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어디든 떠나도 좋을때
어디를 갈까?제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차 없어도 맘 내키면 자전거 타고 천변 달려서
가면 거기 무등산이 있거든요.
며칠전부터 무등산이 눈에 아른거렸습니다.
이른 아침
정말로 부지런 떨어 집을 나섰습니다.
간만의 산행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힘겹더라구요.
딱히 챙겨갈 짐도 없었지만
달랑 생수한통 들고 그렇게 갔습니다.
월요일의 무등산은 한적함이 있어서 좋습니다.
어젠 정말 산보하듯 바람재서 토끼등까지 다녀왔는데
오늘은 서석대까지 오르기로 했습니다.
중머리재 오르니 바람이 어찌나 시원한지
그곳에 정말 오래도록 머물고팠습니다.
하지만 장불재의 바람의 유혹도 떨쳐버릴수 없었지요.
쉬엄쉬엄
혼자라서 여유롭게 올랐습니다.
장불재까지 오르는 길에 다람쥐를 다섯마리나 보았습니다.
실없이 다람쥐에게 말걸기도 하고..
장불재 안 올랐더라면 후회할뻔 했어요
아니 장불재의 가을을 눈에 담지 못했겠지요.
장불재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었더라구요.
감히 억새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야생화와 어우러진 억새가 바람에 살랑살랑
장불재 풍경은 가을이 무르익고 있었습니다.
아니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장불재 턱밑에 낙엽들이 제법 있더라구요
벤취에 앉아 무등산을 즐겼습니다.
무등산이 품은 바람과 자연을 송두리째 몸으로 느꼈다고나 할까요
언제가도 좋은 산 무등산에 안기고 보니 오늘도 좋았습니다.
뜻밖에 지인을 만나
얻어먹은 커피 한잔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무등산이 허락한 여유
한껏 누리고 왔습니다.
무등산은 제게 힐링입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탐욕은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