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통영으로 떠나다2008.2.4

클레오파트라2 2010. 3. 27. 23:04

어딘가 낯선곳으로 떠난다는 것은 늘 가슴설레이게 한다.
여행 떠나기 전은 늘상 잠못드는 밤이게 마련이다.혹여 늦을까봐 일찍 잠자리에 누웠지만 좀체 잠들지 않는다.
처음 가게되는 통영에 대한 상상의 날애를 펴다 슬며시 잠이들었다.
그리고 알람에 맞춰 눈 뜨니 아직 어둑한 새볔이다.
서둘러 집을 나선다.매서운 아침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발걸음만은 가볍다.
겨울여행 그리고 통영이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예정된 시간보다 20여분 늦게 출발했다.
함께 떠날 때 꼭 늦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늦게 도착한 그 이를 원망하기보다는 피치 못한 이유가 있으려니하는 마음의 여유까지도 갖게 된다.
드디어 출발이다.
낯익은 거리 풍경을 한동안 스치고 나니 시야가 드넓게 펼쳐진다.
산 끝이 어디고 하늘끝이 어디메 쯤인가?
나목들만 서 있는 허허로운 산일지언정 곧 그 속에 피어날 희망의 노래 있으니 쓸쓸하지 않다.2시간40분 남짓 달리노라니 통영IC다.그리고 바다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바다다"라는 함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바다에 굶주린 사람들의 아우성이다.특히나 겨울바다에 굶주린 사람들의 아우성
바다가 먼저 들어온 통영이다.
차안에서 줄곧 통영의 문학과 시 시인 이야기를 곱씹었지만 그것들은 바다에게 순간적으로 압도당하고 만다.갯내음이 물씬 풍기려나 싶어 코를 벌름거려보지만 다른 항구와는 사뭇 다르게 갯내음은 덜한다.깨끗한 항구임을 한눈에 볼수 있었다.
문학기행으로 처음 발을 내딛은 곳은 청마 문학관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곳에 아담하게 위치해 있었다.청마의 삶을 조명하는 청마의 생애편,청마의 작품세계편 청마의 발자취 시 감상코너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된 문학관이다.
입구에서 청마의 동상을 마주하며 문화관광해설사로부터 청마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들을 들었다.
그의 삶과 작품 그리고 사랑까지도 어느것 하나 허투로 넘길수 없었다.
문학소녀시절 청마의 시'행복'을 외우기 위해 몇날을 고생했던 날도 반추했다.
어쩌면 그리도 멋진 시를 쓸수 있을까을 늘 고민했었는데 이제는 답을 알듯도 싶었다.
연애를 하면 시인이 된다는 말이 그냥 웃으개소리는 아니었다.
행복이라는 시를 쓸때 시인은 한여인을 지극히도 사랑하는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돌담으로 꾸며진 생가는 아담하니 인상적이었다.
어제까지도 살림을 한듯 개다리 소반에 가마솥에 윤기가 흐른다.
여늬 생가와는 달리 살아있는 느낌이다.시인이 살아서 숨쉬는 느낌이랄까?
숱한 돌들로 이뤄진 담장이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듯 싶다.
바다라지만 따뜻한 기온이 감도느 문학관엔 벌써 봄 소식이 완연했다.
보라빛 큰 개불알풀꽃이 미풍에 하늘거리며 가볍게 봄인사를 건넨다.
남망산으로 가는 길 버스에서 내려 김춘수 생가를 먼 발치에서 보았다.
그 아버지가 운영했다던 방앗간 자리에는 새 건물을 올리는지 뼈대만 앙상하게 드러났다.남망산 오르는 길이 어찌나 가파른지 겨울날 눈오면 썰매타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불행인지 다행인지 통영에 눈은 흔치 않단다.
남망산 조각공원은 공원의 고정관념을 일순간 날려버리기에 좋은 곳이었다.
거대한 공원에 익숙한 도시민에게 남망산 공원은 그냥 동네의 쉼터 같은 곳이었다.바다가 훤히 보여서 좋았다.저만치 세병관의 기와지붕이 충렬사의 용마루가 아득하다.초정 김상옥 시비와 조각작품을 보고 솔내음 풍겨오는 오솔길을 걷고 그리고 전망좋은 곳에 앉아 겨울볕쬐며 바라다보는 바다가 좋았다.
