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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될수록 더 좋은 것들

클레오파트라2 2017. 3. 27. 15:28

누군가 그랬다.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더 좋다고!

전적으로 공감하는 말이다.

어제 그 말을 실감했으니 더욱더 그렇다.

주말 초등학교 동창들 모임이 가까운 고향에서 있었다.

진작부터 오라고 열심히 연락들이 왔지만

흔쾌히 간다는 대답을 못했다.

아니 못 간다고 잘라 말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니 맘 먹으면 바로 갈 수도 있었지만

맘이 내키지 않은 것이다.

객지서 사는 친구들도 온다는데......

주말 근무하면서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어깨동무 친구 미순이에게 전화가 왔다.

어제 모임을 잘 했고

집에 가는 길에 날 보기 위해 오겠다는 것이다.

친구는 무안에서 사니 오지 않아도 되는데

운전해주는 친구가 목포에 사니 겸사겸사해서 오겠다는 것이다.

먼곳에 친구가 있어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군자 삼락중의 하나인 즐거움을 누리게 되었다.

간밤의 모임에서 모였던 친구들 이야기가 따끈따끈하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본 지 35 된 친구들도 있으니 그립기도 했는데...

대신 이야기 듣는 걸로 회포를 풀어야했다.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 끝에 친구가 내놓은 천혜향 보따리가

날 감동으로 이끌었다.

누군가 친구들을 위해 선물로 두박스를 가져왔는데

날 주겠다고 몇개 싸온 것이다.

세상에나 이런 감동이~~

역시나 내 친구다.

어디 천혜향뿐인가?

단체 티도 주문했는데 참석하지 않은 내 몫도 챙겨서 가져왔다.

양파음료 공장장하는 친구의 스폰은 또 얼마나 놀라게 하는지.

멀리서 온 친구들을 위해 기꺼이 시장도 보고 음식도 만들고 뒤치닥꺼리까지 한 친구를 위해

양파 두 자루를 주었다는데

그 중 한 자루를 가져온 내 친구 미화는 그걸 절반 덜어서 내게 주었다.

어찌나 튼실하든지.

하나만 까도 몇끼 요긴하게 쓰일만큼 실속있었다.

앉아서 덤으로 받은 선물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특히나 며칠전 양파가 떨어졌는데 어찌 내 살림살이를 보고 내게 꼭 필요한 걸 주니

이보다 더한 구세주가 어디 있을까?

저녁엔 삼겹살을 먹으면서 바로 가져온 양파를 아주 요긴하게 썼다.

이즈음까지 보관하려면 싹이 나기 시작해서 얼른해 먹어야 하는 양파인데

싹 하나 나지 않고 하나도  썩지도 않은 양파를 보노라니

배스스 입가에 웃음이 난다.

친구와 양파라!

양파가 아무리 많이 있어도 주지 않으면 말짱도루묵일터

양파 반 자루 우리집에 와서 더욱 빛난다.

양파 먹을 때마다 얼굴도 모르는 그 친구 생각할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