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의 아침은 여유가 있게 마련
늦잠을 한껏 자도 좋으련만
5시쯤 눈을 떴다.
이른 시간인지라 일행에게 방해가 될까봐 일어나지 못하고 뒤척뒤척
누군가 일어나서 화장실 가고 하니
그때부터 움직인다.
밤새 지글지글 끓었던 이부자리 털기 싫다.
그 따뜻한 온기로 인하여
화장실은 한사람만 사용 가능하니 그 사이 일어난 사람들이
이불 깔아 놓고 음악에 맞쳐 스트레칭
집에서는 단한번도 해 본적 없는 여행이 주는 아침의 여유다.
5시35분
눈앞에 펼쳐진 바다에서 해가 순식간에 떠오른걸 놓치고 말았다.
하필 그 찰나의 순간에 화장실에서 씻는 바람에....
아침은 누룽지 끓이고 밥을 조금해서 정말 김치 하나에
간단히 먹었다.
간밤의 만찬으로 인한 포만감이 아직 남았던 터라 배고픔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침이라서 먹었다.
커피 한 잔 들고 몽돌해수욕장을 거니는 여유까지
어촌의 아침은 활기차리라 생각했는데 웬걸
아주 조용하다.
여느 동네서나 듣는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짐 정리해서 일찍 숙소를 나왔다.
하루일정이 빠뜻해서 서두른 덕분에 아주 긴 하루의 시작을 빨리했다.
마늘밭으로 푸른 들녘 그리고 바다를 달리고 다리를 건너서 마산시내
마산은 두번째다.고로 315민주묘지도 두번째 방문이다.
산자락을 뒤로 하고 앞으로는 마산 앞바다가 보이는 곳에 위치한 묘지
전에 왔을땐 그리도 바람이 불어서 옷 추스리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완연한 봄이다.묘지엔 흰목련과 매화꽃이 활짝피어서 거부할 수 없는 봄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참배하고 묘지 안내를 받고 전시관까지 둘러봤다.전에는 일정이 빠듯해서 금방 지나쳤던 전시관
두번 보니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어라 저런 공간도 있었어 싶을 정도로 낯설게 느껴진 곳도 있었지만
자세히 보니 보이는게 많은 전시관이었다.
이승만 정권의 315부정선거에 대한 항의로 일제히 일어섰던 학생과 시민들을 만나는 역사여행!
그 현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구호외치기 315당시의 학생이 된 듯 독립된 공간에서 구호를 외치면
소리의 크기를 확인할 수 있다.
8000여면 넘는 사람들의 흔적이 남았는데 그중 2000번째 정도의 소리를 질렀다.
빔을 쏴서 방명록을 출력해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315의 모든것을 한눈에 봤던 때문에 이제 315는 내 머릿속에 제대로 인식이 되었다.
체험학습의 장점은 현장의 하나하나가 바로 각인이 된다는 것!
시내 곳곳엔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따뜻한 남쪽임이 실감나는 풍경이다.
다음은 봉하마을
벌써 몇번째 방문이라 익숙한 풍경들이다.
몇년전 왔을때와 다를바가 없지만 계절은 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묘지 가는 길 돌 하나하나에 새겨진 글귀들 새기면서 아주 천천히 가야하는 곳
여느 대통령묘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항상 끌림이 있는 묘지다.
노사모 문구가 쓰인 샛노란 수선화 화분이 인상적이다.
누군가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
누군가에 의해서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
죽었지만 살아있다는 얘기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일 터.
너무도 화창한 날씨가 내친걸음이니 사자봉까지 오르라 재촉했다.
천천히 오르는 가파른 길
누군가 금방 빗질을 해 놓은 듯 아주 깨끗하다.
한계단 한계단 오를적마다 그 계단 끝에는 이상향이 있을 듯 싶은 오르막길
옆으로 누워버린 마애상을 놓칠 수 없다.가는 길 해찰하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고개만 비쭉 내밀면 보이는 마애상
앉아 있는 마애상은 많이 봤어도 누워버린 마애상은 많지 않아서 올때마다 다시 보게 되는 이유다!
부엉이 바위 사자봉까지 기어코 오르니 발 아래 봉하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어느 가을엔가는 누런 황금물결이 출렁였는데
아직은 맨땅이다.
경지 정리가 잘 된 논도 이제 서서히 농사준비를 하는지 부지런한 농부들이 눈에 띈다.
하산해서 대통령 생가 툇마루에 잠시 앉아보니 맘이 편한해진다.
바쁠것이 하나도 없는 여행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집으로 가는 길뿐이니.
점심은 동네에 있는 식당서 산채비빔밥을 먹었다.
달걀 후라이 하나 얹어서 나온 비빔밥 뚝딱 해치웠다.물론 봉하막걸리 한 잔을 곁들여서.
혹여 벚꽃이라도 보려나 싶어 돌아오는 길은 화개장터를 들렀건만
아직 꽃보기 이른 시간.
만개하면 흐드러지게 피어 사람만을 싱숭생숭하게 할 쌍계사 벚꽃길
그냥 상상의 날애만 펴야했다.
봉긋 올라온 몽우리는 다다음주면 예쁜 꽃을 화사하게 피어낼듯
그땐 입추의 여지 없이 관광객으로 북새통일터
그 상춘객으로 끼지 못한지 몇년째
꽃 피었을 날을 상상하며 그 길을 달리는 기분도 좋았다.
가는 길에 섬진강 다압의 매화마을은 건너편서 보기
매화보러 전국서 몰렸으니 그 번거로움 피하려 건너편으로 달리니
매화마을 풍경이 무릉도원이다.
멀리서 보니 더 잘 보이는 매화마을
꽃대궐은 그를 두고 말함이라.
강변따라 끝도 없이 펼쳐진 그 풍경이라니
근처에 핀 매화향이 날아오는데
와우~~
제철에 꽃구경을 못하고 산지 오래된 터라 이마저도 좋을 수 밖에.
콧바람 제대로 쐰 봄날의 1박2일이었다.
산도 바다도 꽃도 다 가슴에 담았으니 이보다 좋은 봄날은 없을터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