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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으로 돌아간 가을날!

클레오파트라2 2016. 10. 30. 23:11

정말 간만의 장흥행이었다.

아마도 장흥을 다녀온 지10여년 남짓 된 듯 싶다.

문학기행으로 곧잘 찾고 가족여행으로 그리고 남편 장사를 따라서 줄곧 다녔던 장흥인데

한동안 발걸음을 그쳤다.

아니 그치기 보다는 바쁜 일상에 쫒겨 갈 시간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을게다.

어쨌든 간만의 장흥이라서 나름 기대가 되었다.

물론 전에 가 보았던 공간들이긴 하지만 시간의 흐름속에

아마도 변화된 모습이지 않을까?

여행의 절반은 날씨가 차지한다는데 아침부터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렸다.

날씨야 어찌 해볼 재간이 없으니

시작은 비가 왔을지라도 중간에 그만 그쳐주길 간절히 바랄뿐이다.

차창밖으로 비는 내리고

들판은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보여준다.

제법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

빨갛게 익어가는 감나무밭 풍경이 보는 이로 하여금 맘을 넉넉하게 한다.

걷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지난 봄과 그리고 그 무더운 여름을 잘 견뎠다는 얘기다.

버스만 타면 잠도 한숨 기꺼이 잘 법도 한데

잠은 좀체 오지 않았다.자려고 눈 감으면 도리어 더 말똥말똥

그냥 잠자기를 포기하고 바깥구경하고 가는 재미가 괜찮다.

빗속에 느리게 달린 버스는 우드랜드에 도착했다.

숲속에서 체험이 있다는데 어찌 할 수 있을까 염려스러웠다.

버스에서 내림과 동시에 더 비가 내려서 우산을 쓰고 비옷까지 입어야 했으니까.

빗속의 숲속체험도 괜찮다.빗길이니 느리게 느리게 자연을 오감으로 만난다.

편백나무 향도 코로 벌름거려 맡아보고 맘에 드는 이쁜 홍가시나무 잎도 따란다.

대부분 산에게만 따지 말라하건면 여기선 몇잎씩 따라한다.

천연염색 체험을 위한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체험장에 가는 동안 많은 자연을 만났다.

녹나무 황칠나무 털머위 편백

냄새맡고 쓰임새도 알고 생김새도 보고

자연공부가 재미난 시간이다.

드디어 체험장 도착

자연목걸이 만들기

제다 어른들인데도 좋아라한다.

편백나무 열매가 있으면 쩍하니 벌어지는데 그게 천연목걸이 재료가 된단다.

미리 준비한 익은 편백열매 몇개 매달아 묶으니 멋진 목걸이가 되었다.

녹나무 잎에 가위질 두어번 그리고 구멍한개 뚫어서 제쳐서 꿰고

눈알 두개 붙이니 부엉이

신비롭다.

예전에 미처 몰랐던

아니 경험하지 않았던 자연체험 어른들임에도 열성이다.

저마다의 멋진 작품만들기에 완전 열중이다.

쨍쨍쨍

이 소리는 여기저기서 손수건에 염색하는 소리다.

갓 따온 잎들을 흰 손수건에 대고 수저도 톡톡 앞뒤로 두드려주기

난생 처음 해보는 천연염색 손수건 만들기이건만 다들 열심이다.

여기저기서 소리가 요란하다.

나만의 유일무이한 손수건

갓 따온 풀잎 나뭇잎 꽃잎 줄기 모두가 천연염색의 재료로 알뜰살뜰 쓰였다.

크게 적게 그리고 가늘게

드디어 손수건 완성

서툴긴 하지만 나만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멋진 손수건이 되었다.

앉은 자리서 두손끝 맞대고 돌리기

어라!

쉽지 않다.숙련된 강사는 잘도 돌리건만 내 손은 자꾸 떨어져버린다.

처음엔 다 그러니 지극히 정상적이란다.

가볍게 몸에 좋은 운동까지 따라하니 어느새 점심시간

조금 이동하여 강진병영성 근처의 맛집으로 갔다.

