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뚝딱 김장하고 청소하고
점심 먹고 나니 반나절의 시간이 남는다.
간만에 군왕봉이라도 올라볼 요량으로 집을 나섰는데 좀체 발걸음이 무겁다.
신발이 불편해서인가?
결코 그건 아닌듯.
해서 5분 정도 오르다 하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각화제 한 바퀴 돌고 발길 닿은 곳은 광주문학관.
집 근처에 이런 공간이 생겼다고 좋아했는데
정작 이용을 못한다.
바쁘다는 그럴싸한 핑계로.
그런데 오늘 산 대신 온 것이다.
2층 사랑방이 책도 읽을 수 있는 공간이라 거기를 가려고 엘베를 탔는데~~
어이쿠!
기획전시실에 눈에 띤다.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곧바로 입실.
황홀하고 아늑한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서 그만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편히 보라고 의자까지. 준비됐으니 거부할 이유가 없다.
광주 시인들의 시도 만나고
얼굴도 보고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대형화면에 담긴 사계절 풍경이다.
연분홍 벚꽃의 흩날림이 있는데
눈맞추지 않고 어찌 떠나랴?
여름 빗소리가,가을 샛빨간 단풍이.
그리고 눈이 펄펄 내리니 그 안에 갇하고 말았다.
음악마저 잔잔해서 머물라 한다.
1시간째 전시관을 혼자 독차지하는 호사라니!
여러 질문에 답하니 맞은편 우체통에서 엽서가 나온다.
질문의 답에 어울리는 글귀가 원고지에 씌이고
그림까지 나와서 잠시 황홀경에 빠진다.
대형 영상의 마무리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을 얘기하고 있다.
나가는 곳에 의자. 세 개 나란히 있다.
뭐지?
기웃거려보니 그 엽서를 절반 잘라서 거기 비치된 예쁜 수술을 달아서 거는 것이었다.간만에 곧게 가위질 해서 분홍색 수술을 달아서 남들처럼 걸었다.
엽서의 절반은 수묵 그림.
책갈피로 손색이 없을 듯 싶어 가방에 넣었다.
간만에 소녀처럼 감성에 젖어들다니.
필시 어떤 끌림이 산보다 문학관으로 가라 했다.
아름다운 영상에 눈 멀었고
잔잔한 음악에 귀 멀었던 순간이다.
아니 순간이 아니다.
두 시간을 그렇게 꼼짝할 수 없었다.
우연한 발걸음일지라도 이렇게 길게 머무를 수 있다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떼야 한다.
글쎄 언제일지 모를 다른 전시를 기대하면서!
참으로 오랫만에 가져보는 편안함이다









#광주문학관#기획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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