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옥헌의 배롱나무 꽃이 만개했을 때 명옥헌에 가기.
올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는데 어찌 때를 놓쳤다.
마음은 몇번이고 명옥헌으로 향했지만 발이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걸어서,그리고 자전거로 갈 거리만 됐어도 즌작에 서너 번은 다녀왔을 터.
남편 차를 얻어탈 요량이었지만 뭐 볼것이 있냐는 비아냥에 비위가 상해서
더이상 가잔 말을 하지 않았다.
헌데,
이 화창한 가을 그것도 토요일 오후에 기회가 왔다.
지인이 연락해서 어디라도 가자는 것이다.
어디라도 좋다면 거기는 명옥헌이어야 했다.
여자 셋이 떴다.
차로 달리면 20분 거리. 그게 거기까지 가기가 참 힘들었다.
해거름에 도착한 명옥헌은 한적했다.
주차장에 몇 대의 차가 있었지만
혹여 그들이 명옥헌에 갔다면 그들은 내려가고 우린 올라가기를 바라면서 걸었다.
가을 배추 밭에서 바쁜 일손을 놀리는 할머니에게
배추농사 잘 지었다는 너스레까지 떨면서 걸었다.
담장 너머 길가로 고개를 내민 탐스런 감이 익어가는 걸 보니 영낙없는 가을이 그곳에 있었다.
화사한 꽃은 졌어도 그 공간에 있음으로 행복하다면 최고의 공간 아닌가!
대문 앞에서 노점상을 차려놓은 할머니에게 먼저 갔다.
이 가을에 뭔가 살거리가 있다면 사고팠다.
단감,열무,감식초,밤,호박 등이 나와 있다.
고구마순을 사고 싶은데 없다고 했더니만 자식이 오면 주려고 금방 뜯어다가 냉장고에 두었단다.
팔라고 했더니만 가져오셔서 내놓기에 냉큼 샀다.
그 시간에 우리뿐일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서너 팀이 더 있었다.조금 있다 그들이 다 내려가고
사방이 사위어갈 때 우리 독차지가 된 명옥헌.
우리뿐이서 좋았다.모처럼 회포 풀면서 깔깔깔.
짬의 여유란 이런 것일 게다.
명옥헌 하늘에 별이 총총히 떠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자리를 떴다.
시장이 반찬이라던가?
늦은 저녁은 창평국밥으로다가 한 사발.
매운 고추마저도 달달한 밥상임을 말해 무엇하랴!
10월의 어느 하루가 또 이렇게 갔다.
아니 아니 왔다!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26일의 무등 (0) | 2021.10.29 |
---|---|
가을날의 적벽ㅡ광주시티투어 (0) | 2021.10.24 |
9월26일 풍암정서 노닐다 (0) | 2021.09.30 |
광주디자인비엔날레ㅡ9월25일 댕겨오다 (0) | 2021.09.30 |
순식간의 변화무쌍 무등산 ㅡ9월17일 (0) | 2021.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