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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의 가을이 깊어가던 날2009.11.08

클레오파트라2 2010. 3. 28. 22:48

답사라는 말에 더 이상 설레일것도 없을만큼 몸에 밴 익숙한 행사이련만

아직도 답사는 손꼽아 기다려짐을 어쩔수 없다.

더군다나 가는 곳이 처음 가는곳이라면 더욱 더

작년 이맘때 부석사를 처음 발을 딛고 그 감동이 전율처럼 전해왔던터라

두번째 가는 부석사도 작은 설레임이 일었다.

어쩌면 작년에 받았던 부석사의 아름다운 풍광이 눈에 선해서 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부석사는 언제가도 좋은 절집임에 분명하다.

새벽3시 눈을 떴다.

도시 잠이 오질 않는다.넘 먼길 떠나기에 무리하지 않으려 잠을 청해보지만 좀체 오질 않는다.

부엌에서 달그닥달그닥 조심스럽게 움직여본다.

금새 출발시간이다.

아직 사위가 어두운 새벽5시30분 집을 나선다.

갑작스런 한파주의보에 몸은 완전 중무장이다.

사실 일하러 가는 새벽보다는 여행 떠나는 길인지라 발걸음은 무척 가볍다.

그 시간에 좀체 길 나서 본 적이 없어 부지런 떨었구나 싶은 생각에 뿌듯한데

나가보니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무거운 몸을 싣고 일터로 떠나는 사람들 혹은 야근하고 퇴근하는 사람들 모습 모두가 살아 움직이는 현장을 느끼게 한다.

부지런히 새벽을 여는 그 사람들 덕에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는듯 싶어서 한껏 마음은 가뿐하다.

도청 앞에 넘 빠른 시간에 도착한 탓일까?

버스를 한참 기다려야했지만 그 기다림은 지루함보다는 행복한 기다림이었다.

서서히 동트는 도시를 보고 그리고 새벽달을 보는 행운도 안았으니 어찌 지루한 기다림이라 할것인가?

바람끝이 차서 옷깃을 추스려야했지만 그 기다림도 함께하니  금세 지나갔다.

시간 맞춰 도착한 버스를 타고 미끄러지듯 도심 탈출이다.

오고 가는 스치는 들녁의 풍경은 어느새 가을이 깊을대로 깊었다.

황금들녘은 사라진지 오래

벼 베어낸 자리 그루터기엔 성급히 파란 잎사귀 돋아나고 있다.허허 벌판이 주는 쓸쓸함을 고스란히 느끼기 충분한 들녘

가을 걷이가 잉태한 것은 볏짚을 네모 반듯하게 싼 하얀 뭉텅이다.

천편일률적인 기계의 힘을 빈 부산물은   그 들녁을 지키고 있다.그도 하나의 풍경이 된다.

지리산 휴게소에서 잠시 쉼을 가졌다.생리 현상도 해결해야하니 먼길에 쉼도 필요한것은 당연지사.

민생고는  넘 멋지게 해결됐다.

추운날씨 탓인지 그곳에 하늘에서 흰 분말가루가 흩뿌렸다.겨울의 어디메쯤 온 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눈발이 날렸다.

첫눈이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그래도 억지를 붙이지면 올해들어 처음 내리니 첫눈이 아닌가?

가을속에 맛보는 첫눈! 그것은 미력하나마 탄성을 자아내고 길떠나는 이들 모두를 기분좋게 하기엔 충분했다.

차옆에 급히 식탁을 설치하고 아침 요기를 했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깨죽에 돼지고기 김치 홍어 삼합은 가히 환상이었다.눈 내리는 날 휴게소에 삼합을 먹어본자만이 그 맛의 묘미를 감히 말할수 있을것이다.

어디다 내놓아도 손색없는 아침이었다.

달리고 또 달려서 드디어 영주도착이다.톨게이트에서 기다렸다 합승한 영주시청 직원의 여러가지 배려 덕분에 그날 답사는 더욱 빛났다.자연이 감동을 주는것은 당연할지 모르지만 인간이 작은 배려로 주는 감동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옴은 부인할 수 없다.

관광일에 몸 담고 있는 이로서 본받아야할 모습임에 분명했다.

어쩌면 한대서 점심을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그 분의 배려 덕분에 따뜻한 곳에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었다.

부석사 구경도 식후경

밥먹고 무거운 몸 이끌고 부석사행이다.

 절집에 들어서기 전 길게 늘어선 노점상의 행렬도 볼거리다.

영주의 대표 특산품 사과가 일품이다.아직 마수걸이를 못한 탓일까? 사과 조각 건네면서 발길을 붙잡는다.

아심찬게 건네는 사과 한 조각이련만 영주사과의 별미를 송두리째 느낄법한 맛이다.

당도에 아삭한 맛까지 더이상의 사과는 없을듯

절집 입구 일주문이 저만치 보인다.가파른 그길은 노오란 은행잎이 카펫처럼 깔려서 어서 오라 손짓하는듯 싶다.

안내판 앞에서 개괄적인 설명을 듣는 사이 눈발 하나둘 휘날려 산사 여행의 운치를 더한다.

은행잎 즈려밟고 오르는데 점심 뒤끝인지라 오르는게 수월치 않다.

