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바빠도 박물관 기획전은 꼭 본다.
내 나름의 룰이라면 룰이다.
그래서 그 바쁜 5월 한복판에 섰으면서도
내 맘은 즌작부터 박물관으로 갔다.
몸은 맘 간지 한참 뒤에 따라 갔다.
아줌마가 박물관를 간다고?
그것도 아이들 다 키운 아줌마가?
난 아줌마 중에서도 별난 아줌마다
우리 문화에 아주 관심 많아서 무지 바쁜 아줌마
정원박람회가 열리는 순천을 다시 볼 수 있는 특별기획전이라는게 눈길을 끌었다.
순천은 멋진 자연 풍광들이 많아서 곧잘 하곤 하지만
그래도 또 전시로 만나는 순천이 궁금했다.
토요일 오후
박물관 가기 좋은 날이다.
버스편이 불편해서 몇번을 고민하긴 하지만 항상 다녀오고 나서는
참 잘한 선택임을 자부하니 갈 만하다.
미술관을 거쳐 비엔날레 주차장을 걷는데 참 먼 거리로 느껴진다.
아마도 더운 날씨 탓이렸다.
손 부채를 만들어 볕을 가리며 박물관행
애써 간 보람이랄까! 무료 관람티켓을 들고 고객을 위한 큰 양심양산을 펼쳐든다.
볕 가리기엔 이보다 좋은게 없다.!
입구 들어가니 아이들 소리가 요란하다.네댓살 세 아이들이 계단 연못을 바삐 오가며
잉어 먹이를 준다.먹이 따라 쪼르르 몰려드는 녀석들 보려 나도 한몫한다.
박수소리에 발자국소리에 몰릴법 하건만 그렇지 않다.먹거리 뿌리는 곳에 몰린다.
박물관과 어릴적부터 친하게 노는 녀석들이 기특하다.박물관은 놀이터로 생각하는 아이라면
아마도 커서 우리문화에 대한 애착은 대단하겠지!
시간이 빠듯할듯 싶어 기획전 순천전부터 들여다본다.
순천만을 연상케하는 입구부터가 느낌이 좋다.
순천의 고대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임에 분명했다.
선사시대 유물부터 선암사 송광사의 불교유물까지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넘 다리가 아파 앉아서도 보고 서서도 보고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보고
유난히 불화 그림이 발걸음을 붙잡아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6시 문닫을 시간인가 싶어 헐레벌떡 나가다가 지인을 만났다.
매주 토요일은 야간개장 8시까지란다.
그 소릴 듣는 순간 마음이 더 느긋해지며 발걸음 또한 느려졌다.
좀 더 천천히 자세히 들여다보기
아는만큼 보이고 보이는만큼 사랑한다고 했던가?
어느 순간 우리의 것들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그러니 우리것들로 채워진 박물관 나들이는 휘뚜르 아닌 천천히 일 밖에...
보고 또 보고 다리 아프면 의자에 앉아서 보고
순천전만도 두시간 남짓 보고 나오니 해질녁이다.
아픈 다리도 쉴겸 박물관 앞 벤취에 앉고 보니 우람한 박물관이 내게로 온다.
박물관 뜰도 나무도 하늘의 구름마저도
박물관서 지는 해 보기랄까!
박물관서 지는 해를 보니 더 오지다.
콧끝으로 스치는 바람도 상큼하다.5월 끝자락 주말을 박물관서 보낼 수 있다는 행복감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면 진정 행복한 하루였음을 거부할 수 없다.
박물관 뒤로 하고 뚜벅뚜벅 걸어서 나와서 되돌아보기
또 무슨 아쉬움이 있었던가.
바깥벤취에 앉고 보니 키다리 튤립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오리발모양의 잎,그리고 황녹색의 튤립꽃
이맘때 애써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5월 그 날 그 곳에 있었기에 가능한 것들을 많이 만난 날이다.
어쩌면 그 모든 것들은 날 행복하게 했던 모든 것들이다.
날 행복하게 하는 박물관행
그러니 만날 특별전만 있으면 서둘러 나설밖에.....
야간개장 박물관이라서 더 좋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