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더 좋다고!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어제 그 말을 실감했으니 더욱더 그렇다.
주말 초등학교 동창들 모임이 가까운 고향에서 있었다.
진작부터 오라고 열심히 연락들이 왔지만
흔쾌히 간다는 대답을 못했다.
아니 못 간다고 잘라 말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니 맘 먹으면 바로 갈 수도 있었지만
맘이 내키지 않은 것이다.
객지서 사는 친구들도 온다는데......
주말 근무하면서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어깨동무 친구 미순이에게 전화가 왔다.
어제 모임을 잘 했고
집에 가는 길에 날 보기 위해 오겠다는 것이다.
친구는 무안에서 사니 오지 않아도 되는데
운전해주는 친구가 목포에 사니 겸사겸사해서 오겠다는 것이다.
먼곳에 친구가 있어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군자 삼락중의 하나인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다.
간밤의 모임에서 모였던 친구들 이야기가 따끈따끈하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본 지 35 된 친구들도 있으니 그립기도 했는데...
대신 이야기 듣는 걸로 회포를 풀어야했다.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 끝에 친구가 내놓은 천혜향 보따리가
날 감동으로 이끌었다.
누군가 친구들을 위해 선물로 두박스를 가져왔는데
날 주겠다고 몇개 싸온 것이다.
세상에나 이런 감동이~~
역시나 내 친구다.
어디 천혜향뿐인가?
단체 티도 주문했는데 참석하지 않은 내 몫도 챙겨서 가져왔다.
양파음료 공장장하는 친구의 스폰은 또 얼마나 놀라게 하는지.
멀리서 온 친구들을 위해 기꺼이 시장도 보고 음식도 만들고 뒤치닥꺼리까지 한 친구를 위해
양파 두 자루를 주었다는데
그 중 한 자루를 가져온 내 친구 미화는 그걸 절반 덜어서 내게 주었다.
어찌나 튼실하든지.
하나만 까도 몇끼 요긴하게 쓰일만큼 실속있었다.
앉아서 덤으로 받은 선물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특히나 며칠전 양파가 떨어졌는데 어찌 내 살림살이를 보고 내게 꼭 필요한 걸 주니
이보다 더한 구세주가 어디 있을까?
저녁엔 삼겹살을 먹으면서 바로 가져온 양파를 아주 요긴하게 썼다.
이즈음까지 보관하려면 싹이 나기 시작해서 얼른해 먹어야 하는 양파인데
싹 하나 나지 않고 하나도 썩지도 않은 양파를 보노라니
배스스 입가에 웃음이 난다.
친구와 양파라!
양파가 아무리 많이 있어도 주지 않으면 말짱도루묵일터
양파 반 자루 우리집에 와서 더욱 빛난다.
양파 먹을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그 친구 생각할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