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휴가 이야기2005.8.19

클레오파트라2 2010. 3. 27. 22:30

날이 무척 덥네요.아파트가 높은 지대에 있고 사방팔방으로 틔여있기에 더워도 더운줄 모르고 지냈는데 요사이 무척 덥네요.좀체 선풍기는 내놓기만 하고 무용지물이었는데 요즘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습니다.중학생 우리딸 웬만해서는 덥다는 말 안하는 녀석인데 어찌 더운지 세수대야에 물 듬뿍 담아 놓고 독서삼매경에 빠졌네요.이름하여 탁족이라는걸 즐기고 있네요.
시원한 계곡과 파도가 더욱 그리운 이때
우리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7월31일 계모임 네팀과 함께 해수욕장으로 가기로 오래전부터 작당을 했지요.준비물도 다 분담키로 했지요.그런데 정작 휴가가기로 한날 두팀이 펑크를 냈습니다.할 수없이 우리와 가희네만 떠났지요.
휴가지는 고흥 도원면 대전해수욕장이었습니다.
일요일오후 시장을 보고 드디어 휴가지로 출발
참 많이 설레었습니다.후텁지근한 도심을 벗어나는 것만도 좋은데 파도에 몸을 실은다고 생각하니 좋을수밖에요.차는 두어시간 남짓 달려 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드넓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참 시원하더군요.바다가 훤히 보이는 나무 그늘밑에 집을 지었습니다.넓게 활발히 쓴다고 한채도 아닌 두채를 지었지요.모처럼 아이들과 힘을 모아 집을 지으니 아이들도 싱글벙글입니다.집짓기가 끝나자마자 아들녀석은 바다로 풍덩 빠졌지요.지는 해를 바라보며 이른 저녘을 먹었습니다.삼겹살 굽는 냄새가 싫지 않은 저녘이었지요.해변에 어둠이 찾아들자 돗자리에 누워 밤하늘을 헤아렸습니다.바다저편에 북두칠성도 있더군요.밤 하늘 올려다본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더라구요.별이 바다로 쏟아질듯 많았습니다.해변에서 아이들과 폭죽놀이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지요.행복한 내일을 꿈꾸며 늦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눈을 뜰 즈음 새벽 어스름이 걷히고 있었습니다.순간 먹구름이 덮치고 순식간에 비바람이 쏟아졌습니다.텐트안에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워 겨우 차안에 대피시키고 숨돌릴틈도 없이 차로 짐을 옮겼습니다.텐트안에 있던 짐들 모두 흠뻑 젖었지요.순간적인 돌풍에 몽골텐드도 날라가는데 우리텐트라고 가만있겠어요.송두리째 날아가려는 텐드를 붙잡느라 몸부림쳤습니다.쏟아지는 비 그렇게 많이 맞기는 처음이었습닐다.30분정도 지나니 언제 그랬냐는듯 폭풍 뒤 고요가 찾아왔습니다.당장 갈아입을 옷도 없는터라 일단에 차에 짐을 싣고 철수했습니다.빗물이 졸졸 흐르는 서로의 모습이 어찌나 우숩든지 서로를 쳐다보고 웃었습니다.웃음이 나올 상황이 아니었지만 어처구니없을때 나오는 웃음이었지요.다행히 가까이에 가희 할머니가 사셔서 그쪽으로 이동했습니다.9명의 대이동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늦은 아침을 먹고 휴가지에서 빨래와 민방위 훈련만 열심히 했습니다.텐트 3개에 옷가지 이불 빨래줄 긴것을 세개나 쳤습니다.왠 민방위 훈련이냐고요?
월요일날 비가 오다 해가 나다를 몇번했거든요.좀 마른다 싶으면 비가 몰려오고 이러기를 몇번하니 사람이 참 지치더라구요.
그래도 해수욕자에 몸은 담가야한다는 아이들 성화(실은 제가 더 가고팠어요)
에 오후에는 몸만 해수욕장엘 갔습니다.폭우가 쏟아져도 물에서 나올줄 모르고 놀았습니다.모래찜질하는 여유까지 부렸지요.3시간 남짓 놀고서야 돌아왔지요.저녘은 마당에 평상을 펴놓고 하늘을 지붕삼고 별을 벗삼아 먹었습니다.저녘 간식은 할머니가 재배하신 옥수수를 삶아 먹었습니다.늦은 시간까지 두런두런 얘기꽃을 피웠지요.
화요일 점심까지 챙겨서 먹고 2박3일 휴가 제대로 보내고 왔습니다.
아찔하기는 했지만 두고두고 생각날 휴가였지요.
가희 할머니가 해주신 음식은 시골맛이 그대로 나서 더욱 좋았습니다.
콩물에 띄운 우무냉채 정말 너무도 별미였습니다.아니 처음 먹어보는 독특한 별미였답니다.돌아오는길 시골의 정을 더 많이 느꼈지요.할머니의 정이 우리집까지 따라왔습니다.시골이 송두리째 우리집에 왔지요.동그란 풋호박,폿고추,옥수수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오늘까지도 행복합니다.
친아들며느리인양 친 손주대하듯 잘 대해주신 가희 할머니 할아버지께 무지 감사드립니다.
참 무엇보다 이번 휴가를 우리와 함께 보내준 가희네 가족에게 감사드려요.
가희네 덕분에 우린 아주 특별한 휴가를 보내고 왔거든요.
휴가 다녀온지 3일
아직도 대전해수욕장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흰 스트로풀 위에 한마리씩 앉아있던 갈매기 모습 참운치있었습니다.
갈매기의 비상과 지는 해 그리고 바다가 그곳에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