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동심으로 떠나기2007.8.30

클레오파트라2 2010. 3. 27. 23:00

불볕더위의 연속이다.

아 언제즘 이 더위가 갈 것인가?

여름은 이렇게 뜨거운데 정작 가을은 오기나 할건인가?하는

의아심이 드는 요즘이다.

폭염속에 여름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아침 저녘은 볕이 없어 잠깐 숨을 돌릴수 있다.

폭염속에 축 늘어진 잎마냥 낮에는 사람도 숨을 죽이고 싶다.

그리고 해질녘 서서히 다시 일어나고 싶다.

우연히 쳐다본 노을은 참 곱기도 했다.

도시에 사는 편리함이 많은것을 잊고 살게 한다면 편리함에 익숙한 인과응보쯤으로 치부해버릴수 있을까?

어디 노을뿐인가?

그날은 베란다와 하얗게 부서지는 달빛까지도 보았다.

무에 그리 바쁜게 많았을까.

달마다 달은 뜨고 노을을 졌을진대 볼수없었음이 어쩌면 바쁨보다는 무심함을 앞세워야하지는 않을까?

달빛을 벗삼아 동심으로 돌아갈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봉숭아 때문이었다.

시골집 마당에 곱게 피었던 봉숭아 꽃잎 너무도 고와서 그냥 지나칠 수없었다.

한 웅큼 따와 찧었다.

신기할 것도 하나 없건만 절구통에서 짖이겨지는 봉숭아를 아이들은 눈여겨 바라본다.

비닐팩을 적당히 자르고 실을 자르고

서로 먼저 물을 들이겠다고 손을 내민다.

적당히 떼어서 손톱끝에 올려 놓는다.

적당히 감싸고 칭칭 묶는다.

순식간에 열손가락은 마법에 걸린 비닐손가락이 되었다.

손은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내 마음은 서서히 어릴적 추억속으로 젖어든다.

엄마 어릴적 얘기는 시골 할머니가 가져온 보따리 마냥 풀어도 풀어도 끊임없이 나온다.

"우리집 앞마당엔 여름이면 봉숭아가 가을이면 국화가 가득했지.

이맘때면 밤에 동네 언니 동생들이 몰려와서 봉숭아 물을 들였단다.

마당에는 쑥향 징하게 나게 모깃불을 피웠고 하늘엔 성근 별들이 총총했었지

......."

내 이야기 보따리는 이제 시작일뿐인데

무릅맡에 아이들은 벌써 잠이 들었지요.

봉숭아 물들이며 저 또한 동심으로 돌아갔습니다.

가슴 한켠에 남은 추억은 아직도 봄날이건만......

함께 별을 헤메 봉숭아 물들이던 그네들은 어떻게들 사는지......

추억을 삼키며 또 하나의 여름날밤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200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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