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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은 수정병풍이어라!

클레오파트라2 2016. 12. 28. 14:50

올초에 세웠던 계획 중에 무등산 오르기도 있었다.

1년 20회

작년에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기에

그 정도면 거뜬히 오르려니 생각했다.

웬걸!

14회 무등산 오르기로 점을 찍어야 할 형편이다 .

물론 아직2017년까지는 며칠이 남긴 했지만

그 며칠동안 날마다 오를 수도 없는 일이다.

아니 물론 쉬지도 않는다.

올해의 마지막 무등산 산행이려니 생각하고

맘 먹고 오른 산은 역시나 아름다운 겨울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집을 나서기 전까지 몇번이고 복도쪽에서 바라다보이는 무등산을 눈여겨봤다.

한데 안개 때문에 무등산에 눈이 내렸는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았다.

밤 사이 도심이 눈이었으니 무등산은 설경을 보듬고 있을법한데......

그냥 가는 수 밖에 없었다.

전날 비가 온 때문인지 무등산은 더할 나위없이 깨끗했습니다.

그 무성한 잎들은 다 떨군 나무들만

오롯 산을 지키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춥다는 예고 때문인지 평일 무등산은 한적했습니다.

일주일 전에 오른 산은 아주 여유로웠지만

오늘 산행은 좀 빠르게 했습니다.

추위를 달래기엔 걷는게 제격이었으니까.

중머리재서 바라본 장불재는 설경입니다.

아마도 8부능선 즈음에서부터는 하앴습니다.

저 산에 오르리라 기어코 오르리라 하고 뚜벅뚜벅 걷기

옷을 너무 많이 입은 때문인지 자크를 여러번 벌렸다 오므렸다 하는 사이 장불재 올랐습니다.

바람이 그렇게 매서울 수가 없지만 열심히 올라온 덕분에 그리 춥지는 않습니다.

여느때 같으면 고즈넉히 의자에 앉아 하늘보기 하련만

감히 꿈도 못 꾸고 곧바로 서석대로 향합니다.

어라!

노상 자주 와서 만만하게 봤던 그길

입석대서 서석대 오르는 길은 눈이 녹아서 얼어서 완전 빙판이었습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아이젠이 한없이 그리웠습니다.

조심스레 한발한발 떼는 수밖에.

여러 차례 미끄럴법한 고비를 넘기고 겨우 서석대 올랐습니다.

상고대가 펼쳐진 정상의 풍경이 참 예쁩니다.

이 눈맛이 좋으려고 그렇게 애써 올랐지요.

바람이 상쾌하다 싶은가싶게 춥고 느껴집니다.

상정상임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옛길을 통해서 내려오는 하산길은 차라리 더 낫습니다.

상고대가 바람에 흔들려서 곳곳에 꽁꽁 언채로 떨어져 있습니다.

서석대는 수정병풍 그대롭니다.

자연이 빚은 최고의 선물 수정병풍

겨울햇빛 받아 더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발아래 펼쳐진 회색 도시마저도 그 곳에서는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중봉 가는 길 억새 상고대도 또한 장관입니다.

되돌아보니 서석대 위에 흰구름 두둥실 걸쳐 있어 더 멋진 풍경입니다.

그날 아니었음 도저히 못 볼 풍경

그 풍경을 때때로 보았기에 그 풍경에 이끌어 그렇게 이즈음에는 가고픈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2016년의 무등산 모습

눈에, 가슴에

잘 담고 왔습니다.

올 한 해를 잘 버티게 했던 힘

어쩌면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 무등산이

끄떡없이 그렇게 곁에 있어서 오늘까지도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눈이 펑펑 내리는 그날에

또 그산을 오를것을 기약하고 내려왔습니다.

올라가면서 못 보았던 것들

내려오면서 또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