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배로 가파도 가서 구경하고 가파도를 나오니
11시30분. 시간이 많다.순전히 가파도로만 일정을 잡았고 남은 시간은 근처에서 놀 요량.
어디를 갈까?
운진항이 대정읍에 있으니 대정읍 볼거리 찾아보니 추사관이 있다.
아주아주 오래전에 갔던 기억이 있어서 가기로 했다.
네이버 지도로 검색해보니 1시간 20분이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
딱 좋다.마침 걸으려고 왔으니 걷고 서귀포 숙소로 넘어가면 좋을 듯.
해서 네이버 지도 켜고 걷는데 중간에 비가 마구 쏟아져서
우의 입고 걷기.
네이버 지도에 익숙지 않은 터라 걷다 묻고 후진하고 다시 돌아가고
에고 추사관 이정표도 좀체 나타나지 않아서 대 혼동이다.
힘들다는 소리를 좀체하지 않는 울 언니 ,
좀 쉬어가잔다.
딱히 쉴 곳도 마땅찮아서 걷고 또 걷기.
적당한 쉴 곳은 다름 아닌 대정읍 하나로마트 맞은편 버스승강장.
오고 가는 사람 없고 밥때는 됐으니 거기서 점심 먹기.
주먹밥에 볶음김치,호박나물,취나물이 반찬의 전부라지만
여느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최고의 밥상이다.그사이 비는 폭우로 변했다.쉬어가라는 증표쯤으로 생각하고 푹 쉬다 걸었다.
중간에 화장실이 급해 주유소 공용화장실까지 이용하고 물어물어 도착한 추사관.
애써 온 보람이 있었다.
오래전 왔던 추사관과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기도 하지만 전시 자체도 좋았다.
아예 사물함에 짐을 두고 편히 자유관람하고 3시 정시에 해설사 투어도 들었다.
익히 알고 있는 추사 이야기지만 해설사의 해설이 어찌나 귀에 솔깃 잘 들어오는지
40여분 해설을 지루한 줄 모르고 들었다.특히나 세한도 이야기는 감명 깊었다.
혼자서 해설 듣기가 미안했는데 중간에 합류한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
해설 다 듣고는 체험코너로 이동.마침 추사체를 쓸 수 있었다.
여러 글귀 중에서 익숙한 보정산방을 따라 썼다.
모처럼의 붓글씨 쓰기라니!
신문지 뭉텅이로 들고 다니며 습자지로 붓글씨 연습하던 때를 떠올리며 딴에는 열과성의를 다해서 썼다.
그 옆에는 나중에 받아보는 늦게 오는 편지가 있었다.
그냥 지나칠리 없다.내 주특기 살리기.
어디 여행 가면 엽서가 있으니 늘 큰딸에게 편지를 쓰곤 했다.
하다못해 축제현장에도 엽서가 있으면 썼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더군다나 편지지와 봉투가 끌리게 한다.그 유용한 세한도가 배경이라니.
당장 쓸밖에.
전시관에서 2시간을 머문 것이다.
이 모든 걸 다 마무리 하고 버스승강장에 서니 4시20분.
다행히 빠른 버스가 와서 쉽게 숙소 도착했다.
기사님이 어찌나 속도를 내던지 생명을 담보로 달린 버스라고나 할까?
가파도에서 추사관까지 섭렵한 하루는 피곤 그 자체.
곯아떨어질 수밖에.
단잠을 잤다.꿈도 꾸지 않고 아니,뒤척이지도 않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