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본 사람은 안다.
길 떠나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혹여 그곳이 전에 여러번 가 본 곳이라고 하더라도
그때 그때 다른 풍경을 품어내는 자연이기에
예전에 찾았던 그 맛과는 사뭇 다른 또 다른 맛이 있을것이라는 것까지도.
아니, 어쩌면 맞딱뜨렸던 풍경이 눈에 삼삼해서 또 그곳으로 발길을 돌리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순천만 선암사는 그런 매력이 있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어느때 찾아도 어느계절에 그 누구와 찾아와도 좋은 곳이 바로 그곳인 것이다.
그래서
우중에 또 나섰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보슬보슬 내려주어서 여행길이 염려스럽긴 했지만
결국 그 비는 만추를 만끽하는데 더할나위없는 촉매제역할을 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혹여 어쩌다 본다해도 만나면 어제본 양 정다운 얼굴들과 인사를 체 나누기도 전에 버스는 도심을 벗어난다.
일상을 벗어나 일탈을 꿈꾸는 주부들의 맘을 알기라도 한 양 그렇게 빨리 벗어났다.
가을 걷이가 이미 끝난 들녘 일찍 추수를 한 논에는 그루터기에 돋은 새싹이 벌써 파릇하다.
그 파릇함은 가을 들녘의 허전함을 일순간 거두어간다.
모듬지에 잎사귀 몇개 달고 있는 나무도
이제는 모든것을 훌훌 털어버린 앙상한 나뭇가지도
아직 색깔고운 단풍나무도 가을비에 흠뻑 젖어 하나의 풍경이 된다.
드넓은 들녘 그리고 스치는 산자락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확 트인다.
글쎄 오래 달려오지 않은듯 싶은데 금세 목적지다.
추적추적 순천오는 길까지 내내 동행한 가을비가 갈대밭에도 동행한다.
싫지 않은 비
싫지 않은 바람이 함께했던 순천만이다.
광활한 은빛 갈대의 향연 그 앞에 서고보니 오래묵은 체증은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려앉는다.
아마도 드넓은 그 광활함에 너나없이 그러지 않았을까?
끝없이 펼쳐진 자연이 품은 풍경은 눈도 시원스럽게 했다.
떼 지어 군무를 추는 철새들의 축제가 없어도 그곳에 서면 마냥 좋다.
언젠가 만났던 짱뚱어 녀석을 또 만날수 있으려나 싶어
열심히 갯펄을 들여다 보지만 녀석들 흔적은 눈 씻고 찾아도 없다.
어디 짱뚱어 뿐인가?
사람의 발자국 조금 크게 난듯 싶으면 벌써 줄행랑쳐 제 구멍으로 기어들던 게마저도 없다.
비오는날
순천만에 사는 생물들은 모두가 개점휴업인겔까?
그것들이 함께 하면 더 운치있었을것을 그것은 어디까지 인간들의 희망사항으로 그치고 만다.
목재테그를 걸어 걸어서 내친 걸음 용산 전망대까지 오른다.
바람끝이 차가울것을 예견해서 두텁게 껴 입은 옷이 금세 땀을 뿜어낸다.
단지 가파른 오르막 조금 올랐을뿐인데 벌써 등은 흥건하고 헉헉거려진다.
요사이 운동부족임을 실감하는 사람들의 성토가 숨가뿜으로 읽어진다.
비 내려도 그길을 가야함은 솔내음의 유혹이 있기 때문이다.
가는 길 단풍든 솔잎은 카펫이양 그렇게 흙길을 덮었다.
갯벌의 s라인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던 곳은 다름 아닌 용산전망대
순천만이 한눈에 모두 들어온다.
헉헉거리며 오른 보람을 그렇게 s라인으로 선물하고 있는것이다.
혹여 힘들다고 오르지 않았다면 놓칠 수 있는 자연의 선물이다.
하산길 조심조심 내려서 되돌아오는길 도란도란 얘기길이다.
빗속에 느림이 있어서 좋았던 순천만
언제 다시 또 비를 만나서 올지 모르니 부지런히 뒤돌아보며 눈도장을 찍는다.
어쩌면 오늘만이 볼 수 있는 유일한 오늘의 풍경이니 소중할 밖에.
점심은 차마 먹기 아까울 정도의 근사한 한정식이다.
슬로우푸드로 요새 각광을 받는 한정식이고보니 아주 천천히 음식의 맛을 음미하면서 먹는것은 바로 음식에 대한 예의다.
이것저것 골고루 먹고보니 본 메뉴가 나오기전에 벌써 포만감에 젖는다.
그래도 끝까지 맛나게
정말 맛난 점심을 먹고 드디어 선암사행이다.
선암사 가는 길
구비구비 도노라니 그 곳에서 만난 풍경도 좋다.
상사호와 노오란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색상 대비가 완연하니 가을정취 느끼기에는 제격이다.
산자락 몇바퀴 휘 돌아 선암사다.
선암사 오르는 길은 오롯이 낙엽길이다.
비오는날에는 질펀한 가운데의 흙길보다는 낙엽 차곡차곡 쌓인 갓길이 제격이다.
낙엽을 밟으며 오르는 산사는 비까지 동행하니 더없이 좋다.
승선교와 낙엽쌓인 계곡이 제일 먼저 반긴다.
비오는 날도 북적거리는 산사에서 고즈넉한 맛을 보기란 지나친 욕심이렸다.
그래도 툇마루에 앉아서 절집 만이 품어내는 것을 느껴보리라.
절집 가장 뒷공간 응진전 툇마루에 걸터 앉으니 산자락 골짝골짝에 걸쳐진 구름이 바람따라 이동하는게 눈에 잡힌다.
은행나무도 장관인 곳이다.
절집에서 울려퍼지는 불경이 귓가에 맴돈다.아마도 효행을 강조하는 글인듯........
마지막 내려가는 줄 알고 일행과 합류하려 헐레벌떡 주차장으로 줄행랑쳤더니만
아직 내려오지 않은 사람이 많단다.절집에서 녹차 한잔씩 즐긴다니 그 즐거움 마다 할 수 없지 않는가?
왔던 길 거슬러 되돌라 갈 밖에
두번 걸어도 물리지 않을 그길이라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허겁지겁 찻집에 들렀다.이름하여 차 체험관
호젓한 곳이라 차 한잔 들기엔 무아지경인곳
눈으로 코로 그리고 마지막에 입으로 마신다는 녹차 몇잔 마시는 그 맛도 그 절간이라서 좋았다.
여뀌 그리고 차꽃 하나와 그 곳에 있으니 그 곳이라서 운치있었던 곳
선암사는 차 덕분에 가장 오래 머문 절집이고 말았다.
절간에 일찍 찾아드는 어둠을 어찌 말릴수 있을까?
부랴부랴 서둘러서 하산이다.
체 버스에 오르기도 전에
벌써 산사는 어둠이 사위에 둥지를 틀었다.
행복한 나들이었음을 이 짧은 글로 마무리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