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제천에서의 1박2일

클레오파트라2 2010. 10. 21. 16:37

그래 꿈꾸면 이루어지는거 맞다.그런 고로 늘 꿈꾸자.

대체로 내 여행길은 꿈꿔서 그렇게 이루어졌다.

특히나 제천은 태어나서 단 한번도 발길이 닿지 않았던 곳이니 더 끌림이 있었다.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기회가 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린 덕분에 쉽게 아주 쉽게 기회가 왔다.

워그숍이 그곳에서 있는데 참석해야할 분이 일이 있어서 못가겠다고 했다.

작년과는 달리 시간적여유가 있는 내게 좋은 기회인듯 싶어 대신 가겠다고 자청했다.

자청하긴 했는데 막상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고3 아이도 걸리고 식구도 걸리고

제천까지는 만만치 않은거리인데 그곳까지 직통으로 가는 버스도 마련되지 않은것이다.

이것저것 생각하면 안 가는게 상책인데 선뜻 간다고 하고서 이것저것 재보고 안가겠다고 오리발을 내밀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찌 되었던 가야했다.아니 가고 싶었다.낯선 도시의 유혹이 무엇보다도 컸다.

미리 밑반찬 준비하고 1박2일이라지만 길 떠나는 사람은 바쁘기 마련이다.

떠나기전 날까지 버스편이 마련되지 않아 몇번의 버스를 타고갈 각오를 단단히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당일인 제천 행사장까지 가는 버스를 얻어타게 되었다.순전히 얻어탔다.전남팀에 얹혀서.식구가 8명 단출해서 챙기긴 좋았다.직통으로 행사장까지 가는 버스가 해결되니 만사 오케이였다.중간 휴게소에선 맛난 깨죽도 먹었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깨죽을 즉석에서 테이블 펴고 서서 혹은 앉아서 먹은 맛도 좋았다.절로 절로 넘어가는 맛난 죽이었다.광주를 떠날땐 쾌청한 날씨였는데 어느 지점에선 비까지 오락가락했다.드디어 충북땅이다.월악산의 굵은 산자락들이 왔다가 다시 가곤한다.풍경좋은 호수가 보이는데 바로 숙소란다.청풍호가 훤히 내다보이는 숙소.

행사장엔 전국의 여러지역서 온 사람들이 북적인다.낯익은 얼굴들과 인사하고 식순에 의한 행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시상하고 특강듣고 토론하고

저녁 먹고 장기자랑까지 끝내고 나니 가을밤이 깊었다.조촐한 식구 때문인지 아님 너무 멀리 오느라 힘을 뺀건지 2차 얘기는 나오지 않아서 좋다.

청풍호의 밤풍경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숙소에서의 하룻밤은 오붓해서 좋았다.

분명 명단엔 동침자가 있었는데 잠들기전까지 아무도 오지 않아 혼자서 호강하려나 생각하니 더 기분이 좋았다.2시 넘어서 단잠을 깨우는 벨소리의 불침자가 없을때까지는.

함께 동침할 자들이 뒤늦게 나타난것이다.일행이 있어 옆집서 자려는데 이불이 부족해 이불가질러 왔단다.

혼자 자니 자고 가라니 기꺼이 이불을 편다.핸드폰 알람도 꺼버렸으니 뒷날 아침은 그냥 자연에 맡기고 눈 뜨는대로 일어났다.6시30분 기상.청풍호의 아침 풍경이 궁금해서 맨먼저 밖에 시선을 두었다.산자수려함이 그 안에 다 담아졌다.우리나라서 제일 높다는 번지점프도 아스라히 보인다.

이른 아침을 먹고 디카를 가지고 산책길에 나섰다.청풍호 따라 번지점프하는 곳까지 산책로가 잘 조성되었다.

부지런 떤 덕분에 아침 산책을 여유롭게 했다.들꽃이 만개하고 오솔길엔 밤도 떨어져있다.두손 가득 밤을 주어오는 행복은 덤이었다.

9시부터는 답사길에 올랐다.청풍문화재단지다.숙소에서 바로 코앞이다.청풍호를 조성하면서 수몰된 지역에 산재한 문화재를 한곳에 모아놓은 곳이다.보물등 귀한 문화재들이 꽤 넓은 공간에 산재해있었다.

퇴계이황이 두향과 함께 잠시 머물기도 했다는 곳

풍경이 좋아서 나그네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전망대까지 오르는 길에 노란 국화의 향연이 대단했다.코도 눈도 호사를 누릴수 있었던 곳이다.소나무 연리지가 진풍경이기도 했던 곳이다.

다음은 한방엑스포 행사장이다.행사 하나 치르려면 장소 때문에 고민해야하는 도시와는 달리

부지가 어찌나 넓던지 그 넓은 땅이 참 많이 부러웠다.

행사장이 광활하다는 표현이 맞을까?

아무튼 넓고 넓어서 걸어다니느라 힘깨나 썼던 곳이다.

행사장 리플렛 참고해서 열심히 다녔지만 관람객으로서 동참할 만한 곳은 여의치 않았다.

체험행사장은 거의 북새통이라서 엄두를 못냈다.혹시나 사람이 없는 곳을 기웃거려보면 이미 예약자가 오후까지 대기중인 곳이 많았으니 일찌감치 포기하고 편하게 다녔다.

잠깐 줄서서 먹었던 한우 한점이 괜시리 입맛에 여운만 남겼다.한우맛이 괜찮아서 즉석에서 먹고 가면 좋으련만 식사는 이미 다른곳에 예약중인 것이다.

한방약초 한약재등을 둘러보고 편백나무 적외선 체험을 하고보니 점심시간

부랴부랴 버스탑승 식사장소로 이동했다.

원탁에 차려진 음식은 잔치집을 연상케한다.한방약초 튀김이 아주 별미였다.

이 시골에 이렇게 멋진 터미널이!

의아해할 정도로 잘 지어진 터미널이 인상적이었다.충주가는 버스시간까지 좀 여유가 있어 제천 의림지를 다녀올까도 싶었지만 코앞에 두고 그냥 접어야했다.일행이 있기 때문이다.혼자라면 얼른 택시를 타고 다녀왔을거다.아니 혼자라면 제천에 더 머물고 볼만한 곳들을 기웃거렸을거다.일행이 있다는게 발목을 잡는다.

충주서 광주행 버스는 많지 않다.3시20분차를 놓치면 6시40분차다.애써 빨리 움직이다 보니 광주행 시간까지는 아직도 멀었다.관광안내소에 가서 근처의 가볼만한 곳을 물으니 탄금대가 좋다는데...

그것도 입맛만 다시다 왔다.시간이 촉박한게다.택시를 타더라도.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게 철학인데 그날은 도시 엄두를 못내는 날이었다.

집에 착하니 9시

참 먼길을 마다하지 않은 체천길이었다.

그래도 떠나서 행복했다면 떠나길 참 잘한거다.

2010년10월5일~6일  1박2일 제천에 다녀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