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녀가 보고 싶다2006.10.17

클레오파트라2 2010. 3. 27. 22:50

10월 7일
연휴 뒷끝인지라 도심은 한적하다 못해 적막한 기운이 돌려 한다.산으로 바다로 삼삼오오 기어든 때문일까? 북적거리는 도심에 익숙한 탓인지 낯선 도심의 풍경이다.
향교 또한 빗겨 갈수없다.간간히 날아오는 새들의 지저귐만이 아침의 고요를 깨운다.
여름내 무성한 잎에 가려 있는듯 없는듯 하더니만 가을이 오니 노오란 모습으로 그 존재의 이유를 알리는 알토란 같은 은행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어찌 그리도 많은 열매를 성글게 매달았는지......
다른 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향교에 도착해서 차 한잔 마시는 여유를 부렸던 아침이다.
40대 후반의 한 여인이 외삼문을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등짐을 멘 모습이 외지에서 온 여행객임을 한 눈에도 알아 보겠다.
"여행 오셨나요? 안내를 좀 해드릴까요?"
기꺼이 안내를 해 달란다.
향교의 초입인 하마석으로 발걸음을 되돌린다.
정말로 공부하고 싶은 학생을 만난 선생님마냥 이곳저곳을 안내를 했다.
광주공원의 우람한 숲까지 보듬은 향교 모습이 너무 좋다고 입에 침이 마르지 않도록 칭찬을 한다.
향교 안내를 끝내고 잠시 탁자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군위에서 온 이 여행객은 도보 여행객이었다.벌써 도보여행은 세번째 광주는 처음 발을 딛는단다.인터넷 정보만 보고 지도 없이 찾아온 용감한 여행객 손에는 벌써 가보아야할 곳 목록
적혀 있었다. 재명석등,용아 박용철 생가,빙월당 최승효 이장우가옥.월드컵 경기장 5.18국립묘지,5.18자유공원
도보여행객이니 동선을 줄여함은 필수!
여행객이 작성한 목록을 가지고 동선을 줄이면서 움직일수 있는 곳들을 머리를 맞대고 선별했다.지도 없이 한다는것은 참으로 어려웠다.
충효관에 수북히 쌓였을 지도가 자물쇠로 잠겨 있다보니 무용지물일 수 밖에.
순간 금남로에 있는 관광안내소가 떠올랐다.
'그렇지 그리로 가면 될 것을'
여행객과 자전거를 끌고 나란히 걸으며 시내로 접어들었다.가면서 광주의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노라니 오래전부터 아는 사람들처럼 서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도보여행을 꿈꾸는 내게 그녀가 온 것이니 내게는 기쁨이 되었다.
그녀의 도보여행 이야기에 시간 가는걸 잊는다.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챙겨 도청으로 향한다.
광주시민도 잘 모르는 재명석등을 그녀가 보고 싶어한 것이다.
도청 화단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볼품없이 서 있는 유물을 보고 실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뿐이었다.
아니 솔직히 우리 유물의 현실을 거짓없이 볼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었다.
너무 치장한 것과 반대 개념의 유물로서 말이다.
80년 5월 광주의 아픔을 담고 있는 도청을 보고 5.18사적지를 보고 그녀 또한 말로만 듣던 아픔을 되새김질 해본다.
"도청으로,도청으로"를 외치던 시민들의 피 끓는 함성을 그녀는 들었을까?
예술의 거리,시립미술관 분관까지 들리고 광주천을 건너 사직공원으로 들어선다.
광주8경에 사직공원의 해돋이가 있음을 그녀는 알고 있는게다.
해돋이는 아침이면 더 좋다고 하니 아침이 아니어도 좋단다.막무가내다.
공원 오르는 길에 만나는 갖은 시비들이 정겹다.정충신 김덕령 이순신 윤선도 시비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하는 이끼들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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