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의 여름이야기-섬진강 지키기 대탐사7박8일후기

클레오파트라2 2010. 3. 27. 22:45

찌는 듯한 폭염에 남도는 지금 이글거리고 있습니다.한둘금의 소나기가 간절히 그리운 오후입니다.일주일 전의 그 진한 감동을 생각하면 이글거리는 태양만큼이나 제 가슴은 벅차오릅니다.
나이 마흔 아줌마가 무슨 그리 벅찬 일이 있었느냐고?
저의 여름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저요 마흔 올 여름에 정말이지 큰 일을 저질렀습니다.
더 나이 들기전에 무엇엔가의 도전자 목말라하는 저입니다.젊은들이 국토대장정을 할땐 제 가슴의 피도 뜨거웠답니다.좀더 젊었더라면 저들과 함께 국토대장정을 했을텐데 왜 아줌마를 위한 국토대장정은 없는지 늘 아쉬웠습니다.
혹여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당장에 덤벼들어 함께할 준비가 된 아줌마였지요.
간절히 갈구하니 꿈에도 그리던 일이 저에게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섬진강 지키기 대탐사"대원모집을 우연히 도서관 대자보에서 보았습니다.제 심장이 멎는줄 알았습니다.물불 안가리고 그자리서 전화번호메모하고 집으로 달렸습니다.인터넷 선착순 모집이 맘에 걸렸거든요.모집일로부터 사나흘이 지난상태라 걱정이 되었거든요.서류를 내고 며칠을 기다렸더니 영산강 유역환경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섬진강 지키기 대탐사대원이 되었다고하더라구요.온 세상을 다 얻은듯 기뻤습니다.탐사대원들의 응급처치법 교육을 위한 사전모임을 다녀오고나니 더욱 실감이 났습니다.7박8일간 섬진강변을 따라 걷는다는게 얼마나 가슴벅차 오르던지.
날은 더디갔습니다.하지만 대망의 탐사날은 오고 말았지요.
7박8일 세 아이와 남편을 두고 집을 비워야한다는게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남편과 아이들에게 간곡히 설득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집을 비우기는 참으로 오랫만이지요.아니 결혼하고 처음인듯 싶지요.
8월2일 드디어 탐사대원이 되었습니다.버스터미널에서 처음 만난 대원들과 함께 전북 진안으로 향했습니다.가는도중 곳곳에서 대원들을 태우고 첫 숙소인 대광수련원에 여정을 풀었습니다.점심을 먹고 탐사대복장을 갖쳐입고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까지 걸었습니다.한낮의 지열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고통에 힘들긴 했지만 숲길을 걷는것은 그나마 다행이었지요.초면인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데미샘에 올랐지요.섬진강의 그 긴 강줄기의 물은 아주 작은 옹달샘에서 시작했습니다.생명수와 같은 시원한 물을 마시고 섬진강 지키기 탐사대 발대식을 했습니다.섬진강지키기에 애쓰는 사람들을 만나고 힘껏 구호를 외치며 대장정에 올랐지요.
진안서 광양까지 212km
탐사대가 걷는 구간은 127km였습니다.
말이 쉽지 불볕더위에 걷는게 쉽지 않을 일이었습니다.
하산길은 수월하게 내려와 숙소에서 저녘을 먹고 서로 알아 하나되기를 했습니다.드넓은 운동장에 별과 달을 초대해서 캠프파이어를 하며 하나되었습니다.
둘째날 잠자리가 바뀐 때문인지 일찍 눈을 뜨고 8시 도보를 시작했습니다.도보로24km를 걸었습니다.땀이 비오듯하고 금방이라도 쓸어져버릴듯한 더위였지만 누구도 힘든 기색을 하지 않았습니다.걸어서 풍혈냉천이라는곳엘 갔습니다.밖은 찜통인데 세상에 그곳에 시원하다못해 아주 춥더군요.극과 극의 세상이었습니다.냉천에 발을 담그는재미도 참 좋았지요.어찌나 물이 차갑던지1분도 채 담그기 어려웠습니다.무모한 내기를 했습니다.누가 오랫동안 견디나하는내기 말입니다.남들은 1분도 견디지 못하는 것을 20여분 견뎠더니 발이 발개지고 완전 무감각이 되었습니다.한낮에 강변에 앉아 부착조류에 관한 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정화활동을 했습니다.방수리야영장 주변의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더라구요.인간들이 무심코버린 것들이 제다 쓰레기로 널브러져있더군요.4선녀와 내려왔다는 사선대라는 풍광좋은 곳에서 휴식하고 임실 환경교육관 숙소에 왔습니다.밤에는 섬진강시인 김용택시인을 모셔놓고 섬진강이야기를 들었지요.3일째 되던날에 24km를 걸었습니다.장군목이라는 산자락을 휘돌고 돌아 순창까지 왔지요.점심은 계곡물에 발 담그고 먹었습니다.