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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속으로 그리고 봄 속으로

클레오파트라2 2017. 2. 15. 22:57

7시20분

버스는 눈발 날리는 도시를 떠났습니다.

새벽에 깨어 제일 먼저 창문을 열어 밖을 보았을 때

세상은 온통 하앴습니다.

새벽길은 더군다나 얼었을 터 떠나기 전까지도 혹여 일정이 취소되지 않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걱정은 걱정으로 그쳤고 떠날 수 있었습니다.

눈 내리는 날의 여행이라?

길이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줄행랑 치듯 빠져나가는

설경은 아주 좋았습니다.

도로의 찻길이 오롯 나 있는 그 길을 달리는 기분은 참 좋았습니다.

눈 내리는 날 과감히 떠나기란 쉽지 않을 터 여럿이 함께 가니 가능한 길이었습니다.

약속이란 그렇게 흔들림없이 지켜져야 한다는 듯 그렇게 눈 속에서 실행한 여행길

색다른 맛이었습니다.

어쩌면 눈속으로의 여행이었습니다.

눈 내리면 훌쩍 가고파도 혹여나 싶어서 못 떠났는데 떠나보니 떠나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들더라구요.

익숙한 나주평야도 설경이라서 또다른 맛이라면 맛이었습니다.

첫코스는 두시간 달려 도착한 완도수목원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푹푹 빠져가며 걷는 기분은 형용할 수 없었습니다.

모두들 어릴적 동심으로 돌아간 양이었습니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눈길 걸으며 눈이 내려앉은 난대림 들여다보기를 했습니다.

겨울속에서 꿋꿋히 버티는 것은 그들만의 생존방식이 있다는 얘기지요.

녹나무 굴거리나무 후박나무 붉가시나무 황칠나무 등의 난대림 식물은

겨울속에서 그 푸른잎을 윤기나게 달고 있었습니다.

왁스칠한 두터운 윤기난 잎은 추위로부터 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랍니다.

식물의 겨울나기 보이지 않았지만 그 뜨거운 치열함이 엿보였습니다.

겨울속에서 벌써 봉긋 잎눈이 꽃눈이 봄을 준비중이었습니다.

잎하나 달고 있지 않은 목련도 보드라운 밍크코트로 제몸을 감싸고 있는데....

자연의 지혜에 혀가 내둘러졌습니다.

온실속은 다양한 꽃들이 피어 겨울속 봄을 먼저 선사했습니다.

바닷내음 물씬 나는 완도 회로 답사의 허기를 달래고

강진으로 넘어왔습니다.

다산 기념관 그리고 청자박물관까지

답사지에서의 하루는 더 짧게 지나갔습니다.

온실속의 꽃들 덕분일까요?

아니면 강진만의 훈훈한 바람 때문일까요?

눈발 성기게 내려도 봄이 곁에 온듯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