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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가 익어 갑니다

클레오파트라2 2011. 6. 13. 16:39

도시인에게 일상은 늘상 무미건조하게 마련입니다.

어쩌면 도시인은 세월이 흘러감도 잊고 산지 모르겠습니다.

워낙 바쁜 삶이라서 세월을 못 느끼고 산다는 그 말은 씁쓸하게 합니다.

헐었다 하면 금방 쓰게 되는게 바로 시간인것을 요즘 더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세월감을 모르고 살아가다

며칠 전 시골 나들이에서는 곧바로 세월을 감지 했습니다.

이른 봄날 푸른 입사귀들로 초록이 송두리째 출렁이던 들판은

농번기로 한살 바빴습니다.

고사리 손이라도 빌리고플 정도로 바쁜 시간이었지요.

마늘 양파작업으로 내가 만난 6월의 농촌은 잠깐 머물기도 미안할 지경이었습니다.

삼삼오오

들녘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캐고 자르고 망에 담고

차에 싣고

그러고서야 작업이 마무리되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살았기에

그 일이 얼마나 힘든가를 익히 압니다.

하루종일 땡볕에서 작업하고 나면

콧구멍은 완전히 시커매집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만나는 풍경

세월이 변해도 변함이 없습니다.

단지 변화가 있다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이겠지요.

아니 어쩌면 산하의 모습도 30여년의 세월속에 많이 변했지요.

아이들 웃음소리도 찾기 어렵고 들판에서 일하는 젊은이도 찾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래도 그 바쁜 와중에 부모님 제사로 형제가 모였습니다.

함께 모여 산소 가는 길

풀이 어찌나 크게 자라 늘 다니더 길이언만 찾아가기 힘듭니다.

길 없는 길을 찾아갑니다.

한쪽으로 제치고 때론 낮으로 베고

산속 산림은 울창한데

그 깊은 산중에 있는 산소는 초라합니다.

벨것도 없습니다.흙이 반쯤 무너져서 가져간 낫에게 민망할 지경입니다.

모일때마다 산소를 이장해야지 입을 모으면서도 그 실천은 늘 뒷전이 자식들

벌써 몇년째인줄 모릅니다.

언젠가는 꼭 이장을 해야할텐데......

산소를 앞에 두고 자식들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추억속으로 빠져듭니다.

언니도 오빠도 동생도

꺼낼 추억이 공동의 이야기가 있다는것은 그나마 긴 침묵을 깨게 해서 다행입니다.

나이먹으면 추억을 먹고 산다는 그 말

이제는 알듯 싶습니다.

술을 따르고 고시레를 하고

그렇게 산길을 내려옵니다.

잠깐 언니집에 들렀습니다.

화단에는 바쁜 농촌과는 무관한듯 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그 화단 한켠에 자리잡은 앵두나무엔 빨간 앵두가 주렁주렁

한웅큼 손에 쥐고 입에 털어 넣어 봅니다.

한때 요긴한 요기거리였던지라 그 맛을 되새기면서

헌데.....

그 맛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새콤해서 두 눈이 절로 감깁니다.

아무리 빨갛게 익어도 바쁜 시골서 앵두는 뒷전입니다.

앵두주라도 담을 요량으로 열심히 따보건만

좀체 불어나지 않습니다.

맛보다는 색깔이 더 이쁜 앵두주를 생각하며 돌아오는 길

간간히 추억속에 빠져들 꺼리가 있다는게 천만다행임에 감사하게 됩니다.