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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끝난 뒤-時留어겐-

클레오파트라2 2016. 12. 27. 22:40

연말,바쁘게 달려온 날들에 쉼표하나 찍을 시간을 갖을 수 있다면 어떨까?

그것도 연극 한편으로.

행복! 그 자체이다.

영화와는 또 다른 생동감을 맛보게 하는게 연극이다.

바로 코 앞 무대에서 생생하게 연기자의 표정 몸짓 목소리를 듣게 되니

어쩌면 살아있는 드라마 한편 만나는 느낌이랄까?

다시 이 시간속에 머물 수 있다면......

-時留어겐-

이 한편의 연극은 작은 감동까지 안겨주었다.

연말에 만난 최고의 행운이라면 바로 이 연극을 만난 것이다.

2016공연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으로 만들어진 연극을 무료로 만날 수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래 연말에 연극 한 편 좋겠다" 싶어서 친구랑 보려고 얼른 예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시간 비가 와서 집으로 가고픈 유혹이 있었지만

과감히 떨치고 공연장으로 갔습니다.

너무 빠른 도착덕분에 차분하게 리플렛도 읽어볼 여유가 있었습니다.

여운을 남기는 글귀가 잔뜩 기대되게 했습니다.

드디어 연극이 막을 올렸습니다.

무대 불이 켜지고 포장마차가 보였습니다.

그 앞으로 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무대가 포장마차인 점에 착안해서 분위기를 매끄럽게 이끌었습니다.

여기 연극하는 장소는?

술을 제일 좋아하는 나라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는?

꽉찬 객석 덕분인지 금방 퀴즈를 맞추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정답자에겐 포장마차에 있는 어묵꼬치도 주고 술도 한잔 주었습니다.

관객과 소통하려는 그 취지가 돋보였습니다.

오징어 굽는 냄새까지 나서 후각 시각 청각까지 자극하면서 드디어 연극시작!

포장마차에 kbc 추억찾기 김학실씨 멘트가 흘러나왔습니다.

사연 들려주고 음악 틀어주는 라디오 있는 포장마차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사람들 이야기

우리들 살아가는 이야기라서 더 귀가 솔깃 했습니다.

삼선녀네집에 찾아든 혼자서 술 마시는데 익숙한 단골손님들의 삶의 애환은

어쩌면 우리들의 이야기였습니다.

만년 고시생,무명 배우,다이어트 중인 아줌마

포장마차라는 그 한정된 공간에서의 우연적인 만남을 통해 벌어지는 해프닝!

"결혼은 화려함을 궁핍으로 만든다"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등의 명대사들도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세 여자의 넋두리엔 고개를 끄덕끄덕

그 광경들을 지켜보는 시유에게도 아픔이 있었네요.

법조항을 꿰고 있는 포장마차 주인남자의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법조항을 줄줄 외는 그 남자는 어쩌면 복선이었습니다.

아빠 같은 아저씨의 생일 축하 사연이 방송으로 나올 땐

몰래 눈물을 훔쳤습니다.

잔잔한 감동이 밀려 들었거든요.

사람들이 가고 또 오고

그 사이 흐르는 음악도 연극을 업 시키는데 한몫을 톡톡히 해 주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게 하는 연극 한편 덕분에

연극이 끝나도 한동안 자리에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훅 일어서면 그 감동도 훅 날아가 버릴까봐서!

재미에 감동까지 더한 연극 덕분에

지금도 마음이 따뜻합니다.

해피엔딩이라서 더욱더

괜찮은 연극 한 편의 힘이 참 크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