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4박5일 그 여정의 마지막 날

클레오파트라2 2010. 3. 27. 23:18

새볔에 잠시 깨었더니 창가에 빗방울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가 굵었다.

아니 비보다는 우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잠이 달아날까봐 확인은 못했다.

새볔5시면 울려대는 알람을 죽어야할 것을 죽이지 못했다.

늘어지게 자도 좋을 여행지에서 그 알람 때문에 깼다.

나만 깼으면 좋으련만 짝꿍까지 깨고 말았다.

늦은 시간까지 컴 한다고 짝꿍을 홀로 둔 죄도 큰 데 잠까지 깨다니?

이런 눈치 없는 인간이란 소리를 들어도 쌀 법 한데

너그러운 짝꿍 일찍 준비하잔다.

미로를 찾듯 헤매서 식당을 찾았다.

여행객들이 어젯밤 취했음을 알기라도 하듯 시원하게 끓인 북어국은 입맛을 당겼다.

세상에서 가장 맛난 북어국이라면 전날밤 객은 술이 과했을까?

아무튼 많은 이들이 맛난 북어국 칭찬에 침이 마를줄 몰랐다.

8시30분 빗속에 또 출발이다.

그러고 보니 4박5일의 마지막 날이다.

처음 떠나오면서는 너무 길지 않은가?라는 반문을 했는데 편안함에 익숙해서인지 좀 더 길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우스게 소리마냥 내 뱉었다.

4박 5일 함께 밥 먹고 자고 여행하면서 친해진 덕분에 마지막 날 여행이 더욱 아쉬울게다.

금세 설악산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설악산!

아마도 고등학교때 수학여행을 온게 전부일거다.

벌써 몇십년전인가? 까마득하다.그러니 아무리 손가락 헤아려 가며 기억을 더듬어도 떠 오르는게 없다.

새로 추억을 만드는 수밖에 없다.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 정상에 오르노라니 비경 이런 비경이 없다.

올 여름에 찾았던 금강산 비룡폭포도 상팔담도 멋있었지만 그와는 또 다른 맛이다.

10여분 올라가는데 아찔함은 뒷전이다.그 풍경에 압도 당했다.

케이블카에 빗방울 맺혔건만 그 사이로 보이는 설악이 장관이다.

깨끗한 계곡 순간 순간 흐르는 운무 그리고 단풍 그리고 바위 설경

어느 것 하나 놓칠수없는 비경에 요리저리 고개 돌리느라 정신없었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정상은 설경이다.
권금성이란다.산성의 조성 연대는 알 수없지만 권씨와 김씨 장사가 하룻밤에 쌓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
권씨와 김씨는 한마을에 살고 있다가 난을 당하여 가족들을 데리고 피난길에 오랐데.쫓김을 당해 우선 급한대로 산꼭대기에 올라 갔는데 성이 쌓여있지 않아 적병과 싸우기에 대단히불리한 형편이었다지.성을 쌓을 시간이 없을 뿐더러 주변에 성을 쌓을 만한 돌도 없었데 날이 밝으면 적병이 쳐들어올 상황이었으므로 권씨가 냇가에 있는 돌로 성을 쌓자는 안을 내었다.그리고는 산 밑으로 가더니 냇가에서 돌을 주어 던졌데 김씨가 그석을 받아 성을 쌓고 그것을 밤새 교대로 하였더니 어느덧 날은 밝아오고 성은 제 모습을 갖추게 되었더라는 이야기.
권씨와 김씨 두 장사가 쌓았으니 권금성이 됐다네

수북히 쌓이지는 않았지만 흰 눈으로 산도 바위도 얼었다.

눈은 눈으로 인해 기뻤지만 다리는 살살 기었다.행여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큰 낭패 아닌가?

여행 떠날때는 눈썹까지 빼고 가라던 한비야씨의 말마따나 짐을 줄인것이 후회스러웠다.등산화 신고 뚜벅뚜벅 잘도 걷는 이들이

무척 부러웠다.

설경 속에 손 발 시린 것을 잊고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평생을 두고 두고 얘기할 아름다운 추억을 위해서 말이다.

