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제주행ㅡ한라산

클레오파트라2 2022. 6. 16. 10:42

한라산 벌써 세 번째 등산이다

.한라산이 벌써 세 번째라니!

사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팩트다.

전라도 광주에 살면서 제주도는 언제나 가깝다.

마음은 말이다.

하지만 몸은 일상에 쫒겨 제주행이 쉽지 않지만

올해는 짬을 내니 벌써 두 번이나 왔다.

3월엔 언니랑 올레길 걷느라고

이번 6월엔 부모님 제사 덕분에.

이번 제주행엔 한라산도 끼어 넣었다.

제주의 웬만한 곳은 다 다닌 터라 한라산은 될 수 있으면 꼭 가기다.

한라산이 탐방 예약제로 바뀌어서 한 달전에 예약했다.

날씨가 도와주길 학수고대.

6월8일 드디어 한라산 가는 날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이른 새벽까지 비가 온다고 하긴 했는데~~

4시30분 깨어서 간단한 주먹밥 만들고 5시10분 쯤 애월 토비스 콘도를 나왔다. 산 중턱으로 오를 수록 비가 와서 한라산도 비가 오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한라산은 온통 먹구름이다.

한라산 날씨를 검색 중인데 한라산 국립공원 쪽에서 문자가 왔다.

성판악 주차장이 만차란다.해서 그 아래 국제대 환승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란다.5시 33분에 받은 문자다.

성판악 오르기 전에 받은 문자라서 다행이다.

환승주차장에 주차하고 버스 탈 요량인데 마침 택시가 대기 중이다.

만원에 4명이서 탑승 성판악에 도착했는데 이슬비가 내린다. 안개 정국에 이슬비까지.

악조건이긴 하지만 되레 시원하게 산행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공항에서 통제할까봐 스틱을 가져오지 않았는데 세상에나 입구에 스틱이 있어서 필요하면 쓰라고 한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큐알로 인증 확인하고 출발,6시 15분이다.

우중임에도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아마도 멀리서 벼르고 왔으니 이 정도 비엔 취소할 수 없는 강단을 가진 사람들은 오르고 또 오른다.

남편과 언니,66세 형부 그렇게 넷이서 오르는데 산행을 좀체 하지 않던 형부가 힘들어 한다.

다행히 남편이 보조를 맞춰가면서 쉬고 오르고를 반복한다.

속밭대피소에서 다리쉼도 하고 간식도 먹고,

충전 덕분인지 형부가 먼저 간다고 가더니 한참을 가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혹시 힘들어서 돌아간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 즈음,

저 앞에 지친 몸으로 형부가 앉아 있다.

뒤따라 오던 여성 두 분이 하도 잘 걸어서 지지 않으려고 열심히 걸었는데 넘 힘들어서 밀려났단다.

산에서는 자신의 체력에 맞게 걷는 게 기본인 것을 울 형부는 그것도 모르시다니!ㅎㅎ

9시 24분 진달래밭대피소에 닿았다.안개비 덕분에 물도 별로 필요치 않은 산행이었다.

간식 먹고 다리쉼하기.

까마귀 한 마리 아주 가까이 앉아 있는 게 일품이다 했더니만

그 까마귀 옆에 앉은 사람이 내놓은 영양갱을 송두리째 물고 날라갔단다.ㅎㅎ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낚아챈 거다.주인이 헛눈 파는 사이에.영악한 까마귀다. 

다시 오르기.

오르는 중간중간에 만난 꽃들 덕분에 산행이 힘든 줄 몰랐다고나 할까?

함박꽃의 탐스러움에 한동안 발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활짝 핀 꽃도, 이제 피려고 꽃몽우리진 것도 비를 맞아 그리 청초할 수가 없다.

설앵초,천남성,병꽃,철쭉 등등.

5월초에 남도에서 피었던 때죽나무꽃이 한라산엔 한살이다.

역시나 산이 높다는 걸 실감나게 하는 것은 고사목들이다.

하늘 가까이 다다를 수록 여기 저기 쓰러진 고사목들이 많았다.

큰나무가 정상에서  추위와 바람을 견디며 살아내기 어려울 터

한라산 토종식물인 시로미가 낮게 자리잡고 있는 게 눈에 띤다.

하늘은 파랗고 흰구름 두둥실,

시작은 비로 했지만 참 좋은 날씨다.어쩌면 산행하기 딱 좋은 날이라는 게 맞겠다.

드디어 정상이다.

11시44분,5시간 30분만에 도착한 백록담이다.

그런데 이를 어쩐담?

정상에 왠 줄이 저리도 길담?

알고보니 백록담 표지석에서 사진 찍는 줄이란다.

거기까지 애써 올랐으니 인증샷 찍는 것은 기본 아닌가?

내 생애 기다림은 못 견딜 단어인데 어쩔 수 없다.하는 수 없이 기다리며 주변 풍경 찍기하고 간식 먹기.

울 언니가 전남 무안서 해 온 인절미를 챙겨온 게 얼마나 다행인가?

오지랖 넓게 앞뒤줄 사람들까지 챙겨주며 나눠 먹는 재미도 좋다.

"전라도 무안산 인절미요.양파,마늘 많이 나는 디(곳)"

기다림도 지루할 새가 없다.백록담 표지석 앞에서 사진찍는 사람들의 포즈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남녀 한 쌍은 여자는 화관을 남자는 면사포를 두르고 한 컷.

제일 독특한 사람들이었다.

준비된 사람들은 역시나 달랐다. 

사진 찍는 뒤로 누군가 백록담을 보겠다고 지나가면 "아저씨 얼른 비켜요" 이구동성으로 외쳐서 한바탕 웃기도 하고ㅎㅎ

내 차례가 돌아오니 신속 정확하게 포즈 취하고 사진찍기는 기본.

이제 드디어 백록담 만나기.

세 번째 만나는 백록담엔 물이 조금밖에 없다.

 금세 안개 몰려오고 삽시간에 몰려가고,종잡을 수 없는 한라산 날씨다.

자연의 조화란 오묘하다.

사진도 찍고 백록담도 봤으니 이제는 점심 먹기.새벽에 만든 주먹밥 두 덩어리가 그리도 맛날 수 없다.더군다나 발 아래 한라산 풍경이 펼쳐졌고 하늘 가까이 있으니 바람은 시원하고!

이 보다 더한 행복은 없다.

'언제 다시 볼 지 모를 한라산 안녕'

하산길도 조심조심,

언제 이 길을 올랐나 싶다.

같은 길을 가건만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의 느낌이 다르다고 할까?

다시 성판악.

하산하고 보니 5시6분

최고로 오래 머문 한라산이다.장장 10시간 50분 걸렸다. 아니 한 시간을 줄서기로 소비했으니 9시간 50분에 완주한 한라산이다.

세 번째 한라산도 역시나 내겐 행복이었다.

제주행에 한라산 끼어넣기는 역시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한라산 국립공원에 스틱 기부하고 가신 분 !

누군지 모르지만 당신이 놓고 간 스틱 덕분에 안전하게 잘 오르고 왔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