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만 실감했습니다.
아주 잠깐 사이 출근길에
노상 타던 버스를 타기보다는 조금 걸어서
다른 버스를 탔습니다.
두번 환승해야 할 것을 한번으로 하려는 나름의 묘책이었는데~~
횡단보도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이
내가 타겠다고 벼르던 버스는 좌회전 신호를 받아서 그만 획
돌아갔습니다.
안타깝게 발을 동동 굴려봐도 소용없는 일
아무리 빠른 내 걸음이라도 그 버스 잡을 턱이 없습니다.
혹시라도 방심하는 사이 또 다른 버스도 놓칠까봐
잰걸음을 걷습니다.
타고자 하는 버스는 갔지만 집 앞에서 타도 탈 수 있는 버스가 미끄러지듯
승강장 앞에 섰습니다.
거부할 재간이 없습니다.
그마저도 타지 않는다면 버스 배차 간격이 드문 주말인지라
무조건 타야 했습니다.
승강장에서 내리고 보니 운 좋게도 다른 환승버스가 금방 옵니다.
단 한 승강장만 가면 될것이지만 비 오는 아침이니 걷기 싫어 탔습니다.
그런데 그게 말썽이 되었네요.
환승해야 하기만 카드를 댔는데 먹통이었습니다.
여러번 그래서 기사님이 시스템을 꺼서 재부팅을 했지만
다음 버스를 탔는데 그 버스는 결재가 탈없이 잘 되었습니다.
그 사이 승강장을 두개나 지나쳤지요.
환승해야 한다고 했더니만 기사님
버스비 1100원을 돌려주셨습니다.
내리면서 투덜댔죠.
"현금 내려면 1200원 내야하는데 1100원만 주시다니?"
사실 카드 결재는 1100원이 맞긴 맞았습니다.
다음 버스를 탔는데 그 버스는 결재가 탈없이 잘 되었습니다.
요금 새로 내 주어서 고맙다고
"감사합니다"를 아주 경쾌하게 하는데 참 밉더라구요.
마지막 환승하는 곳 승강장은 전통시장 근처였습니다.
마지막 탈 버스는 아직 15분 정도 남았습니다.
부지런한 노점상 부부가 아침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토마토 감자 가지
때깔이라고는 좀체 나지 않은 걸 보니 분명
부부가 애써 지은 농사임에 분명했습니다.
싱싱한 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첫 마수걸이일텐데 조금 사는게 미안해서
조금도 주냐고 물었더니 기꺼이 준다고 했습니다.
1000원어치 가지
조금만 넣으라고 했건만 참 많이도 주셨습니다.
사실 시장에선 2000원이 기본인데.....
현금 대신에 카드만 들고 다녀서 싼 것들이 있어도 현금이 없으니
금방 눈요기만 하고 마는 물건들인데
오늘 아침 기사님이 돌려준 버스요금 1100원!
아주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푸짐한 가지 덕분에 출근길 행복했습니다.
가지와 양파를 함께 볶아 가지나물 해 먹을 생각하노니
입가엔 벌써 군침이 돌았습니다.
버스요금 때문에
아니 버스 요금 덕분이겠죠.
인생사 새옹지마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