일행이 다 내려갔건만 오래도록 남았다.남들은 가지 않은 그 높은 정상에 있는 암자에 들렀다.

목탁과 스님의 불경외는 소리가 내 옷깃을 잡아 끌었다.

벼랑끝에 위태로이 서 있는 암자.

대웅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할만큼 아주 아담한 절집이었다.

규모는 작지만 기도의 효험은 있어보이는 집

부처님 전에 삼배하고 하산했다.

일행을 완전히 놓쳐버렸다.11시까지 차량 탑승이라는데 내려오니 10분전

일행들은 벌써 신흥사를 갔다 내려오고 있었다.

산 욕심을 부려서 한 코스의 여정을 놓쳤다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함은 당연지사겠지.

잠깐의 짬을 내어 계곡에 손을 씻었다.

추워 죽겠는데 청승맞다구?

그 청정한 흐르는 물에 잡념 번뇌 모든 벗어던지고픈 마음 그 누구인들 알까?

세상사 시름 그 곳에 놓아두고 오고팠다.아니 놓아두고 왔다.

보아도 보아도 물리지 않은 자연이 준 선물 설악산을 뒤로 하고

속초등대전망대로 향했다.

철썩이는 파도가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고개 하나만 넘으면 만나는 바닷가에 살았던 때문에 물릴법도 하건만 항상 바다는 그리움이고 기쁨이다.

여적 속이 안든게 분명하다.

특히나 서해의 뿌연 바다와는 사뭇 다른 동해바다는 더욱 그렇다.

보는 것만으로 가슴 벅차다.

쉼없이 왔다 하얗게 부서지는 흰 파도

속초는 송두리째 바다더군!

돌고 돌아 전망대에 오르면 바로 등대다.

속초가 한 눈에 들어온다.바다와 이마를 맞댄 도시!

바다와 도시는 한폭의 풍경화가 되었다.

바다를 항해하는 이들에게 등대만큼 중요한 것은 없겠지.

세계 최초의 등대는 파로스 등대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는 팔미도 등대란다.

등대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도 재미있었다.등대는 처음 발을 딛고보니 더욱 흥미로울 밖에.

'얼어 붙은 달 그림자 물결위에 자고

한 겨울에 거친 파도~~'

학창시절 곧잘 불렀던 등대지기라는 노래가 불현듯 떠올랐다.

등대 앞 계단서 단체사진 한 컷

4박5일 여행의 종지부를 찍었다.

많은 객들이 건어물 상에서 특산품을 고르는 사이

버스 안까지 올라온 행상 할머니에게 산 감자떡 뜨뜻하니 참 맛났다.

점심은 속초서 한정식.

살림집을 식당처럼 쓰고 있는듯

갑작스런 많은 손님은 처음이었을까?

진땀을 빼고 있는 주방장 아저씨의 땀까지 음식에 뚝뚝 떨어지는 걸 목격했다.

못 볼걸 보고 말았다.

그래도 먼 길 가자면 먹지 않을수없다.여행 내내 안 하던 짓을 했다.

가려서 음식을 먹을 수 밖에.

2시20분 드디어 출발이다.

그동안 정이 너무 들어서 작별인사가 너무 길었다.

출발예정시간보다 늦은 시간에 출발했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평창은 을씨년스런 겨울이었다.

백발처럼 내려앉은 눈이 고향집 겨울을 떠오르게 했다.

횡성도 겨울,

몇시간을 달려온 건가 도대체

낯익은 광주땅에 발을 내리고 보니10시

와 !!

강원도 정말 먼곳에서 날아들었다.

다시 찾은 광주는 4박5일 일탈을 꿈꾼 객을 주인처럼 맞는다.

아!

눈 깜빡 할 사이에 지난 시간들이다.

오래도록 가슴 한켠에 담아 두고 삶이 힘들때 꺼내고픈 추억을 많이 만들었던 여행!

언제 또 이토록 아름다운 여행을 꿈꿀 수 있을까?



2008.11.28

4박5일 여행을 마무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