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이라는 표현을 써야겠다.
실제로 너무도 오래간만에 무등산을 올랐으니까.
무에 그리도 바쁜지 정신 없는 봄날을 보냈다.
아니,정신 똑똑히 차리고 잘 보냈다.
다만,무지 바빴을뿐이었다고나 할까?
우리말 겨루기 준비한다고 도서관 다니고
녹화 한다고 서울 나들이
경기도에 사는 딸아이 딸.그러니까 내겐 손주들 셋
본다고 오르락내리락 하고 나니 봄날이 갔다.
이 봄 4월에 시골 언니 집만도 세 번 갔으니 분주한 봄날들이었음에 분명하다.
봄의 끄트머리에 나앉은 거다.
에고,
하루쯤은 시간을 내서 이 봄 무등산에 올라야지 작심을 했다.
작심 했으면 바로 실천,
나의 실천력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새벽 5시 일어나서 떡국 쑤어 먹고 무등산 오르기.
무등산 오르기 전에 버스부터 타야지.
54번을 무등도서관에서 30분 타고 종점 도착.
딱 7시 53분.
8시 조정식의 굿모닝 fm퀴즈 연결이 있다.
3승 도전,초입의 정자에 앉아 자연 벗삼아 무등의 기운 받으며 너끈히 3승.
기분 좋게 드디어 무등산 오른다.
와,어느새 무등산에도 봄이 완연하다.
오르는 내내 내 발길을 붙잡은 봄꽃의 향연
놓칠 수 없다.
병꽃,미나리 아재비,애기똥풀,현호색,자주괴불주머니,족두리풀꽃 등등
어찌 봄인 줄 알고 다 깨어났는지.
반가운 인사를 아니 건넬 수 없다.
안녕,꽃들아,무등산아
바람도 좋고 볕도 좋고
이맘때 산에 오르는 것은 물오른 연두를 보기 위함인데
자연은 배반하지 않고 연두를 뽐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없는 한적함을 즐길 수 있으니 최고
장불재 화장실이 사라졌다.
장불재 의자에 앉아 서석대 보고 누워도 하늘 보고
그리고 가져간 간식으로 입가심 하기.
산 맛의 최고는 눈맛이기도 하지만 입맛도 무시 못할 터
자연을 벗삼으니 뭐든 맛나다.
힘내서 서석대 오르기
애써 올랐으니 인증샷은 날려줘야지~~
호젓함을 정상에서 즐기기.
좀체 없는 일인데 사람이 없어서 정상에서 싸 간 김밥을 먹었다.
발아래 펼쳐진 황홀한 철쭉이 불타는데 내 맘도 덩달아 불타기.
바람도 볕도 풍경도 좋아서 30여 분 여유 부리기.
이른 점심이다.11시 점심이라니?
아니 이르지도 않다.5시 30분에 아침을 먹었으니 .ㅎㅎ
점심도 먹었으니 힘내서 내려오기.
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니 목교 쪽으로 하산 ,
뚝딱 하산.
중봉으로 오르는 길에 되돌아본 무등산은 아직 산벚이 피어 있었다.
도시의 벚꽃은 이미 졌는데
아직 벚꽃이 피었다는 건 산이 그 만큼 춥다는 이야기.
무등산을 오른 덕분에 올해는 벚꽃을 두 번 보는 행운을 누렸다.
도심 속에서 그리고 산속에서.
하산 길 중천에 뜬 해는 벌써 여름을 불렀다.
더워도 넘 덥다.
그나마 난 내려가는 길이라 다행인데 이제 올라오는 이들은 얼마나 더울까?
시원할 때 산에 오른 것은 탁월한 선택.맞아맞아
지금은 중앙도서관.
신문 보고 컴 하고 시간을 벌고 있다.
7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인문학 강좌까지 듣고 가면
나의 퍼펙트 한 하루가 끝.
4월 30일. 봄날을 아주 자알~보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