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20분 딸아이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그것도 부랴부랴
사실 이 시간이면 즌작에 깨워있어야 하건만 밤새 모기와 씨름하느라
한밤중에 일어난 때문에 그만 늦잠을 자버린 것이다.
딸아이가 영어 토익을 수강하자면 늦어도 6시에 깨어나서 아이를 깨워야하건만
완전 늦어버린 것이다.
간단하게 시리얼이라도 먹고 가라고 서두르는데
우리딸 야간강의 들어도 되는 날이란다.
다행! 천만다행이다.
서둘러 아침밥상을 차린다.
고2아들을 밥상에 앉히고 둘째 첫째녀석 차례로 아침 한끼를 버겁게 떼운다.
막간을 이용해서 된장국에 후르르
이게 내 아침이다.
8시 집을 나섰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서니 발걸음도 가볍다.
직장아닌 투어 가는 길은 이렇듯 늘 가볍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기에 더욱 들뜬다고나 할까?
투어의 묘미는 바로 낯선 사람과 친해지기다.
전국서 온 자원봉사센터대회사람들이라니 기대가 된다.
행사 끝나고 광주를 둘러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라니 취지가 정말 돋보인다.
정많은 광주인심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6대의 버스가 행사장 앞에 늘어섰고 삽시간에 예정된 사람들이 모였다.
출발!
첫코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행사장이다.
시간이 빠듯해서 자유관람인것이 아쉽지만 어쩔수 없다.
오늘 투어는 광주맛보기라는 말로 아쉬움을 달래고 담에 더 기회를 마련하라고 할 밖에.
휘뚜루 둘러보는데 정말 없는 전시는 마냥 어렵기만하다.
보긴 봤는데 도대체가 뭘 받는지 모른 느낌이라면
이게 본건지 안 본건지 헷갈린다.
아무튼 비엔날레 전시관 보고 다음은 국립518민주묘지다.
함께 참배하고 묘지 둘러보고 전시관 둘러보기
할 얘기가 많은데 또 빠듯한 시간이 발목을 붙잡는다.
광주자원봉사센터서 나눠준 주먹밥이 설명보다 더 많은 설명을 한다면 그르지 않을 것이다.
주먹밥이 광주518정신 그대로인것이다.
금새 점심시간이다.죽록원 아래 대통밥이다.
반찬이 가지수도 많지만 깔끔하고 맛나기까지 하다.
그 많은 대통밥을 한꺼번에 내야하니 좀 기다려야했지만 그 기다림도 기다릴만한 기다림이었다.
식후 산책 삼아 가는 죽록원은 잠깐의 여유치고는 정말 여유로운 여유였다.
전망대에 올라 담양 시내를 보고 관방제림 천변 풍경을 만나고
저만치 눈이 시원하리만큼 길게 뻗은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도 풍경으로 다가온다.
대숲,그 안에 서니 벌써부터 청량감이 느껴진다.
빛이 없는 숲터널이 좋다.
보드라운 그 흙길도
도란도란 옆 사람과 얘기 나누면서 가는 길은 언제까지고 가도 끝이 없을듯 싶은데
적당한 곳에서 발길을 돌려야하는 아쉬움이라니...
투어 끝나고 나니 2시30분
좀더 빨리 끝났으면 반나절 무등산에 급히 올라볼 생각이었는데
여름날 같으면 가능한 일인데 해 짧은 가을날이라 맘만 먹고 얼른 접었다.
대신 도서관에 들렀다.
그냥 영화가 고팠다.
가볍게 한편 보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게 '사랑해 말순씨'
그냥 영화가 고팠기 때문이다.
사춘기 아들과 억척엄마의 이야기가 웃게 하고 울게 했다.
영화한편 보았을 뿐인데 완전 기분이 전환되었다.
자전거 타고 쌩쌩 달려 돌아오는길
바람마저도 좋다.
온전히 살아온 오늘 하루에 대한 뿌듯함이 물밀듯 밀려옴을 거부할 수 없었던 날이다.
가을!
내 하루가 저무는 해와 함께 날개를 접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