맛나다고 미련맞게 정량을 넘긴 점심탓해 무엇할것인가?

애써 허걱거리며 오른다.

왼편의 당간지주 저번에 그냥 놓쳤지만 답사라서 놓칠수 없는 곳

급경사 천왕문 지나니 절집 낮은 마당이다.

가까이에 삼층석탑과 저만치 안양루 무량수전이 한눈에 들어온다.

곱게 단장된 석축도 부석사의 볼거리다.

또 가파른 계단오르니 안양문이요 돌아서서 보니 안양루이다.안양루 한켠에 서서 발아래 펼쳐진 풍경을 보노라니

저만치 태백산 능선들이 켜켜이 뚜렷이 또는 아슴하게 펼쳐졌다.

부석사만이 오롯이 빚어낸 풍경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의상이 당에서 돌아와 산천을 찾아다니며 고구려와 백제의 힘이 미치지 않고 말이나 소도 접근할수 없는 곳을 찾아 나선 곳이 바로 이곳이라니 심산유곡 깊은 산중임에 분명하다.안성맞춤의 장소를 찾았으나 이미 삿된 무리들이 차지한 공간.

고민하던 차 선묘의 도움으로 그 무리를 물리치고 자리잡은 곳이 바로 부석사인것이다.

왼편의 돌엔 부석이라는 한자어가 새겨져서 그걸 증명한다.

자세히 들여다 봐야 보이는 곳이다.혹여 허튼 짓을 하다간 기껏 부석사를 다녀와서도 부석이라는 돌은 볼수도 없었다는 우를 범할수 있다.

최순우의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책 때문인지 그곳에 가면 배흘림 기둥에 기대보고 싶다.

우람한 건축속에 보잘것 없는 인간이 되겠지만 여기선 꼭 배흘림 기둥 보듬고 사진 한컷 찍는 맛을 느껴봐도 좋을듯.......

글쎄 언제 또 발길 돌릴지 모르니 그곳에서 누릴수 있는 그무엇이든 최대한 누리는게 좋을듯 싶다.

답사의 묘미는 밟아보는 것이렸다.무량수전 안으로 들어가 아미타불을 봐야한다.특이하게 동쪽을 향한 모습도 모습이지만 항마촉지인의이목구비 뚜렷한 모습이 사람을 사로잡는다.별도로 만든 불상뒤의 목조광배도 눈에 띈다.불화까지도 눈여겨 볼 것이다.

뒷 조사당 오르는 오솔길이 호젓해서 좋았다.

참나무 낙엽 수북히 쌓여있음도 좋았지만 그 구불구불한 길을 걷는 맛도 일품이었다.

조사당 옆의 선비화(골담초)가 갇혀 있는 모습이 안타까움은 자연을 자연에게 돌리지 못하는 인간의 이기심을 읽어서이다.

그냥 자연스레 두면 좋으련만 인간의 손길이 닿는 순간 훼손될까 싶은 노파심이 그 나무를 가둔 것이다.

에고 자연으로 가고플텐데

좀체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부석사

다음 일정을 위해 떠나와야했다.

마음을 두고 온 듯 자꾸 뒤돌아보아야했던 부석사행이었다.

성혈사 가는 길

버스가 갈 수 있는 곳까지 가고 나머지는 쭈욱 걸었다.

얼마나 가는 길이 가파르던지 답사를 꽤나 다녔던 사람들 입에서 이런 길은 처음이라는 넋두리들이 나올법도 한 곳이었다.

급경사도 그런 급경사가 없다.

왠만한 불심과 향학열이 아니라면 좀체 오르기 어려운 절집

그곳에 나한전의 창살문이 예쁘다니 내친 김에 보러가는 길인데

정작 애써 다 오른 길에서는 창살문을 볼수 없는 안타까움이라니.

공사중이라 도시 볼수가 없다.

애써 올라온 보람이나 있게 보자고 했건마 볼래야 볼 수 가 없다.

떼를 써도 볼수 없는 것이 건물 보수공사를 하면서 그 창살문이 손상되지 않도록 앞뒤로 배니어합판으로 막아 놓은 것이다.

금방 빗질을 했는지 흙마당에 고스란히 빗자루 흔적이 남은 마당이 인상적인 절집이다.

고향집 마당에 온듯 한 착각이 들었던 곳이다.

올라올땐 그리도 힘들던 내리막길은 쉽다.훌쩍 내달음치니 출발지다.

다음은 소수서원

말로만 듣고 처음 발길하는 곳이다.

일명 백운동서원

젤 먼저 반기는 것은 400년 수령의 은행나무다.

샛노란은행나무가 가히 장관이다.

저만치 물빛에 비치는 바위에 새긴 백운동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오밀조밀 있어서 아기자기한 맛이 났던 서원이다.

안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소수서원을 나올즈음 늦가을의 해는 뉘엿뉘엿 서산에 저물고 있었다.

저무는 해  그속에 빨갛게 영글은 사과는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황홀경을 자아냈다.

요기저기를 보아도 온통 무릉사과밭이다.

사과향에 취했던 하루

영주 부석사행은 짧아도 넘 짧았다.

11시 30분에 일상으로 되돌리기를 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