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흑산도 여행기2006.7.14

클레오파트라2 2010. 3. 27. 22:44

그토록 오랜 시간 안개에 덮힌 적이 없었다.육지의 안개야 금방 걷히고 마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섬 안의 안개는 육지의 그것과 사뭇 달랐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장마 기간동안은 내 안개에 휩쌓인단다.
색깔 없는 회색마을이 따로 없었다.하룻밤을 묵어도
도대체가 홍도가 윤곽이 잡히질 않았다.
창문을 세차게 흔드는 바람소리에 잠을 깼다.여행지에서 이른 아침이 상큼하다.
안개만 없다면 더 좋을 것을 이놈의 안개는 걷힐줄 모르고 더 짙게 내려앉아있는게 아닌가!
7시50분 유람선이 뜬다는 동네방송이 또렷이 들려온다.정말 반가운 소리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선착장으로 향했더니 안개때문에 해수욕장 선창장에서 배가 뜬다.
아담한 홍도초등학교를 휘돌아 고개를 넘어 선착장에 도착하니 유람선을 타려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드디어 뜨려는가 했더니 안개 때문에 출발시간을 자꾸 늦춘다.
제발 제발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두어시간을 해수욕장에서 서성였더니 새볔기운은 벌써 후텁지근하게 바꼈다.맥없이 물수제비를 던져보고 평상에 앉아 바다바라보기도 해본다.바닷가에서 아침을 맞다니 정말 근사하지 않은가.
끝내 배는 뜨지 않았다.12시 30분 배는 분명코 뜬다고 했다.10시20분 홍도를 출발하는 배에 몸을 실었을땐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홍도가 속살을 내비치고 있었다.낯선 타인의 향기에 익술할법도 하련만 무에 그리 부끄러워 쉬이 드러내지 않더란 말인가.
끝내는 홍도의 전체 모습을 새기지 못하고 떠나와야했다.
한번 방문보다는 두번의 방문을 기다리는 홍도의 마음이라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랠밖에
점점 멀어져가는 홍도를 뒤로 하고 30분만에 도착한 곳은 흑산도다.
홍도 다음으로 정말이지 가고 싶어했던 흑산도이다.
평범한 그냥 섬일테지만 나에게는 색다르다.처음 발을 내딛는 곳이기 때문이리라.
다도해해상국립공원 흑산도 분소에 들러 환경안내원 김경희씨의 자연해설을 들었다.
사무실과 멀리 외따로 떨어져있는 자연관찰로는 우리의 자연관찰로와는 사뭇 달랐다.
이름부터 독특하다.
흑산도 배낭기미 자연관찰로
입구에 처녀신을 모시는 진리당이 있는것도 독특하고 관찰로 중간에 위치한 작은 용왕당도 특색있다.파도소리까지 가까이서 들을수 있고 크고 작은 섬들까지도 한눈에 있는 잘 다듬어진 관찰로였다.후박나무 구실 잣밤나무 황칠나무들이 눈에 띤다.
애기며느리밥풀꽃,푸른잎하나 커다랗게 달고 나온 석위라는 것도 처음보는 것들이다.육지의 식생과 사뭇 다른 식생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흑산도에서 자생한다는 혼을 부르는 나무 초령목도 낯선 나무다.
흑산도만의 색깔을 느낄 수 있는 관찰로임에 분명했다.
자연을 잘 이용한 관찰로를 한바퀴 도니 한낮임에도 기운이 절로 난다.
자연이 뿜어내는 맑은 향에 머물다보니 자연의 말간 기운을 그대로 받은것이다.
아직 덜컥 거리는 비포장도로를 때때로 달려야하지만 흑산도 일주도로는 참 인상적이었다.고불고불 고개를 넘으려할 즈음에 만난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반갑다.
흑산홍어를 형상물의 버튼 하나를 누르니 흑산도 아가씨 노래가 구성지게 흘러 나온다.
흑산도에서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아래서 듣는 흑산도 아가씨 감회가 새롭다.
주위에 멋진 풍경때문인지 흑산도 아가씨의 애잔함이 절절이 묻어나오는듯 싶다.
흑산도의 곳곳에서 보는 풍경이 아름다운 삽화 한컷 한컷이 된다.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들이 또 있을까.
물리도록 바라보고 살았던 바다였지만 흑산도의 바다는 지리한 맛이 없었다.
사람 내음이 묻어나는 바다였다.
그사이 몸서리 치도록 우리를 따라다녔던 안개는 소리없이 사그라 들었다.
언제 안개가 있었느냐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있는 바다다.
4시40분 목포행 배에 몸을 실었다.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흑산도를 눈에서 뗄수가 없다.
아주 눈에서 사라질때야 넘실대는 파도에 눈을 주었다.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큰파도의 출렁거림이 감지했다.
전에없던 작은 현기증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1박2일 짧은 여정이었지만 행복한 순간들이었음에 분명하다.
자원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껴도 좋을 시간이었다.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노라니 나를 되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묻어두고 오던 날!
갈매기 한쌍 날으는 바다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