돼지숯불구이 아주 유명한 집이다.맛집 답게 푸짐하고 맛난 걸디건 밥상을 받았다.

풍성한 밥상 덕분에 행복한 점심시간~

9산 선문중의 하나인 가지산 보림사 둘러보기

연꽃 위에 앉은 절집처럼 사방이 산이 둘러싸인 보림사는 아늑했다.

어느새 비도 그치고 10월 오후의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쬐서

산사의 가을을 고즈넉하고 풍요롭게 해주었다.

대적광전에 앉아 그 유명한 철조비로자나불상보기

그토록 많이 보림사를 드나들었건만 앉아보기 처음이다.

불상을 보고 있으니 맘마저도 평온해지는 시간이 되었다.

혼자왔다면 아주 오래도록 앉아 묵상을 즐기고 바람소리까지 즐기면 좋으련만!

잠깐의 그 앉음도 좋았다.

불전에 삼배 공손하고 하고 나니 세상의 평온은 다 내게로 오는 느낌이었다.

보림사 명부전 벽화가 유명하니 사면 둘러보기

살아생전 어떤 업을 쌓아야하는지를 알려주는 벽화다.

사람이 죽으면 염라대왕 앞에 가서 업경대를 통해 살아 생전의 업을 본단다.

나쁜 일이 많이 한 사람은 더러 불지옥 한지옥 열지옥 등 힘든 곳으로 간다는

권선징악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벽화다.

그림만 보아도 끔찍하고 오싹하니 드디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돌을 흙 주무르듯 맘대로 주물러서 만든 걸작

부도도 보림사의 볼거리

부도는 위쪽에 있는 것이라 애써 계단 오르니 부도보다 더 반기는 것은 발아래 펼쳐진 가을풍경이다.

높이 올라야 잘 보이는 것은 역시나 풍경이다.절집과 농짙어가는 가을 단풍의 조화가 참 이쁘다.

이 계절이 이 풍경을 만나려고 거기 서 있는 내가 행복하다.

일정의 마지막 코스는 보물찾기

보림사 근처 소공원에 보물을 숨겼단다.

학창시절 보물찾기는 내 복이 아니었지만

이젠 내 복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잘 둘러보면 쉬운 곳에 보물을 숨겼다는데..

뿔뿔이 흩어져서 찾아본다.

나무위 풀속

잔디 위 저만치 한송이 피어 있는 흰 구절초가 눈에 띤다.

"아싸! 보물 찾았다"

첫번째로 찾은터라 크게 소리를 질렀다.

분홍색 메모지가 접혀서 꽃받침마냥 위장하고 있었다.

2번

무슨 선물인지는 모른다.아무튼 보물 찾았다.

하나를 찾고 보니 자신감이 붙었다.열심히 소나무 가지위 단풍나무 위를 쳐다보니 또 그곳에 보물이 고스란히 앉았다.사뿐히 하늘에서 내려온것처럼ㅎㅎ

여럿 찾아도 선물은 하나라서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양보했다.

드디어 보물찾기 선물 증정

내 선물은 배데리 충전기

남들은 무척 부러워한데 내게 내키지 않은 선물이다.난 아직 스마트폰이 아닌 고로.

각각의 선물이 재미나다.

샴푸세트,수건세트,도마,라면,마사지팩 등등

선물은 아무리 하찮은 것일지라도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마법이 있긴하다.

선물 하나씩 챙기고 행복해 하는 그 모습이라니!

드디어 새참시간

돗자리를 쫙 깔고 한상 차려서 먹는데 와 이런 꿀맛이 있으랴?

홍어무침 찰밥 갓 담근 김치 김 이게 전부여도 아주 맛난 밥상이다.

막걸리도 한잔씩 주거니 받거니

과일까지 먹고 깨끗히 치우고 차량 탑승

짧은 가을해는 뉘엿뉘엿 서산을 넘고 있었다.

우리들의 행복한 나들이에 박수를 보내듯 찬란히 햇살을 뻩치며~~

동심의 하루 나이를 잊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