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즐거움은 여러가지 부담을 벗어던지는 것이다.
아침에 그 누군가를 깨울일도 밥 차릴 일도 없어서 더욱 좋다.
차려 준 밥상에 익숙하다보면 여행의끝자락서는 며칠만 더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늘상 여행의 끝은 아쉬움이게 마련이다.여행에 대한 아쉬움 즐거움에 대한 아쉬움 편안함에 대한 아쉬움 말이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던 때문인지 중간에 깨는 것도 없이 숙면을 취했다.
어쩌면 어제 그렇게 열심히 뛰고 돌아다닌 활동덕분인지도 모르겠다.
약식이지만 아침 먹기까지 잠깐의 짬을 이용해서 온천을 즐기니 잠시라도 몸의 피로를 푸는데 더할나위없이 좋았다.
나이 먹어가면서 여행은 여유가 있어야한다는 말은 이제서야 수긍간다.
전에 더 많이 보겠다고 더 빨리 서둘러 나서기 십상이었는데 첫코스 금정산 범어사가 가까운 때문에 여유가 있었다.
버스 타고 얼마가지도 않은듯 싶은데 바로 범어사 입구다.
멋드러지게 지어진 해설사집이 가장 눈에 띤다.
낯익은 부산해설사님 두분이 반갑게 맞이한다.같은 일을 한다는것은 동료의식을 느끼게 한다.가는 곳마다 해설사들의 환영이 뜨겁다.최차호 전 해설사회 회장님이 범어사 길라잡이를 해주셨다.
해박한 지식으로 범어사 를 속속들이 소개하니 한눈에 들어오는 절집이 되었다.
우람함은 덜 하지만 일주문이 눈에 들어왔다.돌절반 나무절반 기둥이 인상적이다.천왕문은 있어야할 자리에 없었다.
최근 범어사 천왕문 화재사건으로 소실되었단다.다행히 귀중한 유물은 성보박물관에 있었다니 그나마 안심이다.건물은 온데간데 없고 노란 폴리스 라인만이 화재현장을 얘기해주고 있다.세우긴 어려워도 사라지기는 쉬운게 인간이 만든 조형물들인것임을 안다면 함부로 다룰수 없는 목조건물.아끼고 또 아껴도 시원치않을판에 화재라니!
오밀조밀 볼거리가 많은 절집은 가는곳마다 발길을 붙잡는다.관음전에 서니 목탁소리와 관세음보살을 외는 보살님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관음전에 다 들어가지 못할 정도의 신도들이 몰려서 밖에 비닐로 임시 기도처가 마련되었다.사방팔방서 지켜보는 관세음보살에게 소원하는바가 많은 중생들의 기도는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절 하고 또 절하는 불자들의 모습은 오래 기억에 남을듯 싶었다.
관음전 옆에서 놋그릇을 열심히 닦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범어사는 나한전이 달라 보였다.독성각과 팔상전이 나란히 그렇게 한 건물에 붙어 있었다.
아치형의 독성각도 그리고 아치위에 꽃을 든 선남선녀의 작은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대나무가 많이 둘러진 절집이랄까?
1300년 고찰임을 확인케 하는 유물은 석탑과 석등
돌만이 세월앞에 영구하다.
옛선현들이 돌을 좋아함은 변함없어서라니 일리가 있는 말인듯 싶다.
해설 잘 듣고 통도사로 가는길 부산해설사의 따뜻한 마음을 받았다.
차마 먹기 아까울정도로 예쁜 망개떡을 선물한 것이다.
어릴적 맹감나무라고 했던 그 잎으로 계곡의 맑은 물을 떠 먹곤 했는데
그 잎으로 떡을 싼것이다
망개잎이 떡을 상하지 않게 효과가 있는 것이다.
쫀득쫀득 처음먹어보는 망개떡이 참으로 별미다.
타 지역 해설사를 챙기는 따뜻한 맘을 생각하며 맛있게 먹은 망개떡이다.부산하면 어쩌면 망개떡이 더 먼저 떠올를지도 모르겠다.
통도사 오르기전에 산채비빔밥으로 배를 채우고 절집에 올랐다.
입구부터 우람하다.영축산 통도사라는 현판을 만나고 버스로 한참을 가서 주차장에 내렸다.
내를 옆에 두고 가는 절집은 가파르지 않아서 점심 먹은 뒤라도 산보하듯 그렇게 둘러볼수 있어서 좋았다.
삼보사찰중 하나
통도사는 법보사찰이다.자장율사가 부처님 사리를 가져와서 모신 적멸보궁
우리나라에 있는 다섯개 적멸보궁중 한곳이다.
대웅전엔 아무리둘러봐도 부처님이 없다.금강계단에 부처님 사리를 모신것이다.
대웅전 지붕의 작은 연봉들 그리고 기둥위 작은 항아리들이 인상적이다.그 작은 항아리에 물을 얼마나 담겠는가마는
불을 막겠다는 벽사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호혈석 전설은 귀를 솔깃하게하는 이야기다 그럴듯해서 더욱 귀 기울여진다.
마지막에 들린 성보박물관에 정말 볼거리들이 많았다.꼼꼼히 본다면 아마도 서너시간 더 볼수 있는곳
박물관 입구서 만난 불화는 가히 인상적이었다.그 어디에서 보아도 내 눈과 마주치는 눈빛이다.아니 내 눈빛을 따라온다고나 할까?
1층 귀퉁이에서도 2층 귀퉁이에서도 나를 따라온 부처다.나와 함께하는 부처 그래서 더 호감이 가는 부처 불화라고나할까?
귀한 불화들이 많이 있어서 볼거리 많은 박물관
부처의 일대기를 여덟조각으로 그린 팔상전은 더 꼼꼼히 보였다.
볼거리 많은 박물관이라는 꼬리표를 달아도 좋은 박물관 다음을 꼭 기약하고 절집을 나섰다.
광주 가는 길에 김해 김수로왕릉에 들렀다.남릉정문앞 쌍어문 그림이 이제서야 들어온다.
아는만큼 이제서야 보였다고나 할까? 전에 한번 왔을땐 놓쳤던 풍경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말이 있다.
엎어지지는 않았지만 내친김에 봉화마을까지 찾아들었다.
여느 시골 모습 그대로임은 분명한데 큰차들의 행렬이 눈에 띄어 금방 그곳이 봉화마을임을 알게 했다.
저녁 어스름이 서서히 찾아드는 곳
그곳에선 노란 물결들이 먼저 반겼다.
참배단에 수북히 쌓인 꽃들이 가신분이 남긴 사람사는 세상을 말없이 얘기한다.
단출한 표지석 하나만 남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그리움으로 남긴ㄴ 분이다.
생가와 전시관 그리고 저만치 부엉이 바위 사자바위까지 가까이서 눈에 담았다.
눈에 담는다는 것은 어쩌면 그리움을 삭이는 일
그 누구보다 솔직한 국민의 대통령,
대통령 이전에 이웃집 아저씨를 만나고 온 기분이었다.
긴 여정이었지만 피곤을 잊게하는 실속있는 해넘이 여행
그 여행길에 있었음에 그저 감사할뿐이다.
가는곳 보는곳 모두가 행복이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