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엄마는 휴가중2006.10.28

클레오파트라2 2010. 3. 27. 22:51

어떻게 운을 떼지?
아이들한테는 어떻게 말하지?"
며칠전부터 제 머리는 지끈지끈 아팠습니다.
무슨 소리냐구요?
대한민국의 아줌마들이 집을 비우게 되면 겪게 되는 어려움을 코 앞에 두었습니다.
2박3일 제주도 여행
반찬이야 미리 준비해두고 가면 된다지만 이른 아침 학교에 가야하는 잠 많은 아이들 어떻게 깨울지가 걱정이었습니다.
오래전에 계획해둔 여행이 코 앞에 닥쳐오니 더욱 그럴 수 밖에요.
어렵게 아이들을 모아 놓고 사정 얘기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막무가내로 반대하던 아이들이었습니다.
고등학생 딸 아이는 시험기간이라고 극구 반대를 했지요.둘째녀석은 당번이라며 아침에 일어 날 것을 걱정했습니다.
세째녀석은 제 소풍이 들었는데 김밥은 어떻하냐고 입이 뾰루퉁해졌습니다.
남편도 3일 동안 아이들이 걱정이라며 여행을 만류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제 발목을 잡는 것은 한두가지가 아니었지요.
세 아이를 둔 대한민국의 아줌마가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했습니다.
사실은 저 혼자만 포기하면 모든게 다 해결되기에 충분했지요.
하지만 아주 오래 기다려온 제주도 여행인지라 포기할수 없었습니다.
며칠을 아이들에게 설득했습니다.지성이면 감천이라지요
해결책을 제시하고 남편과 아이들의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큰 아이는 아빠가 일찍 깨우고 ,다시 큰 아이는 동생들을 깨우고 아침을 챙기기로 다짐을 받았습니다.엄마가 없어도 각자 집안일을 분담해서 해결하도록 할일을 주어줬지요.
시험기간인것, 아들의 소풍기간인 것이 무척 맘에 걸렸지만 믿고 떠나기로 맘 먹었습니다.
모처럼만의 나만의 2박3일 여행이지만 결코 발걸음은 가볍지 않았습니다.공항 가는 버스안에 앉아있으면서도 집에 되돌아가야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갈등을 수 없이 했습니다.혹여 나만의 여행을 위해 모든 걸 던지고 떠나는 난 몹쓸 엄마는 아닌지 하는 생각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고서야 맘을 굳혔습니다.
더 좋은 엄마로 거듭나기 위해 떠나는 거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고나니 좀 위안이 되더군요.
하늘에서 만난 구름은 솜사탕마냥 가까이에서 뭉게뭉게 피어올랐습니다.무릉도원은 아닌지 하는 착각이 들게 했습니다.트랩에서 바라본 제주바다는 끝없는 수평선을 그리며 푸른물을 그득 담고 있었습니다.그 바다서 은밀하게 불어오는 바다는 가슴을 시원하게 적셔주었습니다.이국의 정취가 묻어나는 제주의 절경들을 따라 나섰습니다.
성산일출봉에서 만난 파도는 잊을수 없을듯 눈이 부셨습니다.쉼없이 와서 부서지는 파도 때문에 눈이 부신적이 전에는 결코 없었습니다.
오랜세월의 흔적을 묻어나게 하는 시루떡 같은 바위에 와서는 철썩 부딪치고 부서지는 흰 파도를 만나니 절로 시인이 된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도 바다도 바람도 그 안에 깃든 햇살도 좋았던 곳입니다.
이생진 님의 성산포라는 시를 외우고 오지 않음이 후회스러울 뿐이었지요.
제주민속촌 만장굴 산굼부리 산방산 추사 김정희 적거지 주상절리 등 제주의 어느곳 하난들 내 마음을 사로잡지 않은게 없었습니다.
산굼부리의 은빛 억새 물결은 만추의 가을을 고스란히 담아 내고 있었습니다.
2박3일 맘이 통하는 사람들과의 여행은 행복 그 자체였지요.
아침 저녘 아이들 걱정에 전화를 했더니 아이들은 잘 지낸다고 답을 했지만 미안한 맘은 끝이 없었습니다.
아주 맑은 가을날 제주여해을 즐겁게 마치고 비행기를 탔습니다.하늘에서 올려다 본 제주의 야경은 또 하나의 볼거리네요
고깃배와 바다 그리고 거리의 불빛들이 보석처럼 빛나네요.
온갖 보석으로 빚어진 제주도에 마음을 두고 왔습니다.추억을 두고 왔습니다.
집에 오니 나의 빈자리를 아이들은 빈틈없이 채우고 있었네요.
나 없으면 큰 일 나겠지하는 조바심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도 좋을만큼 말입니다.
제주 워크숍을 다녀와서
200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