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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거기 있어 갔다!

클레오파트라2 2012. 2. 5. 20:47

"곧 내려올 산에 뭐하러 올라 가느냐?"10여년전 어느 지인에게 들은 말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금방 내려올 산에 끙끙 거리며 오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아한 표정앞에

산에 오르지 안했기에 그렇게 말할수 밖에 없다는 걸 감히 속단 했었다.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그 속단엔 흔들림이 없다.

산 정상에 올라본 사람은 안다.

그 산에서 맡는 바람이 정말로 시원하다는 것을

그 산에서 올려다본 하늘이 더 없이 맑다는 것을

그 산에서 내려다보는 저 들판이 더 없이 넓다는 것을

참으로 높이 올라와서 집들도 장난감처럼 보이니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작은가를 안다.

아둥바둥 그 안에 묻혀 살땐 모르다가 거기로부터 벗어나야지만

나를 찾아서 되돌아보게 된다.

산이 거기 있어서 갈뿐이데 정작가서 보면 참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산이 말하는 무언의 텅빈 충만!

어쩌면 그것에 이끌려 그렇게 산에 오르는지도 모르겠다.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무등산은 항상 끌림이 있다.

하얗게 정상 부분에만 내려 앉은 설경이라면 더욱 가고프게 한다.

혹여 지는 해를 보듬은 설경은 안 가고는 못 베길 지경이다.

퇴근길에 그 설경의 황홀함에 빠진적이 몇번 있던터라 기어코 가야했다.

그래서 그 무등에 오른지 여러번

시시때때로 계절마다의 아름다운 선물을 익히 받아본터라 눈에 선해서 또 가야했다.

익숙하다는 것은 그렇게 가볍게 또 떠나게한다.

무등산의 사계가 저만치 보이는 곳에서 산다는 것은 또 다른 행복임에 분명하다.

보는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한달음에 달려가는 그 고질병만 동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어제만 해도 그 설경에 이끌렸다.서산에 걸쳐진 해와 설산의 무등은 그 풍경에 눈길이 닿는 누구라도

오르게 할 마력이 충분했다.순전히 그 마력에 이끌려 또 올랐다.

새벽에 일어나 김밥싸는 번거로움도 즐겁게 기꺼이 할수 있는 마력은 바로 무등산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7시 아직 사위가 어둠에 묻혀있을때 그산에 오르고 싶었다.

인적이라고는 뜸한 산길

아침 찬기운 고스란히 묻어나지만 번잡함이 없으니 그 이른 시간의 산행이 더없이 좋다.

헐벗은 산속에 사는 새들의 합창도 애써 들으려 하지 않아도 들린다.

오랜세월 변함없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반가움으로 다가설 즈음

서서히 여명이 밝아온다.

움츠렸던 몸은 산에 오를수록 더운 기운을 뿜어낸다.어느새 산 등성을 오를수록 흰눈이 함께한다.

아무도 흔적 남기지 않은 너덜경이 한폭 산수화를 연상케한다.

장불재 턱 밑엔 설경이 제대로이다.헐벗은 나무들은 눈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누구라도 그 멋진 풍경에 빠져 잠시 멈춰서 심호흡을 가다듬어도 좋다.

워낙 추운 날씨에 상고대가 제대로 형성된 곳,이 풍경 찍으려고 애써 오른 여느 작가는 셔터를 부지런히 눌러댄다.바지런 떤자의 몫을 맘껏 누려도 좋을 곳.

장불재에 오르니 설경의 서석 입석이 코앞이다.어서 오라 손짓하는 그 기운을 뿌리칠수가 없다.

서석대 정상에 서니 매서운 바람이 먼저 반긴다.늘상 보는 풍경에 흰눈만 왔을 뿐인데도 색다른 풍경임에 분명하다.하산길은 서석대서 곧바로 중봉가는 길을 택하니 제대로 눈길이다.푹푹 빠지고 미끄러지고 위험부담이 있긴 하지만 겨울산의 묘미는 제대로 느낄수 있는 코스다.아이젠 덕을 톡톡히 본 까닭에  겨울 산의 정취는 한껏 느낄수 있었다.

중봉서 볕바라기하며 이른 점심 먹는데도 꿀맛이다.뜨건 커피와  컵라면이 점심시간을 즐겁게한다.천하를 발 아래에 두고 먹는 점심이라니......

늘상 다니던 길을 벗어나 새인봉을 택하니 새로운 길엔 낯섬의 즐검이 있다.

간만에 선택한 하산길

오르고 내리고 아찔함까지 동행한다.되돌아본 무등은 더 크게 다가온다.

자주 오를수록 무등은 더 크게 색다르게 다가오니 오르고 또 오를밖에.

오르고 또 올라서 그 길들이 눈에 선해도 또 오르고프다.

눈에 삼삼하니 또 오르고픈게다.

지금쯤 어디메에 복수초 피어오를텐데......

지금쯤 생강나무 노란꽃 피었을텐데.......

거기 산이 있어 갈 뿐인데 행복은 덤으로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