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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언니

클레오파트라2 2011. 8. 23. 12:44

꼭두새벽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아직 잠자냐"
전화기 저편에서는 둘째언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에게만 꼭두새벽인 시간
언니는 벌써 깨어나 바쁜 하루를 이미 시작했음이 분명합니다.
워낙에 부지런해서 늘 바쁜 우리언니
농사짓는 사람이 부지런해야한다는 말을 곧잘 합니다.
정말 맞는 말이지요.
전화의 요지는 광주병원에 가는 길에 이것저것 챙겨 갈테니
병원으로 가질러 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늘상 전화해서 안 바쁘면 다녀가라던 언니인데
그 동생이 바쁘다는 핑계로 못 가니
당신 오는 걸음에 챙겨올 모양입니다.
마침 토요일 사위가 데려다 줘서 편히 가니
이것저것 챙겨오겠다고 했습니다.
중간에 조카와 통화하기로 하고 전화 마무리를 했습니다.
병원 가는 길목에 우리집이 있으니 큰 도로로 나가서 받을 요량이었는데
조카사위가 기꺼이 아파트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꽤 여러보따리를 내려 놓았습니다.
병원 예약이 돼서 바쁘다고 해서 차 한잔 대접못하고
언니와 조카 그리고 조카사위를 보냈습니다.
집에 와서 보따리 풀어보니 송두리째 언니의 정이 느껴집니다.
푸성귀 비싸다고 밑반찬으로 해먹으로 깻잎을 정말이지
엄청 뜯어서 보냈습니다.
시장가서 사면 몇만원어치는 될 정도의 많은 양이었지요.
우리아이들과 제가 떡을 좋아한다고 냉동실에 두었던 떡도 보냈습니다.
모싯잎 송편해 먹으라고
모싯잎 반죽까지 아예 이겨서 반죽해서 보냈습니다.
까만 봉투를 만져보니 뭔가 물컥 해서 보았더니
송편 소로 넣으라고 팥까지 아예 삶아서 간을 다해서 보냈습니다.
묵은지 한통까지
언니의 마음을 어찌 다 헤아릴수 있을까요?
막내인 저에게 뭘 더 주지 못해서 안달인 우리 언니입니다.
다섯식구 살면서 도시서 살면 뭐든 다 돈이라면
간간히 묻지도 않고 택배로 한뭉치씩 보내주는 언니입니다.
늘  받아먹는것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농사지을때 손한번 넣어준 적도 없는터라 
앉아서 고스란히 넙죽 받아먹으면 정말이지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있으니까
농사지으니까 나눠먹는다 말
곧잘 듣지만 미안함은 이루 말할수 없습니다.
받고 해 드리는게 없으니 말입니다.
잘 먹겠다.감사하다.간간히 안부전화 묻는게 고작인 동생에게 우리 언니의 사랑은 가이 없습니다.
울 언니를 언니로 둔게 항상 행복입니다.
언제쯤 그 깊은 사랑에 보답할 일이 정말이지 꼭 있었음 합니다.
올해가 가기전에 
농사가 끝날 즈음엔
모셔서 한끼 식사라도 대접해야겠습니다.
일찍 가신 친정엄마를 대신한 우리 언니의 희생은
영락없이 친정엄마입니다.
그날 보따리 보따리 싸온 울 언니

병원일보러 왔다가 병원 일은 못보고 동생에게 짐만 전하고 갔습니다.

22일 예약인데 20일로 착각한게지요.

정작 볼일을 못보고 헛걸음했어도

전 오진꼴을 보았습니다.

시골냄새 잔뜩 묻어나는 풍성한 식탁이

그 증거입니다.

아직 냉동실엔 모싯잎 송편 반죽이 한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날 잡아 언니를 생각하며 식구들 둘러 앉아 이른 송편 만들어 먹을 생각에 벌써

군침이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