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ㅣ40488

클레오파트라2 2024. 2. 3. 23:16

이 숫자는 오늘 나의 만보기 수치다.뭘 했기에 이리도 많이 걸었냐고?
단지 무등산에  올랐을 뿐이다.
21.8km
운동선수도 아닌 내가 이렇게 많이 걷다니.
아침 8시에 집을 나가 버스 타고 버스 종점으로 갔다.
8시38분부터 걷기 시작.
주말엔 늘 사람으로 북적이는 무등산.
오늘도 예외없다.
산악회,지인 모임,친구,부부 등 부류도 다양.
난 혼자다.
함께 다니던 지인이 약속 있어서 못온다니 혼자라도 오를밖에.
해서 김밥 싸고 과일과 아이젠,핫팩 챙겨서 오르기.
어라,춥지 않다.
입춘이 코앞이라서 절기는 속일 수 없는 건가!
걸으니 옷을 하나씩 벗어야 할 판.
일단 목도리부터 벗기.허리에 목도리 둘러 메고 걷기.정상부는 눈이 있길 기대했건만 눈은 없다.
아니,장불재를 코앞에 두고는 군데군데 눈이 보였다.장불재의 바람은 시원함을 너머서 추웠다.
해서 다시 목도리 두르고 옷 추스리고 쉼터에서 차 한 잔.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중머리재서 돌아섰을 것이다.
정상에서 맛보는 눈맛을 모르는 이들이여 안녕.
진짜로 오랫만에 올랐건만 무등은 그대로다.
너른 품은 많은 사람을 품을 수 있게 가슴을 내어줬다.
정상 개방 후 첫걸음이니 내친김에 인왕봉 가즈아.
꽁꽁 얼어 있어야 할 길은 질척거린다.
눈에 미끄러질까 걱정 했는데 복병을 만났다.
야자매트라도 깔아야 할 판.
서석대서 15분 걸으니 인왕봉.
근처의 상고대만이 무등의 겨울을 이야기한다.
인왕봉 정상서 사방팔방을 바라보는 눈맛이 좋다.
하산길은 원효사로.
졸졸졸 물 흐르는 계곡에 앉아 점심 먹기.
냉수찜질 할 요량으로 발을 담갔는데,
오마이갓!
발이 너무 시려서 1분도 못했다.
하산하니 1187 버스가 대기했지만 외면했다.
작심하고 걷기로 했던지라 걸었다.
충장사까지.
그리고 다시 청풍쉼터까지.
사람을 만날 수 없는 길이랄까?
사실 그렇게 하산길을 택하면 사람들 만나지 않을 확률이 100%다.
낙엽이 수북히 쌓이고 호젓해서 애용하는 길이다.
청풍쉼터서 제대로 쉬기.
간식에 따뜻한 생강자 한 잔이 피로를 잊게 한다.
4수원지 걸어서 신촌마을 그리고 각화제까지.
각화동 집까지 오니 4시.
점심 먹고 쉰 시간을 한 시간 잡고.
줄잡아 7시간 걸은 거다.
와우!소리가 절로 난다.
몇 개월을 바쁘다는 핑계로 오르지 못했던 무등산을 완전 정복이다.
발은 나의 무등산행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던 게다.
기특한 내 발,
고맙다.
네 덕분에 오늘도 무등을 눈에 그리고 가슴에 담았다.
노란 복수초 필 즈음  날 무등산으로 또 데려다 주오.
#무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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