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가뭄은 살아도 10일 장마는 못 산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몇날 며칠 내렸던 비가 그쳤습니다.
처음 햇살을 20여일만에 보니 그리도 반가웠는데
요즘 내리쬐는 땡볕은 기가 질릴 지경입니다.
많은 기다렸던 햇볕이지만 너무도 더우니
아! 이여름 어찌 날까 은근히 걱정이 앞섭니다.
남도는 정말 이글거립니다.
폭염이 실감나요.
차라리 그때 비 내릴때가 은근히 좋아집니다.
사람심리라는게 그렇죠
비내리면 햇빛 나는게 그립고
햇빛 나면 비가 그립고
없는 것을 그리게 마련인가 봅니다.
벌써 폭염이고 보니 올 여름 어디로 떠날까 휴가 얘기로 사무실은 시끌벅적합니다.
바다가 좋다.
산이 좋다.
계곡이 좋다.
가고픈 곳으로 일상으로부터 떠난 휴가는 가서 고생일지라도
꿈꾸는 동안은 행복하지요.
전요,
좀 빨리 휴가 아닌 여행을 떠나갔다 왔습니다.
모임에서 간간히 떠나는 답사는 될수있으면 놓치지 않고 가려고 발버둥치는 직장인인지라
연차라도 내고 저는 떠나는 열성을 부립니다.
7월11일 수원화성 답사일정에 맞추느라 아끼던 연차를 썼습니다.
새벽6시30분 집을 나서서 3시간 남짓 달려서 수원화성에 도착했지요.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지던 때라
남부지방서 떠나기가 좀 껄끄러웠지만 잡혀진 일정이라서
하는수없이 떠났습니다.
비오는 날 여행이 더 멋질수 있다는 위안을 서로에게 주면서 말입니다.
정말로 비오는 날의 수채화 한폭 그리고 왔습니다.
그 유명하다는 수원화성을
작년 여름 무더위에 혼자서 2시간 이상 송두리째 몸으로 느꼈던터라
빗속에 만나는 화성은 더 반가웠습니다.
푸르러서 눈이 먼저 즐거웠습니다.
빗속에 떠난 여행객들 정말 많더군요.
버스 두대로 떠난 답사길
답사지까지 준비해간터라 남들과는 다른 꼼꼼한 여행이 되었습니다.
사전 가는곳에 대한 정보를 알고간터라 더 잘 보였다고나 할까요>
화성에 도착해서는 차별로 모여서 그곳에 근무하는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를 받았습니다.
우산을 받쳐들고 걷고 그리고 때로는 모둠으로 모여서 설명듣고
덥지 않아서 정말 좋더군요.
그렇게 많이 내렸다는 비도 아주 적당히 이슬비로 내려줘서 여행길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문에서 장안문까지 걸으면서 설명들으니 수원화성이 쏙 눈에 들어왔습니다.조상들의 지혜로운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수 있었죠.정조의 꿈과 조선의 문화까지 듣는 즐거운 화성행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수류방화정에 앉아 수원천 힘차게 흐르는 물줄기도 느꼈지요.
독서모임을 하는지 그 정자에 앉아 열띤 토론 하는 아줌마들의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가까이 있는 행궁으로 이동할땐 장대비 쏟아졌지만 우리의 답사길을 막을수 없었습니다.
빗속에 행궁의 구석구석을 보고 늦은 점심을 먹었지요.
맛있는 점심을 먹고 안성맞춤의 고장 안성에 들렀습니다.
미리내성지에 도착했을때는 또 장대비 쏟아졌지요.
성당에 앉아 빗소리 벗삼아 그곳에 근무하는 분으로부터 설명 듣고
걸어서 성지 여러곳을 둘러 보았습니다.
천주교 박해와 관련된 성지 아주 근사하게 잘 꾸며졌더군요.
드넓은 공간 너른 잔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답사지는 칠장사
산사의 툇마루에 앉아 빗소리 들으며 바람소리 들으며
산사 이야기 듣는 재미도 좋았습니다.
오랜 빗속에 사람 만난지 오래인지 까만 개 한마리 비 맞고 마당에서 우릴 쳐다보는데 그도 인상적이더군요.
절집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낸 해설사 선생님 덕분에 잠시 머물겠다던 절집에 한참 머물렀습니다.
영험하다는 나한상까지 다 구경하고 나니 산사의 오후는 빨리도 해가 저물더군요.
늦은 시간 갈길이 멀었지만 그래도 빗속에 행복한 답사였습니다.
비와 함께 종일 동행한 답사
아마도 그래서 더 오랫동안 남을 듯 싶습니다.
폭염이고 보니 그때 그 비내리던 날의 수원 안성행이 눈에 그려집니다.
여름날 추억은 이렇게 악조건 속에서 만들어지나 봅니다.
비오는 날의 수채화 한폭 제대로 남기고 왔던날
더위 때문인지 더 생각납니다.
혹시 어디로 떠날지 못 정한 여성시대 가족있다면
호젓한 산사 강추합니다.
비오는 날 칠장사 정말 운치 끝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