그늘과 시원한 물줄기 한여름엔 이보다 더 좋은게 없지요.잠깐의 신선놀음에 행복했습니다.학교에 천막을 치고 모기장치고 하늘을 이불삼아 잠을 잤습니다.무엇보다 시원해서 좋은 잠자리였지요.네째날은27km를 걸어 남원에 입성했습니다.땡볕에 무슨 고생을 사서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던 날이지요.여기저기서 발에 물집이 잡힌 대원들이 생겼습니다.빨갛게 이글거리는 얼굴 줄줄 흘러내리는땀 모두가 힘들어보였지만 그 모습들이 또 다른 옆사람들에게 힘이 되었습니다.아름드리 나무의 그늘이 그토록 고마운줄을 절실히 느꼈던 날이지요.광한루에서 휴식을 취하고 늦은 밤 남원 테마파크서 벌어진 뜨거운 무대에 흠뻑 빠져 하루의 피곤을 잊었습니다.
다섯째날 곡성입성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기차를 타고 아름다운 섬진강을 구경했습니다.드라이브 코스로 최고로 친다는 섬진강 풍경이 예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산자락을 휘돌면 또 다른 산자락이 강물에 비쳤습니다.강변을 따라 자전거 하이킹하는것도 신났지요.비오는 섬진강물에 몸을 담그는 여름날도 더웠지만 좋았습니다.밤에는 강변에서 펼쳐진 섬진강변 음악회에 흠뻑 젖어들었습니다.돌아오는길 별과 달을 벗삼아 다리는 건너는데 황홀했습니다.ㅇ
여섯째날엔 구례땅을 밟았습니다.
밤사이 잠깐 내린 비로 그 맑던 섬진강은 가도가도 황톳물이었습니다.
압록이라는 곳에서 보성강과 만나 하나의 강줄기를 이루고 흘러갔습니다.강변의 무성히 자란 들꽃과 왜가리 백로의 날개짓도 눈에 들어오더군요.새들이 살수 있다는 것은 아직 그래도 섬진강이 맑다는 얘기지요.수달 서직지을 밟아보고 수달이야기도 들었습니다.오후에는 래프팅을 즐기는 시간도 가졌지요.상류에서 그 맑던 물은 온데간데 없고 물이 탁했습니다.강폭도 넓어지고 물줄기도 거세서 스릴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밤에는 팀끼리 모여서 탐사하면서 느꼈던 토론을 서로주고 받았지요.
일곱째날은 피아골서 하동송림까지 버스로 이동 송림에서 섬진강 문학과 문화이야기를 들었습니다.은빛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진 보기 드문 경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그옛날 섬진강은 은빛모래가 몇백리 가득했다니 상상만해도 행복했습니다.계발이라는 이름하에 그 아름답던 모래들이 많이 채취되어 나갔다니 안타까웠습니다.이제라도 모래채취를 금지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지요
큰 느티나무 그늘 좋은 곳에서 섬진강 동 식물 프랑크톤에 관한 강의도 들었습니다.
드디어 최종 종착지인 광양망덕포구 도착
어찌나 기쁘던지 탐사대원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폭염과 물집과 싸워서 당당히 이겼던 서로에게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습니다.함께 먹고 자고 하다보니 어느새 우리는 하나가 되었던 게지요.망덕포구에서 맞았던 그 시원한 바람은 잊을수 없을듯 싶습니다.
망덕포구가 저만치 보였을때 벌써부터 가슴이 뛰었노라는 표현이 맞겠군요.
섬진강 물길따라 걸었던 자신에게 잘했던 응원의 박수를 마음으로 보냈습니다.
뒷풀이 마당을 배알도에서 걸죽하게 했지요.판소리를 듣고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아주 신명나게 했습니다.4시 아직 땡볕 그 더위도 잊은채 하나가 되었지요.
섬진강 탐사를 다녀온지 일주일
더위 때문에 고생을 많이했지만 앞으로 힘들때 곱씹어보고픈 아름다운 추억의 한자락으로 남을듯 싶네요
어쩌면 1년 걸어야할 거리를 다 걸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1년 내 먹어야 할 물을 그 7박8일에 다 먹었는지 모릅니다.
내 생애 그렇게 맛있었던 쭈쭈바는 처음이었는지 모릅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전과 똑 같은 세아이의 엄마입니다.
아니 섬진강 탐사를 통해 예전과 다른 엄마가 되었습니다.
환경을 먼저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주부인 나부터 환경오염을 줄이는데 앞장서기로 맘을 다잡았지요.
섬진강
너 내 안에 있어 행복하다

섬진강 지키기 대탐사를 다녀와서
2006.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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