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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지랖의 끝은 어디인가?

클레오파트라2 2017. 6. 26. 23:37

난생처음 만난 사람과 여행하기

난생처음 만난 사람과 음악회가기

난생처음 만난 사람과 비오는 날 처마에 앉아 송편 먹기

 

이런 일 가능할까요?

가능했어요.

꿈꾸지 않아도 가능한 일들이 우리 삶속에서 예고없이 찾아옵니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지요.

목이 타들어가는 대지에 시원한 소나기 한둘금 내렸습니다.

그 동안의 뜨거운 열기도 식혀주고

타들어가는 농작물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정말 고마운 단비였습니다.

언제까지고 마구 내렸으면 좋은 비가 내리던 날

우린 관람객과 직원으로 만났습니다.

함께 버스를 탔고

오지랖 넓은 저는 객에게 말걸기를 했고

그 말걸기는 끊임없는 수다에 양림동까지 동행했습니다.

서울서 출장 왔다는 그녀

출장전의 광주를 느끼고 싶어서 하루 전에 내려왔다는데 웬지

그 열정에 끌렸습니다.

그래서 광주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집 대신에 내 퇴근길 종착지는 양림동문화마을 거쳐서

김원중의 달거리 공연이었습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낯선 사람과의 낯선 공연이지만

익숙해지기를 바라면서

남광주시장에선 사라져 버린 경전선 이야기에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 들려주었습니다.

고가를 걸으면서 유유히 흐르는 광주천을 만났고

폐선 부지 따라 푸른길 공원 걷고 오웬기념각에 들렀습니다.

비오는 날 아무도 없는 오웬기념각은 금방 비맞은 잎새들 때문인지 더 예뻤습니다.

조연출 덕분에 빛나는 주연이랄까?

핫플레이스 펭귄마을을 보고 빗줄기 굵어지니 어딘가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종종 걸음으로 이미 닫힌 이장우 가옥을 섬돌에 올라서 훔쳐보고

그리고 한희원미술관으로 갔습니다.

7시10분

여느때 같으면 이미 닫혔을 미술관 현관이 왠일인지 빠꿈 열려 있어

왠 횡재인가 싶어 불쑥 들어섰더니만

그만 불청객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들만의 모임이 그 안에서 이뤄지고 있었네요.

빗방울이 굵어져 어딘가에서 쉬어가야 했다면

툇마루 있는 한옥이 제격,

모던걸스테이블이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툇마루만이 비가 들치지 않으니 그곳에서 비도 피하며 간식 타임

마침 가방엔 촉촉한 송편 몇개 있었는데 충분히 요깃거리가 되었습니다.

빗속을 뚫고 김원중의 달거리 공연장 빛고을시민회관 도착

공연은 7시30분인데 도착시간은 27분

좌석에 앉아 숨돌리기 무섭게 공연 시작입니다.

이번 공연의 주제는 '여행'

지인들과 패키지로 유럽여행을 다녀온 소회를 적은 글들이 화면위에 떠오릅니다.

여행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합니다.째즈공연 김원중과 느티나무 공연까지

꽉찬 공연이었습니다.

강위원의 재치있는 진행도 공연을 더 돋보이게 했습니다.

손바닥이 빨갛게 달아오르도록 열정적인 관객노릇을 했더니만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9시30분,

시간도 잊고 리셉센에 함께해 준비된 다과를 나눴습니다.

공연연주자들과 얘기도 나누고 삼삼오오 담소 나누는 모습이 좋아보였습니다.

행복한 밤이란 이를 두고 이르는 말이겠지요.

내게 좋았던 밤,

함께 동행한 진영씨도 좋았을까요?

나중에 서울에 오면 그리고 광주에 오면 연락하자면 전화번호 남겼으니

첫만남치고 괜찮은 거죠?

내 오지랖의 끝은 어디인가를 곰곰 생각하면 뚜벅이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비 갠 뒤의 밤의 시원함이 폐부까지 느껴지는 걸음걸음이었습니다.

집도착 10시5분

눈꺼풀은 한없이 무거웠지만

맘만큼은 참 가벼운 날 ,아니 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