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난 참으로 한심한 엄마였습니다.
임용고시 재수생 큰딸을 꼬득여서 콘서트에 갔으니 말입니다.
100여일 조금뿐 남지 않은 시험을 두고 꼬득인다고 따라가는 딸도 그렇긴 하죠!
하지만 우리 모녀는 그곳에 가서 행복했습니다.
행복했다면 되는거 아닌가요!
후회란 없습니다.
어쩌면 우린 탁월한 선택을 해서 세시간 행복했구요.
우연히 사직 포크 콘서트 페스티발을 접했습니다.
양희은 소리모아 하성관 김원중 등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맘을 동하게 했습니다.
일단은 집에서 가까운 사직동이라는 공간이 맘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누구랑 가지?
갈만한 몇사람을 손에 꼽아보았지만 이내 접고 말았습니다.
갑작스런 일정이라서 다들 연락한들 좀체 오지 않을듯 싶었습니다.
동무가 있다면 더 좋은 자리!
그래서 가까이 있는 딸에게 넌지시 의사를 물었습니다.
처음에는 가지 않겠다던 딸
지가 좋아하는 가수도 온다며 흔쾌히 가겠다네요.
도서관을 굳건히 지켜야할 딸이었지만 그날만은 엄마와의 콘서트 동행을 위해 일찍 돌아왔습니다.
이른 저녁먹고 딸과 걸어서 콘서트장에 갔습니다.
사직공원 구 수영장은 이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더라구요.
무대 측면의 스텐드에 자리를 잡으니 바로 공연 시작입니다.
늦여름밤의 포크송도 사직공원이라는 그 공간도 추억을 떠올리기에 참 좋았습니다.
아이들 어릴적 벌써 까마득한 시간이 되어버렸는데 사직공원에 동물보러가고 봄꽃구경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났습니다.
익숙한 음악이다보니 함께 따라부르고 손뼉치고 흥겨운 시간은 덤으로 따라왔습니다.
분위기는 제법 무르익어가고 사위는 어두워져도 춥지도 덥지도 않아서
그 공간에 음악과 함께 한다는게 행복했습니다.
특히나 중국 일본 미국의 포크송을 들을땐 낯선 이국땅에 와 있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 였습니다.
억지로 따라간 딸이 지루해 할 줄 알았는데 공감대 형성하며 박수치고 함께해줘서 고마웠습니다.
그렇잖아도 분위기 참으로 뜨거웠는데 마지막 딕펑스가 나올땐 대단했지요.
우리딸 가까이서 보겠다며 앞자리로 이동하는 열성까지 보였습니다.
먼발치서 딕펑스에 열광하는 젊은이들보니 그들의 그 열정이 부럽기까지 하더라구요.
마지막 신나는 한판은
앵콜송으로 분위기를 확 띄웠습니다.
또 다시 앵콜을 외쳤지만 가수는 무대뒤로 사라지고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무대 불이 환히 밝혀지고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간
그 공연장에 잠시 열기도 식힐겸 그냥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주변의 숲이 울창하니 그 숲에 갇힌 하늘이 보고팠습니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 때문에 총총한 별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렇게 하늘 올려다보기 하는 여유도 가졌습니다.
둘 다 오기를 참 했다는 생각을 돌아오는 길에 확실히 굳혔습니다.
아이의 모교를 지나쳐오니 이야기꽃이 활짝 피었거든요.
늦여름밤!
감미로운 음악이 사람을 참으로 행복하게 하는구나를 몸소 체험하고 돌아왔습니다.
오고가는 1시간
냉큼 걷지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돌아오는 가을은 어디메서 심금을 울리는 멋진 공연이 있는지
손갓을 하고 열심히 찾아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