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황당한 일을 겪을 때가 어쩌다 있다.
그 어쩌다가 어제였다.
6년 전 사망한 오빠의 채무 때문에 법원에 필요한 서류를 뗄 게 많았다.
망자의 직계가 아닌 바,
망자의 서류를 형제자매인 우리가 떼기엔 너무나 복잡했다.
어제 서류를 떼러 간 언니에게 황당한 전화가 왔다.
"1980년,그러니까 43년 전 돌아가신 엄마가 사망신고가 안 됐단다"
놀라 자빠질 일이다.
더군다나 주민번호 뒷번호도 없단다.
그렇다면 사망신고를 해야 할 터,
절차를 알아보니 어렵진 않았다.
사망한 사실을 증명할 두 사람이 필요하단다.
구청에 알아보니 직계가족도 증명인 된다고 했다.
해서 부랴부랴 시골 사는 언니형부가 갔는데
어라!
면사무소에서 직계는 안된단다.
형부는 되는데 언니는 직계라서 안된단다.
대법원 판례를 예를 들어서 설명해줬다.
구청이 오안내를 한 게다.
해서 구청에 다시 문의하니 자기는 지침대로 보고 말한단다.
하나의 일로 행정기관마다 다르단 얘긴가?싶어
언니형부가 갔던 면사무소로 전화해 호적 담당자와 확실히 통화했다.
직계인 딸은 안되고 사위는 된다는 것이다.
일단 증명인으로 형부 한 사람은 확보했고,
또 다른 한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부모님 돌아가시고 고향 떠나온 지 30년인데
인우보증을 누굴 세워야 한담?고민이 깊어졌다.
엄마의 사망을 본 동네 사람은 많았지만 그리고 떠오르는 친척들도 있었지만 연로 했고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았다.
더군다나 30년 남짓 연락 없다가 인우보증 서 달라고 얼굴 내미는 건 도리가아닌 듯싶었다.
어찌어찌 동네 오삐를 수배했다.
사정 얘기를 하고 인우보증 서 달라니 흔쾌히 수락했다.이렇게 고마울 데가!
드뎌 오늘 아침 10시 언니와 동네 오빠가 인우보증 서서 1시간 만에 사망신고를 했다.
세상에나!
죽었어도 저 세상을 43년 동안 못 간 울 엄마 드뎌 보내드렸다.
더 점입가경은 울 엄마의 주민번호 됫번호가 없다는 사실이다.
80년,난 중학생이었으니 엄마 잃은 슬픔만이 컸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잃고 이제 엄마까지 잃은 천애고아의 슬픔 말이다.
43년만의 사망신고라니!
43년 전의 슬픔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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