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이를 어쩌누2006.9.13

클레오파트라2 2010. 3. 27. 22:47

지난 여름이 너무도 더웠던 때문에 너무도 손꼽아 기다리던 가을이 왔습니다.
딱히 무얼 하겠노라고 벼르고 있는바 아니지만 가을 냄새 나는 것들이 마냥 좋습니다.
뜨겁지 않게 부서지는 햇살이 좋구요
콧끝을 간지럽히는 바람도 좋구요
무엇보다 이 즈음에는 넉넉한 마음이 함께 할수 있어서 좋습니다.
괜시리 가을인지라 센치멘탈 해질수 있음이 어쩌면 더 좋습니다.때로 가을 즈음에는 나이 한 살 더 보태짐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그 무엇으로도 막을수 없는것이고 보니 이제 덤덤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며칠전 해질녘 베란다에 나가 지는 노을을 보았습니다.무에 그리 바쁘다고 노을지는것도 잊고 살았는지 참으로 오랫만에 보는 노을이 발갛게 붙타고 있었습니다.
노을만 못보고 산게 아닙니다.
힘차게 무등산 저 너머에서 솟아오는 아침해도 본지 오래입니다.
달도 별도 본지 오래입니다.
숨가쁘게 달려온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무심하게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올 가을엔 가을을 제대로 느끼며 살아보렵니다.
더러 지는 해도 볼것이며 뜨는 해도 뜨는 달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지렵니다.
세월이 무상한 탓에 며칠전 친구에게 넋두리 문자를 보냈더니 재미 있는 답이 와서 혼자서 실없이 많이 아주 많이 웃었습니다.
사실은 나이 먹는게 올해가 유난히 두렵다고 하니 세월 걱정하며 사는 그여유가 부럽다고 답이 왔네요.세월이 막 달겨들면 친구가 혼내주겠답니다.
호호호
가끔씩 재치있는 친구의 문자덕에 또 한번 웃고 지냅니다.
사람을 살맛나게 하는 것은 아주 거창한 곳에 있지 않음을 다시 한번 그 친구 때문에 느끼곤 합니다.
오늘 저녘 어떨까요!
내 아는 사람들을 힘나게 하는 몇줄의 문자 날려보면 어떨까요?
그나 저나 걱정입니다.
어떻게든 내 앞에 달겨드는 건망증이라는 녀석 말입니다.
고등학생 딸 아이 급식 검수가 며칠전 있었습니다.
전날 저녘까지는 기억했는데
세상에 아침에 일어나서는 깜박했습니다.
식탁에 메모를 남겨야지 했는데 그마저도 깜박해서
약속을 잊어버리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약속시간20여분 지나 겨우 헐레벌떡 달려서 참여는 했지만 옆 짝꿍한테 많이 미안했습니다.
건망증 퇴치 방법중 최상책은 메모하는 습관임을 익히 아는데 왜 이다지도 실천이 안돼죠?
아침에 눈 뜨면 하루 일정을 메모하고 하나씩 줄 그어가야 할지 모르겠네요
먹구름 사이에 번지는 햇살도 고와보이는 오후입니다.

2006.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