점심은 굴밥
늦은 점심에 별미라서 너나없이 한공기를 뚝딱 순식간에 헤치웠다.
식후의 커피 한잔마저도 바다와 벗하니 별다른 맛이라면 과찬일까!
오후에는 강구안과 초정거리 청마거리 박경리 생가 충렬사를 돌았다.
청마거리는 통영우체국이 있는 곳이었다.
수예점을 하던 여인을 사랑한 청마는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늘 편지를 쓰고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쳤던 것이다.
우체국 바로 앞에 행복 시비가 있다.운치 있게 낭송하노라니 금새 그곳은 길거리 시 낭송장이 되고 만다.
우체국에 총총히 들러 엽서를 두어장 샀다.
통영으로 떠날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내 가족이 있었기 때문
사랑하는 딸에게 엽서를 썼다.
시인의 마음이 되어서
초정거리를 걷는 발걸음이 색다르다.이 거리에서는 천천히 아래를 보고 걸어야했다.보도블럭에 그 지방 화가들의 작품이 있는것이다.
'김약국의 딸들' 작가 박경리도 통영 출신이다.생가는 먼 발치에서 보고 문학속에 나오는 명정골에 갔다.쌍둥이처럼 우물이 둘 나란히 있다.
해와 달을 상징하는 샘
명정골을 설명하는 작가의 육필원고가 살갑게 느껴진다.
문학기행을 떠나오기 전에 김약국의 딸들을 다 읽고왔기에 느끼는 살가움이리라.
신호등을 건너 충렬사를 오른다.
명장 이순신장군을 모신 사당이다.
외삼문부터가 다른곳과 사뭇 다르다.
웅장하다.아마도 서울 한복판에 있었더라면 명물이 되었을게 분명한 그럴듯한 문이다.
오랜세월 역사의 면면을 들여다보았을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가히 압도적이다.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모신 사당의 용마루 또한 특이하다.
태극기에서나 볼수 있는 괘가 있고 해가 있다.
내삼문 용마루에는 달을 두었다.
해와달
음과양의 조화를 건축물 하나에서도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내 눈을 사로 잡는 것이 또 하나 있다.사당 한켠의 아주 작은 웅덩이
무엇일까?
감히 혼자 갔더라면 도시 볼수 없었던 것을 보았다.
제를 모시고 나면 축문을 태우는 곳이란다.
소소한 작은 것까지도 배려한 우리조상의 지혜에 또 한번 혀를 내두를뿐이다.
웅장하지는 않지만 아담함속에 내실있는 충렬사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던 곳이다.
전시관에서 둘러본 물건들도 남도의 그것들과 사뭇 다른 것이었다.
타일로 지어진 전혁림 미술관은 또 다른 색다름이 있었다.
버스는 마지막으로 거북선 옆에 잠시 머물렀다.중앙시장에 들러 갯것들을 살수 있도록하는 작은 배려로.
시장은 우리의 양동시장과 남광주시장도 다를바없다.
그곳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장사치의 말투만 다를뿐.
"쌉니다.사가이소"
돌아오는길
어느 휴게소에서 먹었던 충무김밥의 맛은 일품이었다.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충무김밥
김밥도 김밥이지만 대충 썰어서 담근 무김치가 그만이었다.
혹시 그맛난 무 김치에 충무김밥이 유명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순간했었다.
하루해는 벌써 꼴딱 넘어간지 오래다.낯선 여행지에서의 어둠은 두려움이다.
버스에 앉으니 하루 통영에서 만났던 풍경들이 클로즈업되어 스친다.

통영의 빛과 색은' 팔할이 예술이다'라는 말이 결코 허투로 들리지 않았던 곳이다.
김춘수 유치환 유치진 박경리 전혁림 이한우
그들의 예술적끼는 갈매기 날으는 바다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이 분명하다.
공사로 인해 코앞에 두고도 단체관람이라서 보고 오지못한 세병관이 못내 눈에 아른거린다.
통영을 다시 찾아햐할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