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오려는지 날씨가 후텁지근 합니다.
더운날에 겨울을 이야기한다면 좀더 시원해지겠지요.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세계를 만나면 그게 바로 신세계죠!
쉰에 발견한 나의 신세계는 다름 아닌 겨울 한라산이었습니다.
산이 좋아서 산을 곧잘 오르지만 그 곧잘 오르는 산은 무등산일때가 많습니다.
아니 무등산을 고집합니다.변함없이
차없는 내게 무등산은 만날 오르기 좋은 산일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시간만 나면 무등산에 오릅니다.
물론 더러 또 다른 산을 찾기도 하지만 무등산만큼 좋은 산이 없구나를 곧잘 실감하곤 합니다.
등산로도 많고 숲도 우거지고
내게 무등산은 쉼표하나 찍는데 그 보다 좋은 곳이 없습니다.
봄은 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눈만 내리면 그 산이 그리워집니다.
무등산에 첫눈이 내렸다는 보도가 있으면 바로 달려가곤 하지요
올해도 벌써 여덟번 산에 올랐습니다.
어쩌면 익숙한 풍경들이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줘서 자주 오르기도 하지만
산은 날싸와 밀접해서 같은 장소라도 그때그때 또 다른 맛을 선물하곤 합니다.
이렇게 극찬하는 무등산만 즐기다가
올해2월
제주로 가족여행을 갔었습니다.
3박4일중의 하루는 남편과 한라산 등반을 계획했지요.
아이들에게 멋진 설경의 한라산을 선물하고팠지만
벌써 손사래를 치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없었습니다.
하는수 없이 하루 날잡아 한라산 등반을 했지요.
사실 한라산 등반은 오랜 숙제처럼 남겨둔 곳이었습니다.
10여년전 아이들 셋데리고 윗세오름까지 오르긴 했지만 백록담은 못가서 늘 마음한켠에 남았었거든요.
마침 한라산에 눈이 많이 왔습니다.
다행히 등산로는 많은 사람들이 찾은 덕분인지 쉽게 오를수 있었습니다.
난생 처음오르는 한라산 정상
잔뜩 기대가 되서인지 오르는 길 힘들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가는 곳마다 펼쳐지는 설경의 아름다움이 힘듦을 고스란히 잊게했지요.
진달래 대피소까지 12시전에 도착해야 정상을 오를수 있다는 말에 힘내서 올랐습니다.
가는 동안 멋진 설경도 카메라에 많이 담았습니다.이른 출발에 시간적여유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와우~진달래밭 대피소는 사람들이 북새통이었습니다.설경을 구경하겠다는 부지런한 사람들 참 많더라구요.
저 만치 보이는 정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었더니만 드디어 정상
해발1950m에 섰습니다.
사방천지 온통 설경!
저만치 백록담이 보일듯말듯 했습니다.먹구름이 몰려오고 눈발이 날리는데 삽시간에 정상은 매서워졌습니다.
그러다 바람이 먹구름을 데려가니 반짝 햇님이
잠깐 사이 백록담이 드러났습니다.꽁꽁 얼어버린 백록담!
그래도 그풍경이 장관이고 내겐 신세계였습니다.
가까이서 난생 처음보는 백록밤이라니?
가슴이 방망이질 했습니다.내 생애 언제나 볼수 있을까 했는데 너무도 뜻밖에 빨리 다가온 백록담이었습니다.
내친김에 사라오름까지 접수
아이들과 동행했으면 꿈도 못꿨을 코스
둘이라서 이때는 다행이었습니다.
한라산 정상서 잠깐 보았던 그 백록담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 떨리네요.
어제일인양 아른합니다.
내게 신세계는 겨울 한라산 백록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