며 포구에서 싱싱한 전복에 소주한잔 기울이는 여유도 부렸지요.
아 그맛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 파라솔에서 소주한잔 기울이는 그맛이라니!
드디어 보길도를 떠날 시간입니다.보길도를 추억속에 묻어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모두들 아쉬운가 봅니다.점점 작아지는 보길도에서 눈을 떼지를 못합니다.
언제 다시 올수 있을련지?
보길도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가슴속에 묻어두어야 합니다.예송리의 갯돌 구르는 소리는 아직도 귓전에 맴돕니다.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빠져들었던 그래서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온갖 시름 다 벗어던지고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연 때문이지요
인간들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해주는 자연치유사인 자연
내가 가까이 하고 있는 이유요,가까이 하고픈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