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타면 견마 잡히고 싶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만 타면 세상의 모든 걸 다 얻은 듯 좋아라 했는데
말을 타보니 그 말을 끄는 사람까지 부리고 싶은거죠!
한없는 욕심을 얘기할때 곧잘 쓰는 말인데
요즘 편한것에 익숙한 제게도 해당되는 듯 싶었습니다.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등산을 놓고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몸도 무거운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로 겨울에 활동을 덜해서 몸도 불었습니다.
결혼하고 25년 줄곧 같은 몸무게를 유지했는데
최근 들어 몸이 무거웠습니다.
사실은 버스 놓치면 곧잘 걷고 또 걸었는데
요샌 놓치면 느긋하게 그냥 다음 차를 타곤 했습니다.
맛있는 음식들은 어찌 그리도 여기저기에 많은지
많이 먹고 운동은 덜하니 살이 찔수 밖에요.
건강검진에서도 운동하라는 통보를 받고보니 당장해야 할 듯싶었습니다.
딱히 다른 운동을 하고 있지도 않은터라
한동안 곧잘 했던 등산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10여일전 무등산 서석대를 올랐을땐 참 힘들었습니다.
근3개월만에 다시타는 산이어서 그랬습니다.
몸이 바로 알더라구요.다른때 같으면 금방 올랐을 산을 많이 힘들어하며 쉬면서 오른걸 보니
몸이 벌써 안게죠!
설경의 무등산이 손짓하는 듯 싶어
오늘 또 올랐습니다.
날씨가 추우니 짐이라고는 아주 간단히 챙겼습니다.
컵라면 떡 커피 귤 몇개 아이젠
요사이 맹추위라서 몸은 단단히 무장을 했습니다.
옷은 몇겹으로 입고 또 입고
다른때 같으면 사람들로 북새통일 증심사종점은 한적했습니다.
입구부터 땡땡 얼어서 바로 아이젠을 착용했습니다
뚜벅뚜벅
산행은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야만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허겁지겁 오르느라 혹시 놓쳐버릴 수 있는 풍경을 보기 위해
되돌아보기 되돌아서 쉬어가기
설경이 참 좋았습니다.
오를수록 추위때문인지 눈은 뭉쳐지지 않았습니다.
엄청 쌓인 그 눈에 내 발자국 하나 남기려 딛어보니
푹 빠졌습니다.산속은 제법 눈천국이었습니다.
깨끗한 그 눈에 갇힌 산은 조용하기 그지없더군요.
애써 오른 때문인지 서서히 땀이 났는데
장불재에 오르니 순식간에 부는 바람에 금방 몸이 움추르러 들었습니다.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은 바짝 조바심이 납니다.
눈길인지라.
서서석대에 오르니 눈맛이 아주 좋았습니다.
사방팔방 자연이 모두 눈속에 갇혔습니다.
거대한 동양화 한폭 만난 느낌이랄까?
잠시 서석대 표지석 앞에 섰을뿐인데
볼을 스치는 바람은 살을 에이는 바람입니다.
서석대 오른 기분을 공유하느라 지인에게 문자
보내는 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삽시간 몰려든 눈보라에 저만치 지왕봉도 인왕봉도
누에봉도 화순이서도 없습니다.삽시간에 눈보라에 한덩이처럼 묻혀버렸습니다.
하산길에 만난 상고대와 수정병풍을 연상케한 서석대는 그 추위속에서도
사람들 발길을 오래도록 붙잡았습니다.
그 풍경 때문에 그곳에 올랐으니 그곳에 오래 머무름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오로지 눈에만 담기!
카메라도 가져오지 않았던게 다행입니다.
더 오래 많이 많이 들여다 보았거든요!
용추봉 근처
나만의 아지트를 찾았습니다.
아무런 발자국 없어서 찾기 힘들었지만 바위를 병풍 삼아
바람막이를 했습니다.
눈을 밟아 자리를 만들고 거기서 컵라면을 먹었습니다.
보온병 따뜻한 물이 그렇게 고마운적은 없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나는 라면
추운날 시린손 달래가며 먹으니 그게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누가 그랬죠? 시장이 반찬이라고
반찬하나 없어도 라면만으로도 왕후의 밥상이 되었습니다.
하산길은 라디오와 함께하니 또 금방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눈길이라 신경써서 걸었던 때문인지 다리는 힘들지만
몸은 한결 가뿐해졌습니다.
산 한번 오를때마다 보약한제라니
오늘 저는 서석에 올라 보약한제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