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3월12일 무돌길

클레오파트라2 2022. 3. 12. 20:12



역으로 무돌길 가기
평상시에는 꿈꿀 수 없는 역행이다.
왜냐면 무돌길의 시작은 우리집에서 가까운
각화중에서 시작하므로.
헌데?거꾸로 갈 일도 생긴다.
살다보면 말이다.
금곡서 4시 54에 타아 할 버스를 놓쳤다.그것도 아주 코앞에서.
저만치 승강장에 버스가 서 있는 게 보여서 냅다 달렸는데
나의 달음박질과는 상관없이 버스는 출발했다.
1시간에 한 대 있는 버스라는 걸 버스 기사도 알 터,
기사님 참 인정머라고 없다고 원망할밖에.
하는 수 없다.
1시간을 기다릴 수는 없다.
무돌길 역행해야지.
시계를 보니 5시54분
집에 도착하니 6시33분
금곡서 집까지 1시간 40분 걸은 게다.
일부러도 걷는데 이 정도 쯤이야.
뒷날도 역행이다.
버스를 놓쳐서가 아니라
버스 올 때까지 못 기다려서다.
20분 기다리는 동안에 배제마을까지 갈 수 있다는 가늠이 생긴 것이다.
전날 바쁘게 걷느라 놓쳤을까?
아니면 따뜻한 날씨 덕분일까?
어제는 못 보았던 꽃을 본 것이다.
고은 시인 그랬던가!
ㅡ올라갈 때 못 본 꽃
내려올 때 보았네ㅡ
그짝이다.
무돌길에 노란 생강나무가 피었다.
한 그루 아닌 세 그루가 피었다.
혼자 걷는 그 길 외롭지 말라는 듯이.
아무리 바빠도 쉬어갈밖에.
가까이에 코를 벌름거려 보니 틀림없이 생강 냄새다.
산속에서 가장 먼저 피는 꽃.
그 꽃으로 인하여 이제 나는 온전히 봄을 맞는다.
깊은 산속 밭자락에 섰는 매화꽃은 아직 몽우리 졌을 뿐인데.
가을에도 노오란 포크 같은 잎으로 계절을 알리더니만.
나의 계절은 생강나무로 인하여 그렇게 두 번 깨어나다니!
고맙다 생강나무야.
등촌마을에 오니 바야흐로 민가에도 봄이 온 게다.
담장 너머로 고개를 비쭉 내민 노란 영춘화와 홍매가 날 반길 줄 몰랐다.
춥고 지리한 겨울을 나고 생명을 싹틔우는 자연의 위대함이 거
기 있었다.
한동안 머물며 그 자태에 ,향에 취해 주어야 자연에 대한 답가가 될까?
생각지도 않은 역행의 무돌길은 내게 살가운 봄을 선물했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더 큰 선물!
볕 좋은 곳엔 노란 양지꽃도,
개구리발톱도 함성처럼 일제히 일어섰다.
봄이라고 넌즈시 말을 건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