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가을!
스치는 바람이 가을을 말하고 맑디 맑은 하늘이 말한다.
낮게 나는 된장잠자리까지도
가을의 시작은 뭐니뭐니해도 바람으로부터다.
살갗에 닿는 바람이 좋은 날
그 끝모를 폭염은 일순간 사라지고만 이 도시
가을이라서 살만하다.
퇴근후,
더 살만한 곳으로 이동했다.
사직도서관
그곳에서 좋은 강좌가 있다.
지인으로부터 산사 음악회가자는 유혹을 뿌리칠만큼 좋은 강좌
시를 만나는 시간이다.
'낭독의 재발견'
강의 제목이 또 한끌림하는지라 가지 않을 수 없다.
낯선 시 읽어보기
명시 읽어보기
같은 시를 다른 사람이 읽으니 읽는 이마다 느낌이 다르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읽으면서 눈감고 그 장면을 생각해보는 맛도 색다르다.
윤동주의 시인의 '서시'를 읽는다.
마지막 소절 한 단어 바꿔보기를 한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별을 바꿔볼까요?
남편,
친구,
꽃,
님,
향기,
세상에나 단어하나 바꿨을뿐인데 시는 또 다른 맛을 보여준다.
"한 사람씩 나와서 책에 읽는 시 낭송해보게요"
그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누군가를 지명하고 누군가는 사람들 앞으로 나온다.
"안경을 안 가져왔네"
"에고 안 보이네"
핑계없는 무덤없듯 나름의 핑계를 대보아도 소용없다.
다 돌아가면서 읽는거니 피할 수 없다.
70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도 읽는다.
그 자리에 있으면 누구도 읽어야 한다.
시는 1초의 예술
모티브는 금방 들어온단다.그 상상력을 잡아두면
시간 거치면 부화가 된단다.곧 시가 탄생한단다.
강사님의 특별한 상상력이 내 맘을 꿈틀거리게 한다.
"낯선 미장원에 가서 머리 깎고 그 머리를 비닐에 담아와 흐르는 물에 띄어봐라"
그래 왜 이런 생각을 못했지?
어느 강물엔가 그 머리카락을 띄우면 나는 그 강물과 엮이게 된다.
엮이게 되니 어찌 특별하지 않을까?
언젠가 한번 작심하고 해보리라~
가만,
곧 머리해야 하는데 꼭 잊지 말고 한번 실천해봐야지
그런데 그 머리카락 어디가서 띄운담?
수업 끝나고 돌아오는 길
내 볼을 부비는 바람은 또 좋다.
밤이라서 더욱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