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은 참 더디기만 하다.
아마도 많이 기다려서 더디오나보다.
바람 불고 춥고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으니 3월 끝자락에서 봄은 올 법도 하련만.....
하루 되돌아보니 참 뿌듯하게 보냈다.
묘지기로서의 역할을 아주 잘 한날
그래서 좀체 쓰지 않는 일기를 쓴다.
아마도 기록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기억을 더듬자면 내 짧은 기억력의 한계를 곧
느끼게 되니 미련스럽지만 기록으로 남길 밖에.
인상좋은 노부부의 출현이 눈에 띄어서
안내해드릴까요?했더니 그러면 좋지요 하면서 방긋 웃는 모습이 마냥 천진하게 보인다.
인천서 처음 와보는 곳이란다.정성껏 한시간 남짓 안내를 했다.
혹여 애궂게 시간을 끓는건 아닌가 싶어 다리 아프지 않냐고 자꾸 묻는데 괜찮단다.
나중에 물어보니 전날 무등산을8시간 산행을 했단다.칠순 넘긴 분들이 노익장을 한껏 자랑하신다.
형님과 동생 내외의 여행이라~~
참 멋져보였다.부부가 함께 오래사니 더욱 건강한 모습이라서 더 보기 좋았다.
늘그막에 늙거든 저렇게 늙으리.세월가는 줄 모르고 그렇게 여유롭게 다니리라.
점심 먹고 잠시 춘곤증에 빠져 있을 즈음 배낭을 맨 할머니 4분이 출현했다.
둘은 지팡이까지 아마도 뒷배낭의 무거운짐이 버거운가보다.
도착하기 전 정자에서 한참을 있다 오신다.
쑥 캐러 다니는 할머니를 더러 본적이 있던 터라 "할머니들 쑥캐면 안되요.농약했어요"
쑥 캐러 온게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여행 왔다는 할머니들
넘 멋지다.애써 보러 오신분들 기꺼이 안내를 해드렸더니만 당신들이 싸오신 간식을 내놓는다.점심때 먹은 찰밥과 오렌지 사과 사탕까지....
동네 질부들과 함께 오신 할머니들 허리는 굽었어도 더 늦기전에 와 보고 싶었던 곳 와서 한을 풀었단다.
자식들 다 여우살이 하고 이제 온전히 자신을 찾았는데 넘 늙어 버렸단다.
에고 늙음을 어찌 지팡이로 막을손고!
더 늙기전에 여행다니기로 했단다.시간 절감을 위해 도시락은 싸들고 다니기
아무튼 일상을 벗어난 그들의 떠남이 보기 좋다.
오후들어서는 무척 바쁜 시간을 보냈다.한꺼번에 몰려들어서 정신없는 오후를 보냈는데 또 인상깊은 사람들을 만났다.전화한통을 받았다.세 사람 가는데 참배를 하고 싶다는 전화다.
세명이어도 괜찮냐는 조심스런 물음에 기꺼이 해드리겠다고 했다.
복장이 등산복인데 괜찮겠냔다.단정하면 됐지만 등산복이면 어떻냐고 했더니 겸연쩍어 하시는 노신사 세분
참배하고 묘지 안내까지 했다.내겐 일상인 일이지만 그들에겐 특별한 날이다.늘 오고 싶었던 곳 마음의 짐 벗어버린듯한 느낌이 든단다.
노신사 한분에게 시낭송을 부탁했더니 기꺼이 읊는다.아마도 시를 낭송해본지 까마득했을 나이
어르신은 감정을 실어 낭송하면서 끝내는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감정의 복받침은 나이를 초월하는것!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수도 없이 하신다
내 할일을 했을뿐인데 도리어 내가 황송해서 몸둘바를 모를 정도다.
바빠서 보람있는 하루를 말하라면 바로 오늘 일것이다.
3월30일 -종일 봄비가 장맛비처럼 내리던 날
비가 주욱주욱 내리는 날
침묵속에 잠기기 쉽다.
그런데 그 침묵을 깬 세 아줌마들이 있다.
일회용 우의에 우산을 쓰고 빗속을 뚫고 오는 세사람
분명 심상치 않아 보인다.
역시나다.
이 빗속에 올사람들은 작정하고 떠나온 사람들이 태반이다.
우산을 받쳐들고 참배하고 묘지까지 둘러보기
인도여행 가서 만난 사람들이란다.
같은 대구에서 살아사 4박5일 전라도여행을 왔단다.
걷고 버스타고 가는 전라도길
그들에게 전라도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빗속의 묘지는 가슴 찡한 감동이 있었다니 다행이다.
50중반의 아줌마들
거칠것 없이 떠나온 그들이 또 부럽다.
그곳에 있으면 떠나온 이유를 떠나서 떠났다는 것만으로
송두리째 부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