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떠오르고 풀벌레 소리는 들리고 그곳이 바로 한옥이라면 이 가을에 머물법하다.
잠시 머물더라도 여유가 동행하는 공간일 수 밖에 없으리라.코
25일 금요일에 내가 머문 공간이 바로 그랬다.
월봉서원
달 뜨는 날의 월봉서원은 가장 월봉서원답다라고나 해야할까?
코로나 때문에 꿈쩍도 않던 살롱 드 월봉이 서서히 기지개를 폈다.
조심스레 두 번째 문을 열었다.코로나 2단계인 상황인지라
실내밀폐된 공간이 은근히 걱정됐는데 기우였다.
오늘은 강연장은 실외 잔디밭.
한옥으로 달은 떠오르고 공간이 좋아서 강연 내용이 쏙쏙 들어온다고나 할까?
어쩌면 공간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강연자의 야무진 강연 때문일 수도 있겠지,
왜냐면,
딱딱한 헌법이야기인데 그렇게도 솔깃 집중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328글자, 반점6개 ,그리고 온점 하나로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것이 우리나라 헌법 전문임을 난생처음 알았다.
솔직히 헌번을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다.
딱히 헌법이라고 공부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
그런데 그날 강연은 우리나라 헌법이 그리도 심오하고 잘 됐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헌법은 중요한 순서대로 나온단다.
아주 중요한 헌법은 한번의 강좌로 다 알 수는 없지만
헌법 개정 절차와 헌법 내용 등을 왜 헌법개정이 필요한지를 알게 됐다.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의미와 친일파들의 주장,아홉 차례의 헌번개정 과정까지
그 누구한테도 배워본 적이 없는 헌법이야기는 아마도 처음인지라 더 집중할 수 있었고
강연자의 야무진 강연도 한 몫 했다.
우리 헌법은 기회의 균등과 결과의 균등을 강조한단다.고로 균등한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헌법에 위배된다고 한단다.
강연 내내 한 자리에 있었건만 그 공간에서 오롯 움직인 것은 반달뿐이었다.
한 시간 반 남짓의 강연에 달이 중천에 떠올랐다.
한옥과 달빛 그리고 가을이 참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로 시작 헌법 1조 1항부터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가을밤에 수필집도 아닌 헌법이라니!!
일본 헌법은 1조부터 8조가 국왕에 관한 것
태국 헌법dms 국왕을 범할 수 없다는 게 골자란다.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전쟁으로 피해를 줬던 여러 나라에 사죄하는 것도 독일 헌법 1조 따른 것이란다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되지 아니한다. 모든 국가권력은 이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진다.'
전쟁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했고 국가권력이 이 존엄성을 존중하지 못했기에 헌법에 크게 위배돼서 사죄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어찌됐든 역사에서 사죄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에도 독일은 기꺼이 사죄를 했다.
부탄 헌법이 참 기억에 남는다.국토의 60%를 산림으로 유지한다.이는 환경과 생명에 기초를 두기 때문이란다.
비교 대상이 없다면 우월성을 못 느끼게 마련.
여러 나라 헌법까지 듣고보니 우리 헌법이 얼마나 합리적인지르 다시 느낄수 있었다.
"헌법은 시대정신이다"는 말을 되새긴다면 헌법 개정은 꼭 필요한 것임을 알게 됐다.
새로 헌법이 개정된다면 생명권,기후 ,환경친화 등의 단어들이 들어가야 함이 마땅하다니
좁은 소견이지만 헌법은 꼭 필요한 듯 싶다.
사람들이 곧잘 얘기하는 헌법에 위배됐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는 어슴푸레 알 수 있었다면
먼 거리 피곤한 몸 이끌고 찾아온 보람을 제대로 찾은 거 맞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아니 돼지가 헌범에 빠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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