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을 다녀왔는데
맘이 무겁습니다.
발길은 천근만근
병원 갈 일이 없어서 무심코 넘겼던 병원 건물인데
오늘따라 그 병원은 공룡처럼 느껴집니다.
아픈 이들 모두 모아서 가둔 공룡
날마다 날마다
병마와 싸우면서 사위어 가는 이들을
하나씩 둘씩 잡아가는 공룡!
아프지 않고 살수는 없는 일이 분명한데
아픔은 참 많은 이들을 힘들게 합니다.
환자 본인의 고통이야 이루 말 할 수 없겠지만
그 옆에서 환자를 지켜야하는 이들의 고통
또한 버겁지요.
항상 씩씩해서 내게는 거대한 산 같은 우리 큰 형부도
그 공룡에게 잡혀 있습니다.
일흔이 되도록 병원을 모르고 살다가
뜬금없이 정말 예의없이 찾아온 병마와 싸우고 있네요.
머리는 다 밀어버리고
머리 때문인지 환자복 때문인지
아님 둘 다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형부는 어쩔 수없는 환자였습니다.
언제나 호기 좋은 소리를 하셨는데
그 호기로움은 언제 꼬리를 감춰버렸는지~~
돌아오는 길
무덥고 지리했던 그 여름이 물러난 자리에
가을바람이 시원하건만
가을도 바람도 결코 반갑지가 않습니다.
사는게 뭔지......
살아가는 동안은
꼭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 또 한번 하고 돌아오는 길
가을 밤 바람은 서럽게 옷깃으로 파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