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봄날
점심 먹고 나니 몸이 나른해졌습니다.
슬쩍 춘곤증에 자울자울 할 때
핸드폰이 울렸어요.
익숙한 번호
내 친구 미순이였습니다.
잘사니?
전화 너머 미순이 목소리는 아주 밝았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늘 잊고 사는데
내 친구 미순이는 뜬금없이 곧잘 전화를 하고는 합니다.
어쩌면 기억력이 좋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딸아이 시험 볼 즈음이면 시험 보느냐고
합격자 발표 즈음이면 궁금하다고 또 전화하고
그날 전화도 시집간 내 딸아이 카톡 메인 화면 보고 전화를 했답니다.
딸과 통화를 하는 건 아니지만
딸의 메인 화면을 통해서 딸과 나를 읽고 있다고 했습니다.
딸아이 화면이 바뀐 걸 금방 알아차린겝니다.
고맙고 또 고마운 내 친구 미순이죠.
마음이 따뜻한 미순이
나도 열심히 산다지만 어쩌면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미순입니다.
공부방 하랴 간간이 통계조사하랴 문해학교 수업다니랴
몸이 둘이라면 좋겠다는 친구맘을 이해할 법 합니다.
한동네서 고등학교 까지 다니고 삶이 바빠 그 이후 멀리 떨어져서
얼굴 보기도 좀체 어려운데 그나마 미순이가 근황을 간간이 물어와서 연락의 끈이 닿고 있습니다.
언제 한번 얼굴보자
그 말을 한지 벌써 몇번인지 모릅니다.
그러고보니 작년 여름 34년만의 초등학교 동창회때 번갯불에 콩볶듯 해서 잠시 보긴 했네요.
언제봐도 맘 편한 친구라서 좋습니다.
언제나 내 편이고
내 맘을 잘 읽어주고
내 말을 귀 담아 들어주는 친구
그 친구에게 나는 뭐였을까?
새삼 질문을 던져 봅니다.
나도 그 친구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할텐데...
올해는 정말이지 별일있더라도 미순이와 함께 하루쯤 여행을 가고 밤새울 일을 만들어야겠습니다.
꼭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되겠지요.
엎어지면 코 닿을 고향 바닷가라도 가서
옛추억 곱씹는 행복한 시간 가져보렵니다.
더 늦기 전에 ...
더 늙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