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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에 올랐어라! 눈물이 나거든 무등에 올라라

클레오파트라2 2013. 10. 28. 22:34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건

다름 아닌 바로 무등산이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자전거로 천변을 달리면서

그냥 쭈욱 고개만 내밀면 시내 어디서든 보이는게 무등산이다.

보면서도 그리운 것은

그 산이 담고 있는 가을 때문이다.

지금쯤엔 꽃이 피었고 지금쯤은 억새가 살랑거리겠지 싶어서

늘 가고픈 산이다.

해마다 놓치지 않고 보아온 억새련만

이 가을 또 그리운 걸 어쩌랴!

그래서 또 나서게 된다.

이 가을 아니면 못 본다는 생각을 떨쳐버리면 좋으련만

억새의 유혹을 떨쳐 버릴수가 없다.

그래 꼭두새벽 길을 나선다.

아직 새볔바람이 무척 차가운데

새벽길을 달려본다.

넘 빨리 나온건 아닌지? 성급함을 탓해 본다지만 부질없는 짓

춥다고 다시 돌아갈수도 없다.

거저 앞으로의 전진만 있을뿐

나오는게 어렵지 일단 나오니 달려진다.

천변 운동하는 사람도 있는데 하는 생각에 위안이 된다.

중머리재에 서선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굳혔다.

따사로운 태양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열심히 오른 때문에 도리어 바람은 시원하다.

늘 다니던 길과 다른 길을 걸어본다.

중봉으로 오르는 길

늘 하산길로만 택했던길인데

올라가는 길로 택하고 보니 색다르긴 한데..

20여일 만에 오른 산 금세 헉헉 댄다.

가파름의 연속 때문이리라.

넓은 바위에 앉아 걸어온길 되돌아 보니 아득하다.

아득히 보이는 저 도시로부터 떠나온 이방인에겐

산새가 말동무한다.

내 거친 숨소리에 놀란 새가 날개짓하며 저멀리 날아가버리니

미안하다.

숨고르기하고 중봉에 오르니 발아래 그토록 눈에 밟히던 억새가 펼쳐졌다.

저걸 보려고 그리도 숨 가쁘게 단박에 올랐던 것이다.

햇빛 받아 은빛으로 빛나며 출렁인다.

억새를 보고 서석대를 바라보노니'숨어우는 바람소리'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노래 흥얼거리며 그 억새밭을 걸으니 부러울게 없다.

자연이 모두 내게로 온다.

아!

이 자유!

이 행복!

이른 아침이라 인적이 없고 오롯 자연만이 벗하니 더 좋은 산행이다.

좀 더 하늘 가까이

장불재 벤취에 누워 볕바라기 하는데

에메랄드 빛 하늘엔 쪼그라진 낮달이 살포시 인사를 한다!

산 공부하러 이른 아침 나선이가 있었나 보다.

서석대 언저리에선'쑥대머리'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온다

자연에

우리의 소리까지

시내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애써 오르는 것은

무등이 품은 많은 끌림 때문인게 분명하다.

그 산이 거기 있어 갔을 뿐인데

산은 참 많은 걸 보여준다.

내게 참 고마운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